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이어 아무튼 오늘 돌아온 오늘의 뻘글. 오늘 쓰면 오늘의 뻘글이다. 그러니까 오늘은 고기 이야기를 해 보자.
내일은 내일의 오늘일지 아닐지 모름.
콩고기와 쇠고기
옛날 옛적에 턀갤에 "ORPG는 콩고기"라는 말이 나온 적이 있음. 사실 그 어조는 몰라도 발언의 텍스트 자체에는 공감하는 쪽임. 왜냐면 콩고기든 진짜 고기든 그걸 먹는 당사자의 입장에서 맛있으면 그만인 거거든? 혹시 너희는 콩고기는 쇠고기만 못하다고 해서 사발면에 들어가는 콩고기 안 먹고 버리냐? 아니지? 뭐 어쨌든 결국 콩고기든 진짜 고기든 근본은 단백질이고, 맛이나 영양 같은 건 고기의 질과 요리하는 사람 실력에 달린 거임. 현실에서 콩고기가 하위호환으로 여겨지는 이유는 결국 고기의 질의 문제인데, 고급 콩고기는 진짜 고기와 크게 구분이 안 되는 수준까지 올라온 상황임. 그리고 채식주의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콩고기 >>>> 쇠고기겠지?
어쨌든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이걸 TRPG와 ORPG의 관계로 놓고 보면 내 관점에서 "ORPG는 콩고기"라는 주장은.... TRPG든 ORPG든 플레이를 하면 플레이에 쓰일 '시나리오(PbtA 같은 경우 마스터의 머릿속의 생각 같은 거)'에 마스터의 '실력'과 다들 모두 모여 앉은 테이블이든 Roll20이든 디스코드든 아무튼 '매개체'가 사용되어서 하나의 플레이가 완성되는 건데, 시나리오나 마스터의 실력 같은 거는 어차피 같은 시나리오 / 같은 마스터라고 치면 TRPG / ORPG나 그런 부분에서는 큰 차이가 없어야 하는 게 당연한 거니까 결국 플레이에 사용되는 '매개체'의 차이로 인해서 만족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됨. 그런데 이 '매개체에 대한 만족도' 부분도 결국 플레이에 참여하는 사람들마다 다를 수 있는 문제니까 그 부분을 고려해서 '콩고기를 굳이 쇠고기 미만으로 보지 않는다는 / 볼 이유가 없다는 것'을 전제로 깔고 들어가 '둘은 서로 다른 것'이라고 정의하는 내용으로는 딱히 틀린 문장은 아니라고 생각함. 근데 그런 전제는 전혀 안 깔았었지 아마? 그러니까 맞을 만한 말이 된 거.
그럼 이제 다른 고기 이야기를 해 보자. 혹시 돼지 반 마리짜리 고기 본 적 있음?
정육점의 고기(발골 및 육가공을 거침)
원래 정육점이 도매상에서 대충 반갈죽된 돼지를 통째로 떼오면 그걸 있는 그대로 파는 게 아니라는 건 다들 알지? 부위 별로 발골하고 썰고 이쁘게 포장한다거나 뭐 그렇게 해서 파는 거임. 근데 이렇게 "가공"을 하는 거 자체는 "공개플"이나 "관전 가능", "리플레이" 등에도 통용될 수 있다고 생각함. 왜냐하면 이런 식으로 TRPG / ORPG의 플레이를 "남에게 보여주는" 내용은 플레이 내용이야 어쨌든 간에 결국은 '마스터가 상황을 잘 통제하면서 플레이를 이끌어 가는 재미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목적이 되거든. 물론 여기서의 '상황 통제'란 마스터가 플레이어들 목에 관전자들 몰래 폭탄 목걸이를 채우고 테이블 밑으로 발길질을 하며 답정너를 강요한다거나 그런 게 아니고, 플레이어가 A라고 말하면 그 의도를 파악하고 자신이 지향하는 이번 세션의 흐름에 따라가도록 적당히 원래 생각해뒀던 B대신 C라고 답하고 계획을 머릿속에서 수정한다거나 혹은 B라고 말하고 플레이어의 A에 그걸 맞춰줄 방법을 생각하는 식으로 어찌어찌 이야기가 진행되게 하는 걸 말하는 거야.
그러니까 다르게 말하면 TRPG / ORPG 플레이를 통해서 뭔가 좋은 걸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해서 날 것으로 플레이를 그대로 보여 줄 필요는 전혀 없고, 그보다는 적당히 짜고 치거나 합이 맞는 식으로 연출을 하는 게 '보여주기'에는 훨씬 효과적이다, 이거지. 물론 완전히 짜고 칠 필요는 없는데, 최소한 마스터나 다른 플레이어가 뭐라고 하면 거기에 착착 분위기를 맞춰 줄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된 사람들을 모아놓고 플레이를 하면서 남들에게 보여 주어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함. 프로레슬링이 딱 이런 방식이지? 그리고 이런 부분을 무시하면 때로는 모두의 눈 앞에서 한만두 같은 말도 안 되는 일이 터지기도 하는 거야. 그러니까 구경꾼들에게 '뭔가 제대로 돌아가는 걸' '확실히' '보여주고' 싶다면 굳이 '각본 없는 드라마' 같은 걸 지향하는 게 아니라 말은 그렇게 하더라도 이미 무대 장치를 다 갖춰 놓고 합도 맞춰 본 상태로 '프로레슬링' 같은 걸 하는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임. 실제로도 한때 왜국에서 잘 나오던(지금도 잘 나오던가?) 윳툴루 같은 것들 중에서는 보면 분명히 웃기기는 한데 플레이 내 상황을 생각해보면 이놈들 진짜로 주사위는 굴리긴 하는 걸까 싶은 것도 많았었음.
그래서 나는 TRPG / ORPG의 관전이나 리플레이 같은 걸 보고 뭔가 배운다는 생각에 대해서는 그렇게 좋아하지 않음. 그런 게 개인적으로 재미가 없다거나 그런 걸 떠나서, 결국 얼마나 그 리플레이나 관전 플레이가 재미있게 느껴졌든, 그게 네가 직접 하게 될 플레이가 그렇게 돌아간다는 걸 보장하지는 않고, 플레이어로서든 마스터로서든 그렇게 보는 것보다 그냥 실제로 플레이에 참여하면서 보고 배우고 느끼는 게 훨씬 더 많을 거라고 생각하거든. 물론 단순히 보고 즐기는 목적이라면야 그딴 거 따질 필요가 없으니 별 상관은 없다고 생각함. 다시 고기를 소재로 말하자면 집에 앉아서 요리사의 고기 요리 방송을 보는 게 몸은 편하겠지만 직접 가서 고기 요리를 요리사에게 배우거나 한 접시 얻어먹어 보는 게 그 고기 요리에 대해서 이해하는 걸로는 더 효과적일텐데, 그런 거 신경 안 쓰고 단순히 즐기려고 보는 관점에서라면 요리사의 고기 요리 방송은 충분히 재미있을 수 있는 소재다.... 그런 이야기가 되겠다.
3줄 요약
콩고기든 소고기든 일단 먹는 사람한테 맛있으면 그만인 것이다
정육점 고기는 대개 발골 및 육가공 작업을 거친 뒤의 물건이다
다들 이 글의 소재에서 눈치챘겠지만 나는 채식주의자가 아니다
그냥 trpg나 orpg는 닭고기랑 쇠고기라고 하면 되는 문제 아닌가? 왜 굳이 하위호환이나 부정적인 느낌이 드는 워드를 쓰는지 모르겠음. orpg 인구 풀이 현실 비건들 비율마냥 적은것도 아닐텐데
그것도 맞는 말인데 먼저 콩고기 쇠고기 쓴 말이 나왔으니 나도 이러고 있는 거지.
거 비구들도 갈빗집에서 고기 뜯더만 채식주의자도 고기 좀 먹을 수 있지
고기는 실제 중대사항
중국 양무제거 따로 육식을 금지한 게 현 대승불교의 노근본 채식의 근본이고 원래 승려들은 탁발한 거 주는 대로 먹는 게 맞았음. 양무제는 그딴 짓한 업보인지 굶어죽었고.
양무제거 -> 양무제가
사먹는건 어느 종파건 안되는거잖아
뭐 그렇긴 하네
그러니 콩고기라고 비유한 것이 큰 실수 맞다
둘중하나를 못하는 사람이 있으니 콩고기,쇠고기 비유가 맞따
비건죽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