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eper's Companion Vol.1에 실려있던 키퍼를 위한 제안들(Suggestions for Keepers)의 내용.
다만 부연 설명은 내 맘대로 끄적거림.
플레이어들과 캐릭터들을 이해해라(Know your Players and Their Investigators)
기본적으로 플레이어들이 캐릭터를 완벽하게 연기할 리는 거의 없고, 적어도 어디에선가는 본성을 어느 정도 드러내게 되어있음. 그리고 때로는 그런 플레이어의 본성을 자극하는 게 오히려 더 효과적일 수도 있고, 또한 플레이어들이 원하는 것을 제공해 줌으로서 불만을 줄이고 좀 더 플레이를 부드럽게 만들 수도 있음. 한편 조사원 캐릭터의 경우 키퍼도 알고 플레이어도 아는 정보가 있으니까 그걸 활용해서 전개에 용이하게 써먹을 수도 있음. 예를 들어서 과학자 캐릭터가 있다면 과학적 지식이 특별하게 필요한 떡밥을 던져줄 수도 있고, 반대로 파티에 없는 스킬이 필요한 떡밥을 던져놓고 그런 스킬을 가진 사람을 찾아가는 식으로 진행을 꼬아놓을 수도 있고....
크툴루 신화에 익숙해져라(Become Familiar with The Mythos)
크툴루 신화에 대해서 사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됨. 근데 키퍼는 알아야 해. 왜냐면 그래야 언제 어떻게 어떤 신화생물을 등장시키고, 그 외에도 진행 도중에 어떠한 방식으로 떡밥을 제공할지 생각할 수 있기 때문임. 정해진 시나리오라는 게 있긴 하지만, 그게 그대로 돌아간다는 보장같은 건 전혀 없고, 자작 시나리오를 낼 수도 있는 거니까. 또한 신화생물이 딱 등장했는데 처음 보는 듣도보도 못한 생물을 "야생의 미-고가 나타났다!"라고 설명하고 치울 수 있는 건 아님. 따라서 신화생물과 조우하는 경우 그 외양과 능력을 적당히 묘사하는 선에서 그쳐야 하고, 다른 방식으로 정보를 제공해서 "아 그때 봤던 게 바로 이 미-고라는 생물인 거 같다"고 플레이어 캐릭터들이 추측할 수 있게 만들어 줘야 함. 혹은 흔치 않은 사례겠지만, 비적대적인 신화생물이 자기 소개를 하던가....
모험을 준비해라(Be Prepared the Adventure)
이건 너무 당연한 거긴 한데.... 시나리오를 부드럽게 돌리려면 먼저 이것저것 준비를 해야 함. 예를 들어서 먼저 읽어보고 처음에 얼마나 정보를 줄 것인가, 기본 시나리오를 얼마나 변주할 것인가 등 이것저것 생각하는 건 다른 룰셋에서도 당연한 거라고 생각됨.
분위기를 조성해라(Set the Mood)
CoC는 공포물이고, 동시에 "실존하던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물건임. 따라서 공포 분위기를 묘사할 필요가 있고, 실존하던 시대를 배경으로 삼는다는 걸 보여주려면 실제 책을 찍은 사진 같은 핸드아웃 같은 소재를 좀 활용해 볼 수도 있음. 특히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좋은 수단 중 하나는 뭔가 특정한 현상을 소수에게 찍어서 일으키는 것임. 그러면 "저 찍찍대는 소리 들려?" "아니 난 아무 것도 안 들리는데?" 같은 상황을 만들면서 파티의 행동에도 변화를 줄 수 있거든. 혹은 아무 이유 없이 내지는 플레이어들은 잘 모를만한 이유로 특정 플레이어 하나 찍어서 "님 뭐 체크해 보세요" 하고는 그 결과에 따라서 "갑자기 누군가 지켜보는 느낌이 듭니다...." 같은 묘사를 할 수도 있음.
신뢰가 가고 기억에 남을 NPC를 만들어라(Make Believable and Memorable Keeper Characters)
사실 CoC에서 대부분의 비전투 상황은 뭔가 "다른 사람"에 대해서 조사하거나 혹은 "다른 사람"과 같이 행동하는 상황임. 당연히 그런 캐릭터들의 구현이 잘 되지 않으면 당연히 뭔가 핀트가 어긋날 수 밖에 없으니까, 그럴 때 키퍼가 내놓는 캐릭터들을 잘 구현할 필요가 있다는 것임... 딱히 캐릭터를 만들 여력이 안 되면 이미 시나리오에서 제공되고 있는 캐릭터라도 잘 다뤄야 하는 거고.
가혹하지만 정당하게(Be tough but Fair)
CoC의 갑은 키퍼임. 따라서 키퍼는 일단 상황에 따라서는 플레이어 캐릭터를 죽일 수 있지만, 반대로 진행을 위해서는 너무 자주 죽이지는 말아야 할 필요가 있음. 또한 플레이어들의 행동에 따라서 적절한 보상을 할 필요도 있고. 이게 안 되면 "아무도 죽지 않는 CoC"가 나오거나 반대로 온갖 막장 전개가 이루어지는 윳툴루스러운 CoC가 튀어나오게 되는 법이고, 그러다보면 과연 CoC 룰셋을 사용할 필요가 있는지 의심스러운 상황이 나오게 됨.
완급을 조절해라(Set the Proper Face)
일단 공포물이라고는 해도 대부분 시작부터 끝까지 주구장창 사람만 죽이다 끝나는 건 아님. 처음에는 평화롭게 시작하다가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고, 그러면서 하나하나 죽어나가는 게 일반적인 전개임. 따라서 처음에는 좀 일상적인 요소로 시작한 다음에 점차 상황을 보는 게 좋고, 또한 영화에서 그냥 듣보잡은 살인마가 퍽하고 치면 억하고 죽지만 좀 중요한 인물 같은 경우 죽는 과정을 길게 잡아주는 것처럼 묘사의 양이라든가 질도 상황의 중요성에 따라서 달라지면 좋음.
세부 묘사의 중요성(Details, Details, Details)
원작자부터가 서술충이었기 때문에 CoC에서도 세부 묘사의 중요성이 강조됨. 특히 이 동네는 플레이어 캐릭터 대부분이 신화생물을 처음 보는데다 이름이 뭔지 같은 건 알 수도 없으므로, 그런 신화생물에 대해서 설명할 때는 외양과 행동 위주로 설명해야 함. 또한 "기괴한 현상"도 괴담 같은 걸 생각해 보면 알 수 있겠지만, 키퍼가 제대로 기괴한 부분을 서술해 주지 않으면 이게 왜 기괴한지 알 수 없는 거임. 여기에 추가로 추리를 위한 "단서"를 제시하는 것도 키퍼의 세부 묘사 능력에 맡겨야 하기 때문에 이 부분은 강조될 수밖에 없음. 근데 중요한 점은 이건 키퍼가 세부 묘사를 잘 하라는 거지, 플레이어들에게도 세부 묘사를 강요하라는 건 아님.
가끔씩은 적은 것도 좋다(Sometimes Less is More)
크툴루 신화에 나오는 "너무 많은 것들"을 한꺼번에 집어넣거나, 혹은 대표적이거나, 만만해 보이는 것을 "너무 자주" 꺼내는 것은 딱히 좋은 게 아님. 예를 들어서 신화생물도 자주 보면 "또 저거냐..." 같은 반응이 나올 법 하고, 같은 종류의 개체가 많이 나와도 사실상 그냥 "와 조낸 많네"로 바뀌어 버릴 수 있음. 그런 면에서 비교될만한 작품은 에일리언즈, 그러니까 에일리언 2임. 에일리언 1이 훌륭한 공포영화의 전형이었다면, 에일리언도 많이 나오고 총도 많이 쏘던 2는 훌륭한 "액션영화"가 되었지. 근데 CoC는 공포 내지는 추리가 기본 요소여야 하는 게임이니까 에일리언 2가 아무리 마음에 들어도 그렇게 진행하면 좀 곤란함. 그렇게 하고 싶으면 다른 룰 많잖아?
낚시는 즐거워(The joy of Red Herrings)
CoC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미스터리와 그에 대한 "추리"임. 따라서 키퍼는 원하면 낚시성 전개를 보여서 플레이어들을 낚고 속으로 "월척이다!"할 수 있음. 예를 들어서 정보 제공자 자체를 "사실 사교도들과 한패"로 세팅해서 거짓 정보를 쥐어주게 할 수 있고, 혹은 어제까진 잘 있던 물건이 없어져서 찾아봤더니 사실 밤에 누가 쓰고 제자리에 안 뒀다거나... 하는 식으로 플레이어들이 그냥 고분고분히 키퍼가 내미는 떡밥을 받아먹지만은 않도록 할 필요가 있음.
플레이어들의 돌발 행동을 예상해라(Expect the Unexpected from Your Players)
이건 위와는 반대의 상황. 항상 CoC 시나리오가 키퍼가 원하는 대로 풀리는 건 아님. 예를 들어서 그냥 적당히 생각해도 될 것을 "이것은 신화생물의 음모다"하고서 삼천포로 빠진다거나, 혹은 아예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를 낸다거나 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일단 커버를 잘 해야 됨. 예를 들어서 플레이어들이 갑자기 뭔가 괴상한 행동을 한다면 그냥 방치할 수도 있지만, 그러고 싶지 않다면 목격자가 경찰에 신고하게 만든다거나 하는 식으로 대응을 해야 된다 이거지.
모험 마무리하기(Ending the Adventure)
일단 CoC는 다양한 종류의 엔딩이 가능함. 다만 단편 시나리오 같은 걸로 땡치고 끝낼 게 아니라면 대체로 "다음 시나리오로 이어서 할 떡밥"을 제공해야 하고, 또한 결말도 위에서 말한 듯이 좀 구체적으로 서술하는 게 좋음. 예를 들어서 "예, 여러분은 냐루코를 소환하려는 사악한 자들의 두목을 죽이고 제물이 될 뻔한 사람들을 구했습니다" 같은 식으로 날림식 마무리를 하는 게 아니라 "사교도들의 두목을 죽이자 허공에서 빛나던 구체가 사라졌고, 다른 사교도들은 전의를 상실하고 제물로 쓰려던 사람들을 버려둔 채로 달아났습니다. 제물로 쓰려던 사람들 중 몇몇은 아직 제정신이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같은 식으로 서술을 좀 더 구체적으로 하는 게 낫다는 의미임. 그리고 여력이 된다면 에필로그 세션 같은 걸로 뒷이야기를 정리하면서 도중에 해결되지 않은 의문을 설명할 수도 있는 거고.
심판대에 오르는 쪽은 키퍼다(Remember, You are in charge)
CoC의 키퍼는 게임 도중에 벌어지는 거의 모든 일의 책임을 져야하는 위치기 때문에 세션이 별로였다 = 키퍼가 별로였다가 됨. 따라서 키퍼는 자기가 원하는 대로 진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내외적으로 플레이어들의 비위를 적당히 맞춰주는 것임. 그래서 위에 말한대로 공정하게 행동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야하고, NPC도 가급적 그럴싸하게 만들어서 내놔야 하고.... 뭐 그렇단 이야기임.
잘 읽었습니다.
덧글은 안 달리고 추천만 올라가는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