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월 초창기부터 나왔다. 카페나 RPG세션에서 던월 테스트 플레이한 걸 보면 그 이야기가 매번 나온다. 예를 들어 다음


"굳이 행동이나 판정이 필요 없는 부분에서도 경험점을 위해 행동을 하거나 해서

진행이 지루해질 위험이 있으며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행동으로 경험점을 얻으려 하거나

전혀 현실성이 없으나 경험점을 위해 그에 준하는 행동을 하고

경험점을 위해 상호간의 협력이 무의미 해지는 행동을 선택하는 등의

"[출처] 던전월드 후기 (TRPG Club D&D) |작성자 얼음"  


"


이게 2013년도에 나온 리뷰다. 이번에 올라온 던월까는 글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여기서 무슨 "그건 룰 북도 안 읽어본 사람이나 하는 이야기다!" "던월을 게임으로 아는 숙련자나 겪는 문제다." 같은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나는 한 번도 이런 일을 겪어본 적이 없다는 거다... 던전월드를 오래하기도 했고, 나는 장편보다는 단편 중심으로 했다. 특히 사람을 다양하게 만났다.

= 1.나는 구인할 때 사람을 안 가리고 무조건 선착순이나 추첨으로 한다. 그 중에는 숙련자도 있고 초보자도 있다.

2. 디앤디하던 사람, 겁스 하던 사람, 페이트 하던 사람이 던전월드 하려 하면 봐주러 간 적도 여러 번이다. 행사도 나갔었고. 

3. 다른 던월 마스터가 마스터링한 로그를 들고 오면 피드백을 해주기도 한다.


그런데 한 번도 경험치 얻자고 상황 파악 등을 남발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오히려 위험한 액션만 하고 상황 파악이나 지식 더듬기를 전혀 안 쓰는 사람은 여럿 봤다. 던월은 전투 중에도 저 액션을 쓸 수 있는데 다들 모르더라.

"괴물과 싸울 때 쓸 수 있는 수법은 직접 공격 외에도 있을 수 있습니다. 캐릭터가 이미 알고 있을 법한 상대라면 지식 더듬기로 기억을 해 보십시오. 잠깐 주변을 둘러보아 상황 파악을 하는 것도 좋은 생각입니다. 자기의 직업 액션도 숙지하십시오. 전에 생각지도 못했던 방식으로 도움이 되는 때가 분명 올 것입니다." - [던전월드] 플레이 하는 법


  돌아가서 왜 아무도 경험치에 신경을 안 썻을까? 나는 단편을 주로 해서? 문제는 내가 위에 올린 후기도 그렇고, 던전월드 테스트 플레이는 대부분 단편이었다는 거다. 왜 단편에서 세션 종료 액션도 못 써볼텐데, 굳이 레벨업을 하려 기를 썻는지는... 뭐 내가 알겠니. 

  내가 중편도 여러 번 했지만... 딱히 다르지 않았다. 그러면 원인이 뭘까?


  아마 그 마스터들은 "6-에서 강한 액션을 안 쓴 게 아닐까?" 하고 의심해본다. 사실 던전월드에서 쓸 때 없이 액션을 남발하면 좋을 게 없다. 던전월드 6-는 그냥 "실수했네요. 헤헤헤"가 아니기 때문이다. 겁스,페이트,새비지 월드와 달리 던전월드는 몬스터가 주사위를 굴리지 않는다. 거꾸로 말하면 PC가 6-가 나와서 마스터 액션을 쓰면 = 그게 적이 공격하는 거다. 전투 중에 상황파악을 했는데 6-가 뜨면 그 사이에 고블린이 허리에 칼을 꽂고 있단 말이지.

 

  선택에 대가가 돌아온다는 걸 알면 액션을 남발할 수가 없다. 던월에서는 집 안에서 밥을 먹다가 지식 더듬기를 해도, 적들이 찾아와서 집 문을 부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그리고 어지간히 게임에 미치지 않고서야, 정상적인 사람들은 실패를 싫어한다. "와! 5나왔어요. 경험치다!"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아마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을 것이다.


전사 : 가고일에게 도끼를 휘두릅니다!

마스터 : 접근전 +근!

전사 : ... 5네요. (시무룩)

마스터 : 경험치 받아가세요.

전사 : 또 레벨업 하겠네요.

마스터 : 가고일이 도끼를 피하더니 하늘로 날아오릅니다. 그런데 손에 뭔가 들고 있어요. 잘 보니 그레고르의 투구네요.

전사 : 활을 꺼냅니다. 저 가고일을... 


 게다가 무의미한 액션을 쓰면 성공해도 얻는 게 없다. 그런데도 굳이 무의미한 액션을 쓰는 사람이 많을까? 어쩌면 처음에 말했듯이 숙련자나, 일부 팀에서만 겪는 일일지도 모른다.


  나는 6-에서 경험치를 준다는 아이디어를 좋아한다. 다들 6-가 나오면 침울해 한다. 자존감이 떨어지고 위축된다는 말이지.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그렇다. 그래도 경험치를 받으면 그 억울함이 줄어든다.

  이 룰은 밸런스 조절에도 좋다. 액션을 많이 해서 물리쳐야 하는 적 = 강한 적이니까. 알다시피 던전월드에서는 같은 드래곤이라도 이야기에 따라 강해지기도 하고 약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어떤 몬스터를 잡으면 경험치를 얼마 받는다고 딱 정하기 어려운데, 이 룰은 한 번에 그 문제를 해결해준다. 더 많은 실패 끝에 물리친 적이 더 강한 적이고. 실패에서 배운다는 거지.


  사실 이 룰은 던전월드에만 나오는 것도 아니다. 감사의 말에서 저자들은 이렇게 쓰고 있다. "판정이 실패했을 때 경험치를 받는 룰은 많은 RPG에 나옵니다. 여기 나온 것은 루크 크레인의 Burning Wheel 에서 영감을 얻었지만, 구체적인 방식은 존 하퍼와 폴 리들의 The Regiment 에서 빌어 왔습니다."


  그 만큼 보편적으로 인정 받는 기법이라는 이야기다.


 [페이트코어]에서는 역발현 하면 운명점을 준다. 그러면 "플레이어가 무의미한 역발현을 남발한다"는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실제로 없는 일도 아니다. 그래서 룰 북에서도 누군가 "제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해야 한다고 써놓기도 했다. 하지만 플레이어들은 보통 역발현을 싫어한다. 자기 캐릭터가 나쁜 일을 겪는 걸 누가 좋아하겠나? 운명점은 거기에 좋은 인센티브가 된다. [누메네라]에서 마스터 개입에 경험치를 주는 룰도 비슷하다. [레이디 블랙버드]에서도 실패하면 예비 주사위를 준다. [고대해]에서도 6-면 경험치를 준다는 룰은 그대로 가져갔다.


  뭐 이걸 굳이 던전월드의 단점이라고 생각한다면야... [페이트코어]나 [13시대]처럼 해도 된다. 몇 세션을 할 때마다 레벨업을 시켜주는 옵션 룰을 도입하면 된다. 물론 가치관,인연,세션 종료 액션을 어떻게 할지는 알아서 잘 생각해야겠지만.


세 줄 요약

1. [던전월드]에서 6- 경험치 얻으려고 삽질하는 플레이어들이 많다는데, 나는 본 적이 없다.

2. [던전월드]에서 6-는 강한 대가가 돌아온다.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고블린의 단검이 네 등뼈에 박힐 것이다.

3. 이 기법은 던전월드 말고도 많은 룰에서 쓰인다. 뭐, 마음에 안든다면야 [13시대]식 해결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