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것들은 우선 이 서사싸움의 최고봉 피아스코를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들과 더 재밌게 즐길 수 있을 지. 혼자서 뭘 할 수 있을 지. 생각해본 것들이고.
이런 것보다 훨씬 중요한 건 마음이 잘 맞는 사람들과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친구들이랑 하거나 어떤 작품을 같이 공유하고 있는 사이끼리 (어떤 장르의 팬이라던가) 할 때, 굉장한 시너지를 낳는 룰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가 어떤 것을 연출했을 때, 그 사람의 의도를 파악하고 거기에 맞춰서 행동하는 방향으로 행동할 수 있는건. 서로를 잘알고 있는 사람, 특히 서로 어떤 장르의 작품을 보고 있는지 알고 그 작품의 클리셰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친구들끼리 티알을 하고 싶다면. 그리고 그 친구들이 어떤 작품들 (특히 장르물)을 즐겨 보는 사람들 이라면 비슷한 장르의 플레이세트를 가져와 함께 플레이한다면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는 룰일거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시작해보자면.
'가끔은 악역을 자처해라.'
보통 3명에서 5명 플레이 추천이기 때문에 한명 정도는 깽판을 쳐줘야 이야기가 흥미로워 지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악역은 그냥 나쁜 놈이 아니다. 나쁜 놈은 피아스코에서 나쁜 놈이 안되기가 쉽지않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악역은 다른 캐릭터들의 목표를 막는 악역을 이야기한다. 그러니까 다른 플레이어들을 주인공으로 만들고 그 주인공을 가로막는 빌런이 되라는 말이다. 안타고니스트인가? 뭐 그런걸 이야기한다. 편의상 악역이라고 얘기 하겠다.
왜냐하면 보통 피아스코를 하다보면 캐릭터의 목표가 생기는 데, 아무도 그 캐릭터의 목표에 관심이 없다면 그 캐릭터는 목표를 낼름 달성해 버리고 서사에서 힘을 잃어버린다. 그래서 보통 목표는 다른 플레이어와 걸쳐있는 것을 잡는게 좋기는 한데. 그거는 모두가 이런 생각을 공유하고 있을 때에 이야기고.
나는 보통 피아스코를 처음하거나, 오랜만에 하거나, 익숙하지 않거나, 티알 자체를 처음하는 사람들과 플레이를 주로 했다. 다들 목표를 아예 설정을 안하거나 목표가 너무 쉽거나 애매한 목표를 잡는 경우가 생겨버리면. 이미 게임이 시작한 시점에서 되돌리기가 쉽지가 않다.
그리고 두그룹 쯤으로 나뉘어서 따로 노는 경우도 있다. 4명이면 2명, 2명. 5명이면 2명, 3명이 각자 따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는 형태가 되곤 한다. 그래도 재밌게 끝나는 경우도 있겠지만 한 서사를 2명이서 다루고 잇다는 건, 이야기가 두명의 의도대로 잘 흘러간다는 이야기다. 피아스코는 이야기가 잘 흘러가고 모두 햅삐햅삐하기 시작하면 재미가 떨어진다.
그럴 때, 내가 악역이 되어서 다른 캐릭터들의 목표를 가로막으면, 서사에서 빠지는 캐릭터도 없고. 캐릭터들이 나를 중심으로 모이기 마련이다. 그러면 서사는 섞이기 시작하고 점점 어떻게 진행될지 예측할 수 없게 되고 흥미로워진다.
그렇다고 캐릭터의 모든 목표를 다 파악해서 거기에 모두 반대되는 캐릭터를 머리싸매고 끙끙대며 만들 필요는 없고.(물론 다른 캐릭터들의 목표가 겹치거나해서 괜찮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면 그렇게 하는게 더 나을 것이다.)
단순하게 모두를 죽이려고 한다던가.(시작부터 죽이려고 하기보단 왜 죽여야하는지 이유가 갖춰진 순간부터 살인을 시도하면 좋다.)
모두를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게 하려는 권력자 (자신의 심리를 잘 드러내지 않고. 모든 캐릭터에게 언제나 자신이 우위에 있다는 듯이 대하다가 마지막에 무너지면 다들 좋아한다)
등등의 캐릭터로 충분히 할만하다.
이렇게 스케일이 큰 악역이여야 이야기를 마구 주무르기 좋다. 양아치는 그릇이 작아 다른 캐릭터들을 서사안에 담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항상 악역을 하라는 이야기는 아니고 저런 문제점이 생길거 같다 싶을 때 쓰면 좋다.
그 다음, 갇히지 마라.
내가 이 게임에서 할 수 잇는 권한에 관한 이야기다.
내 캐릭터는 일개 인간(인간이 아닐수도 있겠지만)에 불과하기에 행동을 할 수 있는 범위가 좁다.
갑자기 전염병이 돌아서 건물 안에 사람들이 다 죽거나 미치거나 하는 일을 캐릭터는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딱히 그 쪽 분야의 박사도 아니고,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인맥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플레이어는 작가 중 한명이니까. 쌉가능한 부분이다.
그냥 장면을 설정하겠다고 하고 "다 뒤져요"하면 뒤지는 것이다.
플레이어의 캐릭터가 엮여있다면 동의를 구하거나 할 수 있겠지만(그리고 그렇게 쉽게 죽이는건 재미 없겠지만) 서사에 그닥 중요하지 않은 NPC라면 쓱싹이다.
이런 방법은 사건을 만들어서 다른 캐릭터들이 곤란하게 만들기 괜찮다.
내가 경찰 캐릭터인데, 범죄 쪽으로 뒤가 구린 캐릭터가 친구를 만나려고 친구 집에 들어가보니 친구가 죽어있고 내 캐릭터가 거길 덮친다?
누가 그 친구를 죽였는지는 딱히 상관없다. 내 캐릭터의 목표를 이루려면 그 정도 우연의 일치 정도야.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충분히 넣을 수 있는거 아니겠나?
캐릭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도 가능하지만 세션 초반에 각자 서사를 위한 빌드업을 해볼까 말까 하는 시점쯤. 어수선 할때에 중심 사건을 만들어서 (학교 배경이면 누군가 자살한다던가, 큰 사고가 일어나 캐릭터들의 주변인이 죽는다던가, 다같이 타고있는 배가 표류한다던가) 이 역시 캐릭터를 한 서사에 모일 수 있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남발하기 보단, 본인 캐릭터가 지금 딱히 할일이 없거나 어떤 캐릭터가 독주하고 있는데, 맥락상 내 캐릭터의 행동으로는 막을 방법이 딱히 없을 때, 누군가 해결을 하겠다고 장면을 만들어 달라고 하는데 딱히 떠오르는게 없을 때. 쓸만하다. 내 캐릭터가 할일이 있다면 일단은 그 쪽으로 달려보는게 좋긴하다.
떡밥은 자제하고, 떡밥이 뿌려져 있다면 냉큼 회수해서 내가 유리한 쪽으로 만들어버려라.
친구들끼리 자주하던 실수인데, 뭔가 의미심장한 물건을 만들어 놓고 이게 뭔지 확실히 정해놓지는 않고 다음 사람에게 떠넘기는 일을 많이 했다.
뭐가 쓰여있는지 모를 장부, 뭐가 들어있는지 모르는 가방, 뭐가 들었는지 모르는 USB같은 것들.
이런 것들이 돌고 돌아 캐릭터들 끼리 "아아 이것은...!!" 이런 대사만 치고 다음 사람에게 넘겨버리면 이런 물건들은 '왜인지 모르지만 무서운것, 없애야 하는 것, 가지고 싶은 것' 이런 쓸데없는 수식어가 붙기 시작하고 그러고 나면 그게 뭔지 정확하게 규정하기 힘들어진다. 이걸 어떤 것으로 규정하는 순간 그 전에 다른 캐릭터들이 이걸 왜 무서워했고, 없애고 싶어 했고, 가지고 싶어했는지를 모두 설명해야 한다. 차라리 맥거핀처럼 그걸 밝히지 않고 끝까지 숨기면서 모든 캐릭터들이 그 물건을 중심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면 그대로 두는 것이 좋지만, 그렇게까지 중요한 물건이 아닌데 쓸데없이 떡밥만 뿌려지고 있다면. 그냥 빨리 주워서 열어버리고 내 캐릭터에게 유리하게 써버리는게 낫다.
피아스코는 서사 싸움이다. 마지막에 누가 주사위를 같은 색으로 잘 가져갔는지. 그래서 누가 좋은 엔딩을 맞이 했는지. 그리고 그걸 위해서 열심히 캐릭터를 굴리다보면 좋은 이야기 하나가 탄생해 있는 게임이다.
그런데 이런 좋은 소스를 나에게 토스해주다니? 냉큼 주워서 다른 캐릭터를 방해하는 도구로 쓰기 딱 좋은 것이다. 안에 뭐가 들었는지도 이제 내 권한이니까.
기억나는건 여기까지. 개인의 입장에서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다가 떠올린 것들이고, 워낙 좋아하는 룰이기에 어떻게하면 모두들 재미있는 경험을 시켜줄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해보다가 떠올린 것들이다. 어떤 것이든지 쓰기 나름이고, 경험에 따라 시도해보고 잘 안되던걸 해결했거나 나름 성공적이었던 것들을 적어봤다.
이 것들을 쓴다고 무조건 좋은 세션이 되는 것도 아니지만,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써봄직하다~ 정도?
이상, 지도 만들 무료툴을 못찾아서 세션 못 열고 있는 TRPGER였다.
개추
도움 많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