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지 않은 초짜 DM들(또는 키퍼, 마스터들)은 실패를 다루는 걸 어려워 할거라 생각함.
이 실패는 특정 행동에 대한 실패가 아닌, 세션 내의 이야기를 진행함에 있어서 실패를 뜻함.
예를 들면 성을 사수하는 걸 실패했다던지, 잘못된 용의자를 지목해서 NPC를 감옥으로 보냈다든지 등.
남말 할 수는 없는 게 심지어 나도 가끔은 진행에 있어 구성적인 면을 나도 모르게 중시하다가 게임적 재미를 놓쳐버리곤 할 정도임.
그래서 나도 참고하고 초짜 마스터들도 참고해보면 좋을 겸 실패에 대한 예시를 들고 턀갤럼들의 의견을 보는 기회를 가져볼까 함.
그럼 바로 예시를 보도록 하자.
캠페인 설정은 한 네크로맨서가 마을 인근의 악령을 일깨워냈고 그 악령들로 인해 다양한 사건들이 마을에서 일어남.
그러던 와중 한 소녀가 악령에게 저주를 받았고, 모험가들은 소녀의 아버지인 촌장, 혹은 시장에 준하는 인물의 의뢰를 받아
소녀의 저주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임.
모험가들이 소녀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으려고 대화를 해보자 소녀는 겁에 가득 질린 표정으로
어둠 속에서 자신을 쳐다보는 눈길이 느껴진다, 등 뒤에서 누군가가 계속 속삭인다.
오늘 밤에 악령이 찾아올 것이다. 자신은 저주를 받았고 여기를 나가게 되면 죽는다. 라고 이야기함.
여기서 그날 밤 모험가 파티들은 잘못된 대처를 해서 실패를 경험했음. 소녀는 처참한 모습으로 살해 당했지.
여기서 PL들이 DM에게 항의를 해왔음, 만약 너희들이 DM이라면 어느 예시가 "이건 제 잘못이 아닙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DM은 기회를 세 번, 혹은 네 번 정도, 어쩌면 그 이상 충분할 정도를 주었음. 상황의 조건들은 다음과 같음.
첫 번째. NPC가 중요 정보만을 주는 경우.
아버지인 시장은 네크로맨서에 대한 결정적 단서를 갖고 있지만 그 정보를 섣불리 말하면 모험가들이 네크로맨서를 처치하기 위해 떠날 거라고 믿으며
그들이 딸을 구해줄 유일한 희망이라고 생각해서 딸에게 씌여있는 악령이 떨어져 나간 걸 확인하거나 그녀의 안전을 확신하기 전까지는 그 비밀을 말하지 않으려 함.
물론 소녀가 죽어도 하루는 비탄에 빠져 아무 정보도 주지 않지만 다음 날이 되면 원수를 갚아달라며 모험가들을 찾아옴.
정보를 알게 되면 모험가들은 네크로맨서가 숨어있는 장소에 도달할 수 있게 되지.
인카운터는 모험가들이 상대하기에 그렇게 너무 어려운 난이도는 아니었지만 모험가들 중 일부 혹은 전부가 잘못된 판단을 해서 한발 늦거나 다른 장소에 있었음.
이 예시에서는 모험가들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정보는 얻을 수 있으며 어쩌면 아버지가 입을 열지 않더라도
비슷한 상황에 있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의뢰를 받아 다음의 기회를 노릴 수도 있음. 어찌되었든 캠페인의 스토리는 유지되고 변화가 없음. 실패의 여부는 불필요했음.
두 번째. NPC가 빌런의 중요 목적중 하나였던 경우.
소녀는 네크로맨서가 노리는 마을 안의 세 명의 제물 중 하나였음. 첫 타자인 그녀가 살해 당함으로서 그 수법을 조사한 캐릭터는
이 악령의 살인이 고대에 존재한 사악한 사술 의식의 일부이며, 이것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며, 다음 제물이 될 수 있는 두 명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됨.
물론, 악령을 막아냈더라도 악령에 대해 조사해본 캐릭터는 같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음. 네크로맨서는 지속적인 사건을 일으킬 거라는 것을.
인카운터는 꽤 높은 난이도였으며, 캐릭터들이 잘못된 판단을 하면 소녀가 살해당할 수 있을 정도로 아슬아슬한 구성이었음.
물론 여기서도 모험가들은 정정당당하게 싸워서 순간의 실수로 소녀를 구하지 못한 게 아니라, 잘못된 판단으로 다른 곳에 가느라 이런 인카운터 구성인 것은 몰랐음.
이 예시에서는 모험가들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캠페인의 스토리는 크게 변동됨.
실패시 계획에 한발 가까워진 것으로 그 전조가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하고, 성공시 초조해진 네크로맨서가 다른 추가적 계획을 수립하기 시작함.
실패의 여부는 스토리 진행에 영향을 주었음.
세 번째. NPC가 최중요 목적이었을 경우.
모험가들은 이 이전에도 숱한 실패를 해왔고, 그 때문에 이미 네크로맨서의 계획은 끝물에 다다랐고, 모든 준비를 마친 상황이었음.
소녀가 죽는다면 마지막으로 네크로맨서의 최종 의식이 완성되는 것이며 모험가들 모두가 그것을 알고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임.
하지만 가장 중요한 상황에서 모험가들은 판단 미스를 해버렸고, 잘못된 진형, 잘못된 위치, 어찌되었든 고의는 아니었던 그들의 실수로 인해
소녀는 무참하게 살해 당했고, 그 즉시 네크로맨서의 계획은 이뤄지며 마을이 멸망하고 캠페인은 패배로 끝이 났음.
인카운터 난이도는 최상급. TPK를 유발할 정도임.
분위기가 싸늘해진 상황에 DM은 뒤이어 시작되는 캠페인에서 죽은 마을 사람들의 원한을 풀고자 네크로맨서에게 복수를 하는 캠페인을 시작하겠다고 말함.
네 번째. 모험가들이 고의적이었을 경우.
첫 번째 예시 혹은 두 번째 예시에서 소녀가 어찌되었든 모험가들은 소녀의 말을 듣지 않았음. 어떤 모험가 파티는 적이 오기 전에 죽이면 된다며
네크로맨서는 보통 이런 곳에 있다는 듯 마을의 공동묘지를 뒤지는데 시간을 사용하며 소녀를 죽게 내버려뒀고,
어떤 모험가 파티는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지만 이런 건 원래 레일로드인 법이라며, 어쨌든 소녀는 살 거라고 생각하고
자신들이 더 멋지게 싸울 수 있을만한 곳으로 이동하기 위해 소녀를 데리고 바깥으로 나옴. 당연히 소녀는 죽었음.
정보는 받긴 받았으나 PL들에게는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음. 소녀가 죽었기 때문임. 자신들이 이렇게 해도 잘 돌아갈 거라 생각한 플레이어들은 DM에게 항의함.
다섯 번째. DM이 융통성이 없음.
첫 번째 예시나 두 번째 예시는 메인 스토리에서 약간 동떨어진 짤막하지만 하드코어한 서브 퀘스트였음.
모험가들이 실패한 이후 아버지는 자살해버렸고, DM은 해당 정보를 주지 않았음. 다른 곳에서도 구할 수 없었고.
하지만 해당 정보가 있어야만 네크로맨서에게 다다를 수 있는 건 아니었으며, 네크로맨서를 "비교적 쉽게" 잡을 수 있을 정도의 추가적 정보에 가까웠음.
정보가 없어도 네크로맨서를 잡을 순 있겠지만 난이도가 높은 상태여서 파티의 모든 리소스를 쏟아부어야 겨우 이길 수 있을 거임.
PL들이 왜 정보를 주지 않냐고 항의하자 DM은 "이건 하면 좋고 안해도 상관 없는 서브 퀘스트였다. 모든 퀘스트를 성공할 수는 없다."라고 답함.
모험가들이 어떻게 정보를 구해보려고 해도 3~4레벨 정도였던 모험가들은 혀를 차야 했음.
이 예시에서 모험가들은 네크로맨서를 잡는데는 별 지장은 없었지만 얻지 못한 네크로맨서의 약점이 무엇인지와 그것을 얻지 못한 것에 대한 찝집함을 얻었음.
여섯 번째. 패트와 매트.
모험가들은 잘 될 거라는 맹신적 관념과 제멋대로인 행동을 하고 DM은 그런 PL들의 행동에 열받아서 이 실패로 인해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고 말함.
PL들이 항의하자 DM은 "무조건 준비한 걸 다 주는 건 레일로드다. 너흰 내 세션을 레일로드로 끌고가려 하고 있다"라고 항변하기까지 함.
이후 세션방은 터졌고 턀갤엔 죽창글이 올라왔음.
여러 예시를 생각했지만 너무 많아서 이 정도로만 정리해봄. 중요 메인 퀘스트인데 실패했다고 정보를 안주는 DM은 말할 필요도 없어서 빼버림.
과연 이 예시에서 턀갤럼들이 PL이나 DM으로서 허용할 수 있는 예시는 어디까지일까?
123은 상관없고 456은 일부러 이상한 예제를 든거같다
보십쇼 턀갤럼들 사이에서도 이렇게 의견이 갈립니다
흐그극 즉흥적으로 떠오르는게 별루 업엇으요
실패에 대한 감당 없이 승리'시켜줘'하는 건 별로임. 하지만 실패했을때 그 실패는 감당 한번 하고 넘기는거지 두고두고 책임을 물으면 좋아할 사람은 없을거임. 제일 나쁜건 거기서 누구가 뭘 잘못해서 이꼴이 났다고 직접 비난하는걸거고.
전제가 불명확한데, 캠페인의 목적이 사악한 네크로맨서의 음모를 물리치는 것임을 모든 플레이어가 공유하고 있다고 보인다. 녀의 죽음은 캐릭터의 행동에 따른 진행과정이지 캠페인 실패가 아니다. 실패로 여기는 캐릭터가 있겠지만, 플레이어가 실패로 여기고 있다면 캠페인의 전제 자체가 서로 어긋나있다. 예시를 여러가지 썻으나 4번과 6번의 결합인 상태다. 플레이어는 네크로맨서를 잡는 신나는 모험을 기대했고, 마스터는 네크로맨서라는 어려움 속에서 드라마틱한 장면을 뽑아주길 기대했다는 것이다. 이런 욕망의 차이는 매우 흔한 일이다. 소통부족으로 봐야하고, 대부분 급조팀이 경험하는 일이라고 본다.
전부다 플레이어가 빌런인거같은데?
더 정확히말해서 세션을 어떻게 진행할것인가에 대해서는 각자 취향이 있는거고 자기 취향과 다르다고 해서 그거를 '마스터링 좃또 못한다','마스터가 병신이다' 이런식으로 성토하는건 문제라고 봄. 꼬우면 마스터 해야지;; 그냥 아;;; 제취향이랑은 좀 다르네요;; 하고 나가던가 욕하면서 상대방 병.신취급하는 행동이 빌런같음
마스터가 의도가 있고 그에 따른 일관된 행동을 취했는데 그게 꼽다면 그냥 취향차이. 끽해야 테크닉 부족정도라고 볼 수 있는데 너무 병.신이라고 욕하는 풍조가 있다고 봄.
내가 이 질문에서 제일 이상하게 느끼는건, 미소녀 NPC가 하나 처참하게 죽었다고 해서 플레이어 전체가 마스터를 성토하게 된다고 보는 전제에 있어.
그게 플레이어 전체가 공감을 얻을만큼 굉장한 문제임? RPG하면서 죽어나가는 캐릭터가 얼마나 많은데... 뭐, 질문에서 내가 보기에 어떻게 봐도 DM 잘못인건 3번이랑 6번이네.
그런사람들 존내 많이 봐왔던 입장으로써 말 됨 ㅇㅇ
3번은 '플레이어들 전체의 성패가 갈린 문제를 NPC 하나가 죽고 사는걸로 결정하려고 하는' 게 우선 잘못이고, 그 분기를 유의미하게 플레이어 손에 쥐어주려고 하지 않은 거잖아. 계속 플레이하면서 마스터로서 플레이어에게 시련을 주려고 했던게 아닐까?
6번은.... 플레이어랑 대화하려고 하는 마음을 제대로 갖지 않은게 문제야. RPG는 대화와 소통의 놀이라구. 그거 못 하면 그냥 힘들어... 의식적으로라도 해야 함.
5,6번 빼고는 DM이 잘못한게 뭔지 싶음. 한번 실패했다고 저지랄나는 상황 만든것도 아니고 DM이 3,4번 충분히 기회 줬다며? 그렇게 기회를 놓쳤으면 실패도 해야지 언제까지 성공만 하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