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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비 글에 댓글 달다가 그냥 새로 글 쓰라고 해서 적음.



일단 글에 대한 답변.
Q. 다양한 룰북이 있다고 들었는데, 개인 창작 스토리가 가능함? 룰북만 몇백 페이지가 넘는데 그렇게 만들 수 있음?
A. 가능함. 그런데 네가 만드려는건 자작룰임.

가능함: 애초에 많은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플레이 함. 룰북도 그런 식으로 플레이할 것을 상정하고 쓰여짐. (읽어보면 마스터를 위한 마스터링 항목에 이야기 만들기에 대한 지침이 있음)

"룰북 몇백 페이지가 넘는데 그거처럼 상세하게 짜는게...": 룰북은 설정집이 아님. 그 몇백 페이지가 전부 공식 설정 소개문으로 가득차 있지 않음. 그리고 그 몇백 페이지의 룰을 전부 외울 필요도 없음. 필요할 때 보면 찾아보면 되는거임. 그러다보면 익숙해짐.

자작룰: 시트부터 필드까지 짜는거는 그냥 새 룰을 만드려는거 같은데, 그런걸 자작룰이라고 함. 자작룰 제작도 다양한 룰 경험이 많아야 좋은게 나옴.



그리고 이하 내용 세줄 요약.
1. 세계관은 룰이 아님. 설정임.
(로타링은 세계관이라는 단어 극혐해서 더 안 씀; 이하 본문에서는 설정, 세팅, 배경 등등으로 말함)
2. 룰은 설정이 아님. 게임 규칙임.
3. 물론 둘 중 뭐가 먼저오거나 그러지도 않고, 둘이 명확히 나누기 힘들기도 함.



배경 세계는 말 그대로 게임이 플레이되는 배경 세계임. 공식이 있기는 하지만, 공식을 따를 필요는 없음.
당장 D&D 플레이 찾아보면 공식 캠페인 세팅 안 쓰고 자작 캠페인 세팅 쓰는 팀 많아. 공식 시나리오 말고 인터넷 배포 시나리오 쓰기도 하고, 아니면 아예 자작으로 스토리를 짜기도 함.
배경이 되는 세계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공식적인 스토리 보드가 있는 룰도 물론 있음. 하지만 모든 플레이가 꼭 공식 스토리를 따라가야 하는건 아님.
하우스룰도 있는데, 하우스설정이라고 없을까? 물론 하우스룰이 자기 팀에서만 쓰이는 것처럼, 하우스설정도 자기 팀에서만 쓰이는거임.

룰은 게임 규칙임. 초딩때 교실 뒤에서 가라 프로레슬링 놀이 해본 사람은 알거임. 아무도 진심으로는 안 때림. 분위기에 맞춰서 기술 거는 척도 하고 아픈 척도 하는거임. 존나 TRPG (LARP) 그 자체임.
룰은 우리가 하는 "역할 맡아서 하는 소꿉놀이"의 진행에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방향을 잡아주고, 누군가 이의가 있다면 이성적인 방향으로 이의를 제기하도록 해주는 역할일 뿐임.
어떤 애는 자기는 터프해서 수플렉스를 일곱번 처맞아도 아직 일어설 수 있다고 하겠지. 룰은 마스터가 걔한테 "너는 HP 0이라서 누워 있어야 함."이라고 할 수 있게 해주고, 본인도 이에 동의하도록 하는거임.

다만 룰이 아무리 그냥 매커니즘 덩어리일 뿐이라 해도, 이렇게 말하는 것보다:
"당신의 모델이 가진 A 요소는 4번이고, 4번 A 요소의 수치 가산 +2를 a1에 투자했으므로, 제가 조종하는 모델 중 8번에 대해 명령 a를 내릴 경우 성공 확률은 85%입니다. 성공할 경우 모델 8번은 보유한 유닛을 모두 잃습니다."
이렇게 말하는게 더 이해도 잘 되고 재미도 있지 않을까?:
"당신의 캐릭터는 하프 오크고, 힘에 +2 종족 보너스를 주었으니, 여기 이 고블린을 (미니어처를 손가락으로 가리킴) 공격하면 d20에서 4 이상만 나와도 명중합니다. 명중하면 피해 굴림을 할 필요도 없이 즉사하겠네요."

그런데 이걸 다음처럼 바꿔서 말했다고 해보면:
"당신의 캐릭터는 로봇이고 유압력에 +2 업그레이드를 받았으니 d20에서 4 이상만 나오면 이 자동청소기를 파괴할 수 있습니다. 손상 수준을 볼 필요도 없겠네요."
사용된 단어 외에 과연 무슨 차이가 있음? 세팅은 룰에 씌우는 스킨임. 인간, 엘프, 드워프라 하건, 아패야ㅗ조ㅓ야, 배돌제ㅓ루ㅡ으ㅡㅡㅓㅏ, 어퍄고ㅗㅜㅈㅁㅂ라고 하건 모두 A 요소의 1번, 2번, 3번을 달리 부르는 말일 수 있음. d20류가 특히 이런 방식에 강함. 세팅과 룰을 서로 깨끗하게 나눌 수 있음.

그렇다고 꼭 설정은 룰에 뒤따라 오는 것 뿐일까? 그건 또 아님. 설정부터 나오고 그거에 맞춰서 룰이 오는 경우도 있음. 섀도런 같은 경우는 애초에 그런 배경으로 뭔가를 만들고 싶어서 만들어진 게임임. 이건 나누기 좀 힘든데, 룰이 애초에 특정한 세계에 맞춰져서 만들어져서...
또 설정이랑 룰이 서로 꼭 맞물려 있는 룰도 있음. 월드 오브 다크니스 (WoD; 쨍) 같은 거. "스토리텔링 게임"임을 자칭하는 쨍은 각 라인 별로 갖고 있는 특수한 규칙들이 대부분 설정에 기반해서 구현되어 있음. 이런 경우는 룰이랑 설정을 분리해버리기가 아주 어려울 거임.



새벽에 잠도 안자고 글을 몇번이나 썼다 지웠다 하다보니 자꾸 헛소리로 횡설수설하는거 같은데... 아무튼 설정은 룰이 아니고 룰은 설정이 아님. 뉴비는 새 룰 시작할 때 공식 배경 설정 전부 외워야 하나 하고 덜덜 떨 필요가 없음.
만약 D&D 5판 할거면 특히 더 그럴 필요가 없음. 공식에서도 공식을 정확히 모르는게 분명하다고 오판 하는 애들이 자주 그러거든...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