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런말 하기 조심스러운게 나는 5판부터 시작한데다 5판을 오래 하지도 못했고 장편은 해본적 없고 중단기만 해봤음. 본격적으로 했던건 수년 전이지만 최근에 옛날에 동네에서 같이하던 사람들 중 한두명 연락 닿아서 다시 이것저것 굴려보는 중. 


악성향은 솔직히 말하면 제대로 플레이 하기 어려운거 맞음. 처음에 배우시는 분들은 처음부터 곧바로 자기가 원하는 세팅에 배경에 모든걸 다 밀어붙이시기 보다는 짧고 간단한 초보자용 캠페인 하면서 그냥 정석대로 하기 편한걸로 룰이랑 분위기를 배우고 익히고 난 다음에 다른 성향이나 배경이나 다른걸 천천히 시도해보시는게 좋은거 같음. 요샌 roll20 댄디너머 등등 온라인 플레이도 가능하니 초보자들이 좀 더 잘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한국은 잘 모르겠지만... 


내가 옆에서 지켜봤던 악성향 캐릭터들의 문제점은, 이러한 초보자들, 특히 PC/콘솔 CRPG 게임들을 먼저 접하고 TRPG 에 입문한 사람들에게 많이 보여서 처음 하시는 분들 얘기를 꺼낸거. 내 개인적인 의견이라 이게 정답은 아니지만, 나는 일부 악성향 플레이어들이 스카이림 같은 몇몇 PC게임들의 흥행시점부터 발생했던 늅로그 혐오증의 원인이 되었던 "쿨찐 고아 솔로잉 다크히어로 로그"와 약간 일맥상통하는 경향이 있다고 느꼈음. 

https://www.reddit.com/r/DnD/comments/al3kdu/does_ev.e.ryone_hate_rogues_acting_in_character/ (. 빼고 복사할것. 왜 v.e.r 이 금지어지?) 

https://www.reddit.com/r/DnD/comments/af5j6w/why_is_it_always_the_rogue/

이 두 글은 로그혐오증에 대한 글이고, 이런 일들은 다 케바케고 일반화 시키기는 어려운건 맞음. 그래도 나는 저 두 글과 꽤 겹치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음. 파티원들을 배려하고 존중하고 파티원들과 DM과 충분히 의사소통을 하지 않고 "나는 악성향 고아출신 로그라 이게 내 롤플레잉인데요?" "나는 살인마의 피를 이어받아 보름달 뜬 밤에는 반드시 누군가를 죽여야 하는 설정이라 파티원을 건드릴 수 밖에 없는데요?" 이러다 쫓겨나는 그런 그림. 같이 플레이 하는 다른 사람들과 충분히 의사소통 하지 않고 분위기 이상하게 엄하게 만들다가 쫓겨나는 뭐 그런... 


아 그리고, 또 다른 느낀 점은 "멍청한 질서선 팔라딘" 문제와도 맞닿아 있음. 악성향에 너무 몰입되어 병신같은 자폭성 돌발행위를 하면 안됨. 악성향이라고 해서 지꿀리는대로 다 죽이고 다니다가 온갖 어그로 다 끄는건 그냥 멍청한거지 악성향이 아님. 전혀 납득이 가지 않게 "나는 악성향이니까" 라고 멍청한 짓을 하면 그건 그냥 바보지 악당이 아님. 연기를 할 때, 자기가 벌이려고 하는 일이 본인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납득이 가야하고 뒷처리를 어떻게 할것이고 증거를 어떻게 없엘 것인가 이런걸 다 생각을 해야함. 악역이라고 해서 주변을 다 죽이고 다니면 그건 미친놈이지 악역이 아님. 그 둘은 분리해서 생각해야 함. 얼불노 책과 GoT 드라마 불문하고 팬 모두가 싫어했던 악역들 중 하나인 램지 볼튼도 자기 부하들은 다 챙기고 자기 병사들은 제대로 복지 챙겨줬음. 신세계의 이중구도 지 부하들한테는 한우 챙겨줬다. 자기 부하 병사들한테 막대했다가 자기한테 반란 일으키면 그건 말이 안되니까. 


개인적으로 쉬운 방법은 내가 연기하는 캐릭터를 상대방 파티원 또는 NPC가 바라볼 때, 또는 이걸 지켜보는 관객이 있다고 가정하면 그들이 날 바라볼 때 어떤 캐릭터라고 생각할지 상상해보면 대강 느낌이 옴. 저새끼 멍청한 병신새끼네 이게 아니라 와 저새끼 진짜 진심 무서운 새끼네 이런 느낌이 와야함. 


https://youtu.be/e-0hgP1tNH8

https://youtu.be/MRgTu6FTHgI

https://youtu.be/vFNy2VmtRko

이런 영상들도 도움이 됨. 다들 "좋은" 악역이 되라고 충고하는데, 진짜 캐릭터에 대해서 고민을 좀 많이 해야함. 그래서 악성향을 포함한 뭔가 독특한 설정 배경은 D&D와 TRPG에 더 익숙해지고, 같이 하는 사람들과 인간적으로 좀 친해진 뒤에 충분히 설득과 공지와 소개를 하고 의사소통을 잘 하고 나서 시도하는게 좋다고 생각함. 피드백도 부탁해서 피드백도 잘 받아가며 연기를 잘 해보겠다 이런 느낌.  


나는 딱 악성향 두번 해봤음. 첫 악역은 그냥 크게 특색 없었음. 내가 롤플레이 연기를 너무 못했었다. 그래서 그 다음으로 마음 다잡고 시도한게 혼돈 악성향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안톤 시거 컨셉 플레이. 

사람들과 어느정도 친해지고 어느정도 배우고 난 뒤에 DM과 파티원들에게 충분히 공지를 했음. 캐릭터의 목표는 돈과 보물인데 당시 캠페인 목표 역시 금은보화가 포함되어 있어서 이부분은 남들을 설득시키고 내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기가 쉬웠음.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본 사람은 알겠지만 그 영화 자체가 잃어버린 돈가방 찾으러 다니는 이야기라 내가 있던 파티가 플레이하던 스토리와 아주 약간 비슷한 부분이 있었음. 그에 따라 안톤시거 비슷하게 흉내내는 그림이 몇번 나올 수 있었음.  

다만 안톤 시거를 진짜 제대로 연기해보려고 했는데 그건 너무 어렵더라. 안톤시거는 진짜 걸어다니는 혼돈 그 자체임. 그래서 그냥 아무도 알 수 없는 나만의 기준으로 상대를 죽이고 살린다는 그 컨셉을 살리려 노력했다. 그 대신 안톤쉬거의 동전던지기 철학은 나름 D&D 주사위 던지기와 비슷하게 살릴 수 있었음. 

내 목표=파티의 목표를 달성해야 하니까 파티원들은 절대 안건드렸고, 파티원들과의 약속이나 협의도 툴툴거리면서 가능한 지켰음. 그 대신 중립 및 적대 NPC 들을 나만의 논리로 판단해서 깔끔하게 피안튀게 하지만 인상적이고 창의적인 방법들로 죽이고, 증거 인멸이 필요한 상황에는 증거 인멸에 최선을 다했음. 파티원들을 꼬드겨 함께 증거인멸을 하되, 반드시 도움받고 빚진건 갚는 의리는 항상 지켰음. 안톤쉬거 빙의해서 피묻으면 갑옷에 피 닦아내는 묘사도 잊지 않았음. 가끔 파티원들이 말릴때나 불편해하는 순간이 올때는 나도 유드리 있게 넘어가되 손가락이나 발가락 정도는... 그래서 정보획득(이라고 쓰고 고문)할땐 내가 도맡았음. 

내가 근데 눈동자 희번덕 거리고 약간 미친놈마냥 고개 까딱 까딱 해가면서 안톤시거 대사도 써보고 해가며 좀 진지하게 연기했는데 이게 그렇게 인상적이었나봐. 솔직히 NPC들 그렇게 많이 죽이고 다니지도 않았는데 나중에 끝나고 두명한테서 비슷한 페북 메세지 받았음. 대강 내용이 "너 정말 악역 연기 잘하더라, 근데 그거 연기 맞지? 혹시라도 평소에 이상한 생각 들고 그러면 정신감정 받아보는게 좋을거 같다" ㅋㅋㅋ 


나도 근데 안톤시거를 제대로 연기한거 같지는 않음. 진짜로 혼돈악이 질서악보다 훨씬 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