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광장에 종종 찾아와서 구걸하며 한탄하는 사람이 있었다.

광장마다 규칙과 모여있는 사람들이 달랐기에 구걸하는 사람과 그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많은 광장도 있었고,

매일 싸우는 사람들이 모이는 광장도 있었고,

토론을 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광장이 있었다.


어쨋든 이 광장에는 종종 찾아와서 구걸하는 사람이 있었다.


처음에는 그렇게 구걸하는 사람에게 "어쩌다가 그런 신세가 되었소?"라고 물어봤고,

한숨을 쉬면서 자기의 신세한탄을 하는 그 사람에게 동조하면서 "저런 망할놈, 참 안타깝구려."하고 한푼 주고 가곤 했다.


여느날 처럼 구걸하는 사람의 한탄을 듣던 사람 중 하나가 외쳤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너무한 것 같소. 우리 같이 본때를 보여줍시다."


그 구걸하는 사람은 오래전부터 광장을 이용했고, 사연이 워낙 안타까웠기에 광장을 이용하던 사람들은 금방 그 의견에 동조했다.

광장에서 같이 구걸하는 사람을 내친 그 몰지각한 사람을 다 같이 욕하면서 시위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위를 하고 있자니 한 사람이 나타났다.


"내가 이 광장을 자주 지나가는 사람도 아니고해서 무시하고 있었는데... 이젠 소문이 돌고 돌아 결국 내 귀까지 들어오게 되었구려. 다같이 화를 내기 전에 이 CCTV를 먼저 보시고 판단하면 좋겠소."


CCTV에 찍힌 장면에는 구걸한 사람이 그곳에서 쫓겨날 만큼 잘못한 일들이 모두 찍혀있었다. 사람들은 그제야 사실을 깨닫고서 구걸하는 사람에게 따져보려고 둘러봤지만, 그는 이미 자리를 비운 후였다.




여느날 처럼 광장에는 구걸하는 사람이 또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는 구걸만 할 뿐 아니라 그곳에서 자신을 쫓아 이곳에서 구걸하는 신세가 되었다며 욕하고 있었다. 너무 시끄러워 광장을 이용하던 사람 중 하나가 그 사람에게 다가가 요청했다.


"이보시요, 당신이 어디서 구걸하든 상관없는데, 좀 시끄럽게 욕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소. 아니, 욕을 하는 건 좋은데 정말 같이 욕을 하고 분노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증거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소?"

"어디서 선생질이요! 당신이 내 사정을 알기나 하오?"

"아니, 그러니까 여기서 사정사정하면서 욕만 해봤자 변하는 것도 없으니, 경찰서를 가든, 당신에게 일을 저지른 그 사람에게 찾아가서 따지든, 아니면 여기서 최소한의 증거를 보여주면서 화를 내든 그랬으면 좋겠단 이야기오."

"아직도 상황 파악 못하는구먼! 에잇, 쯧쯧쯧, 그렇게 선생질 하면서 알려달라고 하면 사람이 말이나 하겠소?"

"하... 네, 선생질 한건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니, 죄송할 게 뭐가 있소?! 이 무지한 사람들로 가득한 광장에서 한탄한 내가 모지란 놈이지! 내가 모지란 놈이야!"


말이 통하질 않자 한숨을 쉬고선 그 사람을 내버려두고 돌아왔고, 구걸하면서 한탄하던 사람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계속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홀로 외치기 시작했다.




오늘도 그 광장에는 구걸하며 한탄하는 사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