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il fool's Day
오늘은 만우절입니다. 개인적으로 만우절이라고 드립 뇌절하는걸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최근 해본 룰 중에 만우절에 딱 부합하는 룰이 하나 있기에 4월 1일 기념으로 글을 적어보고자 자판 앞에 앉았습니다.
오늘 소개해 볼 룰북은 일본의 그룹 SNE에서 출간한 미츠다 아키히로(満田朗拡) 선생님이 디자인한 룰. 이름하여 '날조 미스터리 TRPG 적과 흑' 입니다. 특이한 점이라고 한다면 2020년 1월에 출간한 상당히 최근에 나온 룰이란 점입니다.
~ TRPG와 보드게임 그리고 적과 흑
먼저 본격적으로 룰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본 룰북은 일본산 룰인만큼 흔히들 턀갤럼들이 좋아하는 댄디와의 큰 차이는 물론이며, 기존 메이저 일본룰(덥크, 카미가카리, 시노비가미를 위시한 사이코로 픽션 전반)과도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룰입니다. 제작자도 그렇게 말했듯 혹자는 오히려 TRPG보다는 보드게임 감각에 가까운 룰이라고 할지도 모르고, 극단적으론 TRPG로 보지 않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룰은 TRPG로 발매되었고, 제작자 역시 그 이유를 밝히고 있습니다.
~ 적과 흑의 시작
그렇다면 어째서 이 룰은 TRPG로 출간된 것인가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선 본 룰의 모티브이자 룰 전체에서 강하게 영향을 받았다는 향취를 풍기는 작품, 용기사 07의 '괭이갈매기 울 적에' 를 짚고 넘어가야합니다.
괭이갈매기 울 적에는 2007년에 첫 출시하여 2010년 겨울 마지막으로 완결나기까지, EP5에서 팬을 대놓고 조롱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건 용기사 팬덤을 EP8 한방으로 전부를 스스로의 손으로 와해시킨 기념비적인 작품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용기사가 얼마나 빡대가리 짓을 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니까요. 이 작품 은 괭갈에 가장 큰 영향을 받았으며, 그 중에서도 작중 등장한 붉은 진실(赤き真実)에 조명하고 있다는 걸 알아야합니다.
(작중 등장한 붉은 진실)
붉은 진실이란 마녀와 참가자가 겨루는 추리전에서 게임마스터(마녀)가 보증하는 흔들리지 않는 절대적 진실을 붉은 글자로 선언하여 참전자들에게 이번 사건에서의 진실의 일부를 알리는 작중 장치입니다.
본 룰, 적과 흑은 이 붉은 진실과 선언을 본 제작자가 「참가자와 게임마스터가 각자의 진실을 선언하며 추리를 바탕으로 맞서 싸우는 게임을 하고 싶다.」라고 생각한 데서 시작되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기존 시장에 나와있는 TRPG 시스템과 보드게임들을 살펴봐도 대응되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결국 스스로 제작했다고 합니다.
~ 어째서 TRPG?
이 룰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한다면 역시 「선언」을 꼽을 수 있습니다. 선언이란 플레이어가 시나리오의 미스터리한 사건을 두고 자신이 추리하여 도출한 결론을 '이 추측은 사실이다!'라며 선언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통상의 TRPG에서 GM의 제어하에 세션을 진행하는 기성 TRPG의 흐름과 크게 다른 디자인이기도 합니다. 플레이어의 권한이 그만큼 크고, 플레이어가 선언한 내용은 세션에서 모순되는 경우가 없는 한 강한 영향력을 가집니다. 제작자인 미츠다 아키히로는 이러한 선언 시스템을 위해서 보드게임과 TRPG 모두 고민해봤지만, 보드게임의 구성보다는 대화와 약간의 RP로 구성된 TRPG로 적과 흑을 만들었다고 이야기합니다.
~ 그렇다면 적과 룰은 무슨 룰?
이 룰은 초장부터 이 룰의 테마를 '날조 미스터리'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날조와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추리가 섞여있단 점입니다. 이는 마술사인 플레이어의 목표인 '이츠와리'라는 생명체에 의해 조작되어 언뜻 보기에 불가해한 사건을, 그 진상을 추리하거나 혹은 날조를 통해 어떻게든 그 사건이 현실에서 일어났을법 한 사건으로 각색해 종결시킨다'라는 것에서 잘 드러납니다. 진상이 감춰진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고 그 사실을 공표해도 되며, 사건현장이나 증거품의 날조와 선언으로 기존의 진상과 다른 자기 입맛에 맞는 결말을 유도해도 되는 것입니다. 그 결과가 초자연적인 현상에 의한 사건이 아닌 인간이 인지가능한 범위에서 일어났다라고 납득만 시키면 되는 룰이지요.
~ 어떻게 사건을 해결해?
여기서 필요한 것이 바로 선언입니다. 마술사들은 사건을 조사하고 얻는 정보인 관계자들의 발언, 흉기나 시체의 증언을 통해 사건의 정보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또한 플레이어가 만들어낸 증거나 현상을 사실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자신의 의견이 룰 상에서 사실로 받아들여지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선언과 조사를 통해 얻은 증거들을 바탕으로 사건을 미스터리하게 각색한 이츠와리를 고발하고 전투로 쓰러뜨리는 것으로 새로운 날조된 진실 혹은 찾아낸 진실을 조서로 작성하여 현실에 반영할 수 있게 됩니다.
~ PL의 권한이 너무 강한건 아닌지?
PL이 주장한 수많은 창의적인 선언이 사건을 이리저리 꼬아버리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것이 세션을 재밌게 만드는 요소기도 하죠. 그러나, 어디까지나 날조된 사실은 흔들리지 않는 진실 앞에선 힘을 잃는 법. 플레이어가 사실이라고 주장한 선언은 환상이라는 강도를 가집니다. 환상은 환상을 이길 순 있으나, 작중 설정된 진실이 드러나 환상과 모순될 경우 진실을 이길 수 없는 것이죠. 세션에는 미리 설정된 수많은 진실이 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추리가 궤도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을 막아주는 안전장치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여러 추리물에서 따온 수많은 추리물의 법칙들, 녹스의 10계나 반다인의 법칙 등등 시나리오 별로 반드시 보증하는 확고부동의 법칙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진실과 법칙은 플레이어를 방해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날조와 거짓은 진실과 동떨어지 않지만 기묘하게 비틀려 사건을 바꾸는 것이 재미있는 것. 진실을 모르고 날조하거나 진실과 너무 멀어져버리면 오히려 그 촌극을 즐길 수 없기 때문입니다.
~ 중요한 것은 선언과 고발 그리고 상상력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룰은 막상 세션 내로 들어가면 rp할 거리가 풍부하진 않습니다. 관계자를 탐문하고 전투하며 약간의 rp를 할 수 있는 정도니까요. 그러나 PL이 직접 시나리오의 흐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자신들이 주장한 환상이 시나리오의 결말로 채택 될 수 있다고 하는 데에서 오는 재미는 큽니다.
그러기 위해 플레이어들은 사건을 조사하고 진실과 환상을 선언하고, 이츠와리를 고발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고발에는 그에 따르는 논거가 필요하기 마련이죠. 대상을 고발하기 위해 어떤 날조를 해야하는지, 어떤 증거를 찾아야하는지 고민하며 하나하나 선언해나가는 재미는 직접해보지 않으면 잘 알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세팅에 따라선 유저끼리 경쟁하여 자신이 원하는 결말을 내기 위한 붉은 서약 규칙, 제 3세력이 참여하는 규칙도 있으며, 기본적으로 모두가 협력하여 사건을 해결하는 것도 가능하니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 마치며
원래부터 관심이 있다가 최근에 사서 테플을 한 번 해보았습니다. 룰 자체가 캐릭터 메이킹은 쉬워도 시스템이 어려워서 초반에 다들 버벅이긴 했지만 결과적으론 첫 세션 이후엔 전반적으로 호평이였네요. rp 요소가 적은게 단점이라고 하긴 했지만 정작 세션 들어가면 이것저것 생각하고 선언하느라 rp는 적당히 하게 되는 감도 있긴 합니다.
지금은 당장 절판되어 구하기 힘든 룰이긴 합니다만, 나온지 1년 조금 넘은 룰로는 특이한 컨셉과 플레이 자체의 유니크함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룰입니다. 이런 류의 추리극을 좋아하신다면 한 번 플레이 해 보시는 것도 상당히 재미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여러분도 지금은 다 끝나가지만 만우절을 맞이하여 날조와 거짓, 그리고 진실이 대립하는 날조 미스터리 TRPG 적과 흑 어떠신가요?
~ 추신
나도 플레이어 해보고 싶은데 룰북을 혼자 산 죄로 마스터 밖에 못했음. 적과 흑 구인을 늘리자
미친 괭갈 기반 TR이 있네 ㄷㄷㄷ
완전히 같진 않고 붉은진실 푸른진실 같은 부분이나 초반 추리배틀 부분에 가깝긴 하지만 작정하고 괭갈풍으로 룰 좀 개변하면 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설명은 끌리는데 왜절판 ㅋㅋ
인기 조온ㄴㄴㄴ나 많아서 절판된거라 아마 4~5월 내로 재판할거 같습니다. 인기 많다고 판단한 이유는 룰 나온지 아직 1년 좀 넘었는데 벌써 서플이 두개나 나옴
ㅇㅎ 인터레스팅하네요..
나 자이니치라서 이거 리플 본적있는데.... 좀 난해하던데 시스템이라기보다 시나리오들 자체가... - dc App
어쩔 수 없는게... 직접 시나리오에 대해서 플레이어가 논거를 만들고 찾고 그걸로 고발하면 지엠이 판단하고 하는 룰이라 난이도가 있는 편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