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어그로 관리 개념이라는 게,
RPG에서 몬스터들이 자기 기준에 맞추어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걸 CRPG에서 처리할 방법이 없으니까 생겨난 거임
사실 D&D에 탱킹 클래스 따위는 없었음
전사는 근접전에서 존나 아프게 때려서 '시발 이 새끼 당장 안 조지면 내가 죽겠다' 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게 기본이었고
허약한 캐스터들은 걍 알아서 안 맞도록 잘 피해 있거나 도망다니는 게 일이었음
사제가 전사 다음으로(어쩌면 전사 이상으로) 튼튼해야 하는 것도 이 혼란스러운 전장에 뛰어들어야 했기 때문이고
천 사제 따위 나약한 놈들은 D&D 세상에서 살아 남을 수 없었다 이거야
그런데 세월이 흐르다 보니까 도리어 이런 탱킹 개념이 사람들의 인식에 기초처럼 박혀서 도리어 RPG에서 이런 걸 요구하게 됨
놀랍게도 이걸 진짜 곧이곧대로 반영하려고 한 RPG가 있는데 그게 바로 로그 호라이즌 TRPG고
헤이트(어그로) 개념은 뭐 나름 재미있다고 할 수도 있지만 좀 애매한 감이 있지
F.E.A.R.사 게임은 비교적 체계적인 아군 보호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
대신맞는 스킬(커버 + 원거리 커버 + 광역 커버) + 방어력 높이는 스킬 + 공격 대미지 감소시키는 스킬 + 회복하는 스킬
등으로 아무튼 공격에 대응해서 끼어들어 사용하는 스킬들(그리고 그거 못하게 하는 스킬들)을 주고받으면서 공방을 오가게 함
아리안로드쯤 되면 이게 꽤 체계가 잘 잡혀 있어서 의외로 재미있음
(로그 호라이즌도 아리안로드를 모방한 시스템인데 앞서 말한 헤이트와 함께 이런저런 미세조정에서 좀 아쉬운 점이 있다)
아무튼 D&D 본가는 지금까지도 비교적 전통적인 노선을 갖추고 있긴 한데
작정하고 한 놈만 노리면 죽을 수밖에 없는 걸 막기 위해 3판에서는 기회 공격을(무시하고 지나가지 마라) 넣고,
4판에서는 아무튼 나름 탱킹 비스무리한 개념을 넣으려고 시도했음
D&D 4판에서는 디펜더 역할군의 클래스는 각자 '마크'라는 개념이 있는데,
기본적으로는 이 캐릭터가 마크한 캐릭터는, 자기를 마크한 놈을 안 때리면 공격에 다양한 페널티를 받는 식임
특히 소드메이지(인트 특화 디펜더!)가 끝내주게 멋있는데,
자기가 마크한 놈이 자기 버리고 딴 놈 때리러 가면 텔레포트로 쫓아가서 때리고!
혹은 텔레포트로 자기 옆으로 다시 끌고와서 때린다!
얀데레도 이런 얀데레가 없다고 우리 팀에서는 칭송이 자자했음
(물론 4판에는 양대 얀데레인 어벤저가 있긴 함)
그리고 시대가 흘러 패스파인더 2판이 나왔는데,
패파 2판에서는 기회공격이 모든 클래스 공통이 아니게 됨
파이터 정도만 기본으로 갖고 있고 다른 클래스는 나중에 얻거나 약간씩 다른 걸 피트로 얻게 되어 있음
전체적으로 게임 내에서 기회공격을 좀 덜 의식하고 적극적으로 움직이라는 방향성으로 보임
아무튼 이 얘기를 하려던 게 아니라,
패파 2판에서는 기존의 팰러딘이 챔피언이라는 이름으로 바뀌고 공격적 성향이 많이 줄어든 대신 방어자 역할이 강해짐
기회 공격 대신에 주변에서 아군이 공격당할 경우 쓸 수 있는 특수한 리액션을 받는데 이게 가치관에 따라서 형태가 다름
예를 들어서 LG라면 주변에서 아군이 얻어 맞을 경우 그 대미지를 일정량 감소시키고 때린 적을 때려 줄 수 있고,
NG라면 적에게 선택을 하게 함. '우리편 때린 거 취소할래 아니면 이 정도 대미지를 받고 상태 이상 걸릴래?'하고.
CG일 경우 리버레이팅 스텝이라고 해서 아군이 맞은 대미지를 감소시키고 움직임과 관련된 제약을 풀어주고 추가 이동을 시켜 줌
이 추가 이동으로 거리가 벌어지면 추가 공격을 당하기 어려워지니까 상황에 따라서는 아주 유용하기도 하지
이블 계통의 챔피언들인데, 사실 얘들은 아군이 맞을 때가 아니라 자기가 맞을 때만 저런 능력이 발동함
D&D는 기본적으로 나는 나의 아군이 아니기 때문에 아군을 지킨다곤 할 수 없지
아무튼 얘들 중에서도 멋진 게 LE 가치관 가진 애들인데(얘들은 Tyrant라고 불림),
얘들은 15피트 내에서 누군가에게 얻어 맞을 경우 상대에게 선택을 시킬 수 있음
'내 앞에 무릎꿇거나 아니면 멘탈 대미지를 처먹어라'
레벨이 오르면 한 놈 말고 그 주위에 있는 놈들도 같이 무릎을 꿇거나 대미지를 처먹어야 함
피트를 하나 투자하면 이 멘탈 대미지를 지속적으로 처먹음
무릎꿇기는 룰상으로 넘어진 취급이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걍 멘탈 대미지를 먹고 말지만,
아무튼 상대를 무릎꿇릴 수 있는 끝내주는 옵션이라 본 순간 감탄이 나오더라
이걸 강요할 수 있었으면 진짜 완벽한데 말이지
3줄 요약
남이 지켜주길 바라지 말고 알아서 살라는 게 전통적 D&D의 지침
그래도 시대가 흘러 이런저런 옵션을 제공하기도 함
그래도 좋은 포지셔닝보다 좋은 방어책은 없다
패파 2판 번역된 SRD같은거 없어?
창회에 클래스는 거의 다 번역이 올라와 있던 것 같음
결국 그웨마만큼 쎈 대미지 달라고 징징대는게 전통 d&d 스타일에 입각한 요구사항이라는건가....!!!
5판은 수치를 억제하다 보니 AC가 전체적으로 낮아서 명중 까고 대미지 높이는 게 효율이 좋다는 문제도 있지
패스파인더 2판 플레이어로 해보고 싶네. 코로나 때문에 그럴 일은 없겠지만
4판 에센셜이 평이 쌔하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디펜더즈 오라>가 테이블 상에서 가장 간결하고 쓰기 좋게 어그로 개념을 구현하고 있다고 생각함 (반면 마크는 취향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