5판의 소서러는 (순수 밀리 클래스들을 포함한) 상대적 강함과 별개로 부정할 수 없는 결함 클래스임. 주문체계가 소위 네오 밴스식으로 바뀌면서 스펠 준비와 관련된 이점은 사실상 완전히 상실했고, 주문 목록의 협소함이라는 단점만 그대로 유지됨. 추가 슬롯 대신 주어진 소서리 포인트는 경우에 따라 신규 위저드 능력인 아케인 리커버리로 받는 것보다 슬롯 양이 적을 수 있을만큼 짜게 줬어. 그마저도 상당수 포인트는 메타매직에 들어가는데 이것도 옛날보다 한참 약해짐. 순정 클래스로는 솔직히 위자드나 로어 바드의 하위호환에 거의 근접하고, 소서리 포인트를 2배에서 심지어 3배쯤 주는 팀도 있을 정도로 디자인 자체에 문제가 있음.


워락도 마찬가지. 과거 워락은 독자적 테이블을 따르는 극소수의 주문들을 슬롯 구애 안 받고 무제한으로 날리는 컨셉이었고, 5판에서는 비교적 다른 주문 시전자들과 유사한 체계를 기반으로 숏레당 슬롯을 받아, (5레벨까지)자기 최대 레벨의 슬롯으로 주문을 난사하는 형태로 바뀜. 문제는 이 슬롯이 주문 시전자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짜다는 거. 11레벨까지 가야 겨우 숏레당 3개를 쓸 수 있고 그 전까진 고작 1~2개인데, 전투 라운드가 길어지거나 DM이 휴식에 엄한 경우에는 사실상 가끔 주문도 쓸 수 있는 마법 활쟁이나 다를게 없음. 그 마법 활질인 엘드리치 블래스트가 워낙 세서 직접적인 상위호환을 따지는 사람이 드물긴 하지만, 헥블 아니면 갑옷도 제대로 못 두르는 애매한 컨셉의 하이브리드 딜러라는 점이 팩트다. 부가적으로 노잼이고.


그런 의미에서 소서락이라는 빌드는 단순한 파빌이 아니라, 명목상 위자드와 상호호환이라는 돈법사의 주장에 걸맞지 않게 결함투성이인 두 클래스를 합쳐서 완전한 클래스로 만들려는 노력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음. 같은 시전 능력치를 공유하면서, 서로의 장점으로 심각한 결함을 보완할 수 있는, 그러면서도 멀클 특유의 약점으로 인해 동 레벨의 다른 클래스를 묻어버릴수는 없는, 어떤 의미로는 가장 모범적인 멀티클래스의 예시가 소서락임. 컨셉상으로도 패드락과는 달리 소서락은 블러드라인+패트론이라는 두 요소가 서로 상충될 일이 적고, 역으로 조합에 따라 더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어줄 수 있는 경우가 많음. 단지 '파워빌딩'이라는 이유로 찬찬히 살펴보지도 않고 덮어두는 입장 역시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지만, 다른 룰들이 우후죽순 나오는 이 시대에 던전 앤 드래곤의 주요한 재미 요소는 인카운터라 볼 수 있고, 그 일환인 빌딩을 무작정 경계하면서 플레이한다면 솔직히 왜 굳이 디앤디를? 이라는 생각이 자주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