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TRPG 입문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이고, 특히 크툴루 쪽에서도 몇몇 보여서 글 써봄.


'유령의 집' 시나리오는 크툴루의 부름 TRPG에서 몇십년동안 초보자한테 추천되어온 레전드 시나리오고,

국내외 가리지 않고 평이 굉장히 좋아. 무엇보다 입문자들한테는 공짜로 풀려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찍먹해보게 됨.


그런데 난 이 시나리오가 오히려 초보자들한테 좋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이 시나리오는 '조사'를 많이 시키는데, '목적'은 너무나도 확고해. 

(스포 피하려면 여기 아래부턴 보지마셈)


이 시나리오는 저택에 이상한 일이 있다고 말하면서 시작된다. 별 것도 없고 걍 그거임.


숙련된 플레이어라면 크툴루라면 조사를 해서 정보를 좀 얻어가는게 도움이 된다는 걸 알고 있고,

숙련된 수호자라면 플레이어들을 자연스럽게 조사하도록 유도할 수 있으니까 노 상관임.


그런데 이걸 초보 수호자/탐사자한테 맡기면 어떻게 되냐:

탐사자들은 일단 그 집에 가보려고 함. 그게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직관적인 방법이니까.

이렇게되면 보통 초보 수호자들은 당황한다. 왜냐면 저대로 두면 시나리오가 엄청 빨리 끝나거나 그냥 터지거든.


'하지만 책에서 신문사, 기록보관소 같은 곳에 이러한 정보들이 있어요라고 써있으니까 그대로 읽으면 되는거 아님?'

이라고해도 이건 그것대로 또 문제인게


그런 선택지를 대놓고 말한다는게 매우 레일로드 같이 느껴짐. 사실 여기까진 그렇다 치는데

문제는 조사 파트를 초보 수호자가 재밌게 이끌 수 있냐야.


도서관갔다가 신문사갔다가 기록보관소가고 자료조사 롤 굴리라고 해서 실패/성공 정보 쪼가리 얻고

탐사자들이 '이제 유령집가도 됩니까? residentsleeper' 이런식으로 수호자의 허락을 구하는 굉장히 기형적인 게임방식이 펼쳐질 우려가 꽤 있어.

왜냐면 플레이어들이 가고싶어서 간게 아니라 그냥 수호자가 '저기를 먼저 조사해보십시오'하고 꽂아버린거니까.


게다가 더더욱 큰 문제는 시나리오가 전혀 미스터리하지 않다는 점.

크툴루가 원래 정보를 떠먹여줘야하는건 맞지만 정보를 아주 조금만 찾아보거나 심지어 찾아보지 않아도

눈치빠른 플레이어들은 저 집 구석이나 지하실에 코빗의 시체가 있겠거니하고 유추해낼 수 있어.

그러면 자료조사 하는 과정이 더 지루해지기도 하고... 


그래서 난 차라리 룰북에 있는 납치된 딸을 찾으러가는 시나리오를 추천함 ㅇㅇ

초보자한테도 어렵지않고 더 미스터리하면서도 다양한 선택지의 재미가 더 있다고 생각하고.

만약에 유령의 집 시나리오를 돌리겠다면 반대는 안하겠지만 저 위에 말한 부분들은 잘 고려해서 준비하고 돌렸으면 해.


3줄 요약

1. 유령의 집이 단순해서 돌리긴 쉽지만 단순해서 이야기 구조가 딱딱하다

2. 탐사자들을 집에다가 바로 안매다꽂고 조사시키게할 "재밌는" 장치를 생각해야함

3. 초보 시나리오라고 얕보면 핵노잼으로 터질 수도 있다


이건 전부 내 개인적인 의견이고 반박시 당신이 옳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