섀도우런 5판 룰북 보다가 단편 소설 하나 빨리 번역해봤습니다. 오역 좀 많이 있을 듯.
인간 데커, 엘프 메이지, 드워프 리거, 오크 사무라이로 이루어진 러너들이 첫 일거리를 해결하는 내용입니다.
6판에도 얘들이 다시 나오는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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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요테는 찌그러진 고퍼 트럭을 주차하면서 머리를 귀 한 쪽으로 쓸어넘겼다. 시동을 끄고 나서도 잠깐동안 엔진이 덜덜대는 사이, 그녀는 거울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때가 됐군.
코요테는 자신의 형제이자 친구인 정령들을 돕고, 자신을 북돋기 위해 주문을 웅얼거렸다. 이미 자신의 스승에게 다섯 영혼을 모두 소환해 다스리는 것을 보여준 적이 있었다. 스승 네-발자국은 코요테가 준비되었다고 말했었다. 필요한 건 모두 배웠고, 아버지의 낡았지만 믿음직한 브라우닝 권총, 어머니가 가장 아끼던 강화 코트도 가지고 있었다. 못 해낼 이유가 없었다. 기술, 힘, 그리고 자신의 토템에 대한 믿음까지. 괜찮은 시간을 보내고 괜찮은 벌이를 하게 될 것이다.
생애 처음으로, 제대로 된 섀도우런을 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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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트럭에서 기어내려와선 온통 긁힌 컴링크를 툭 건드렸다. 약속 시간 오 분 전이었다. 스승은 언제나 시간 맞춰 다니라고 말했었다. 코요테는 자신의 SIN 대신 가짜 SIN이 매트릭스에 신호를 뿌리고 있는지, 셔츠 접단 아래에는 브라우닝 권총이 잘 숨겨져 있는지를 확인하고는 약속 장소인 식당으로 향했다. 시애틀 도심은 익숙하지 않은 곳이었지만 이 식당에서 풍겨져 나오는 향기는 어릴 적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진짜 불길, 진짜 장작으로 구워낸 진짜 생선구이. 엿같은 대두 말고, 진짜 음식.
물론 그 요리의 가격은 천문학적으로 비쌌다. 이 불쌍한 얼간이들은 코요테와 그 가족들이 늘상 먹던 것을 그 돈을 내고 먹고 있었다. 코요테는 다가오는 종업원에게 손을 흔들고는 뒤쪽의 테이블을 향해 턱짓했다. 어린 시절 그녀가 만들어먹곤 하던 요리에 정장 차림의 샐러리맨들과 그 가족들이 일주일치 봉급을 주는 걸 보자 비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녀의 컴링크가 말해준 테이블로 향하자 일행이 모여 있었다 - 저글러는 온갖 일을 도맡아 했지만, 픽서로써 그는 꽤 정직한 편이었다 - 아무래도 코요테가 마지막으로 도착한 것 같았다. 제일 눈에 띄는 건 강화 의수를 달고 강렬한 문신을 새긴 덩치 큰 오크였다. 오크는 옆에 앉은 외장 헤드웨어를 장착하고 회색 빛바랜 턱수염을 한 드워프를 흘겨보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왼쪽 관자놀이에 데이터잭이 달린 인간 하나가 사람 좋게 웃고 있었다. 아무래도 오크와 드워프가 논쟁을 벌이는 와중에 코요테가 난입한 모양이었다.
"그냥 그렇다고. 난 법령 23호(Prop 23; 언더그라운드를 시애틀의 구획 중 하나로 인정한 법령)가 싫어." 오크가 그르렁거렸다. "언더그라운드의 법을 정하는 건 외부인들과는 상관없어. 그건 오크들의 문제지."
"슬렛지, 니 오크 새끼들한테 쫓겨나기 전에 우리 아버지가 거길 만드는 걸 거들었었어. 언더그라운드엔 온갖 메타휴먼들에, 체인질링들이 가득하다고. 애초에 오크들을 위한 곳도 아니었고, 오크들만 사는 곳도 아니야. 언더그라운드 사람들이 법과 질서를 원한다면 니놈들이 떠드는 만큼 그 사람들의 목소리도 중요하다고."
"내 생각엔 오크 목소리가 더 중요한 것 같은데. 내가 살던 시절이랑은 많이 달라졌나 보군." 슬렛지라고 불린 오크가 그 거대한 팔뚝으로 팔짱을 끼고는 중얼거렸다.
인간이 테이블을 두 번쯤 두드리며 둘을 조용히 시키고는, 다가오는 코요테를 보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 분이 존슨 씨이신 것 같진 않은데. 하지만 시애틀의 정치를 논하러 오신 것 같지도 않고." 그 사내가 다른 두 명에게 웃으면서 말했다. 사내는 테이블 한 쪽 끝에서 일어나더니, 코요테에게 예의 바르게 인사를 보냈다.
"Se’thinerol. Telegit thelemsa."
이 사내는 코요테가 이 멋드러진 엘프식 인사를 알아들어줄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미안하네요, 추머." 코요테는 피식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재빨리 사내의 자리에 걸터앉았다.
"나-엘프-말-몰라요."
테이블에 앉아있던 두 명은 근처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이 눈총을 줄 정도로 크게 웃어댔다. 드워프는 말할 게 있으면 말하라고 쏘아붙였고, 오크는 당장이라도 일어설 듯이 노려보기 시작했다. 다른 테이블에 앉아 있던 손님들은 공손하게 양해를 구하면서 황급히 자리를 떴다.
"음, 어, 실례."
인간 사내가 다시 떠들기 시작했다. 코요테는 언제 누군가를 저렇게 놀려봤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전 그 쪽이..."
"제가 엘프라서 스피리시엘(Sperethiel; 엘프어)로 말하셨나? 미안하지만 난 영어랑 샐리시 방언 조금밖에 모르거든요. 내 어머니는 세네스테 부족이 아니라 신시아라크 부족 출신이었고. 동족들은 다들 티르(Tír; 엘프 국가의 수도, 포틀랜드 소재)로 도망치지를 않아서 카운실 섬에 갇혀 있는 신세죠."
"네 이야기나 좀 해봐, 약골." 슬럿지가 오크 특유의 콧방귀를 뀌며 끼어들었다. "이 민들레 먹는 놈들 팬보이라도 되나?"
슬럿지 앞에 앉아있는 게 진짜 엘프는 아니었지만, 코요테는 아무렇지도 않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내뱉는 오크를 보고는 눈을 치켜떴다.
"전 겐트리라고 합니다." 코요테에게 말할 때 보다 좀 더 차가운 말투로 인간 사내가 대답했다. "그냥 밑바닥에서 왔고, 그게 전부일 뿐이죠."
"그래? 뭐 잘 하는 거라도 있나? 네가 왜 네놈 같은 약골이랑 같이 일해야 하지?" 사이버암까지 달린 위험한 오크를 보고, 아무도 그가 팀을 위해 뭘 할 수 있는지를 묻지 않았다. 모든 팀은 떡대 하나쯤은 필요한 법이다.
"슬렛지 씨, 어반 브롤(Urban Brawl; 미리 정한 서로의 기지로 공을 가져다 넣는 스포츠. 중화기와 마법 사용 외에 모든 것이 허가됨) 은 좀 보십니까?"
"물론이지."
"불운의 겐트리라고 하면 생각날 텐데요. 벤드 보더러 팀에서 정찰병 역할로 열 다섯 게임쯤 참가했었습니다."
"그래?" 슬렛지는 눈을 끔뻑이면서 인간 사내를 뻔히 바라봤다. "트라이디오(Trideo; 3차원 홀로비전) 영상 몇 개를 본 기억이 있는 것 같은데. 뭐 잘하는 거 하나는 있나 보군. 무슨 그, 해커 뭐시긴가 그거지?"
"데커야." 드워프가 인간 사내 대신 정정해주었다. 드워프가 짧은 팔을 테이블 위로 내밀면서 (젠트리의 긴 팔 덕에 서로 악수할 수 있었다) 젠트리의 팔뚝에 달린 거대한 모듈 쪽으로 고개를 숙였다.
"하드웨어 괜찮군. 렌라쿠 사이버덱 같은데? 돈 되면 슈리켄으로 업그레이드 꼭 하라고. 현존하는 MCT(Mitsuhama Computer Technologies; 컴퓨터, 로봇, 중공업 관련 AAA 기업) 최고 사양이지. 구해줄 만한 놈을 하나 아는데... 아, 난 하드포인트야. 리거지. 제로-존 경험 좀 있고, 뭔가가 망가지면 내가 고쳐줄 수 있어. 망가진 게 아니라면 더 괜찮게 만들어줄 수도 있고 말이야.
"만나서 반갑습니다." 겐트리는 눈썹을 끔뻑이며 코요테에게 고개를 숙였다. "어떻게 생각하죠, 하드포인트? 한 번 더 엘프 말로 인사하기에는 너무 크게 실패한 것 같은데."
코요테는 낄낄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됐어요. 내 이름은 코요테, 오늘 밤 팀의 모조(Mojo; 마술사, 마법) 담당이에요." 그녀가 손가락을 꿈틀대며, 최대한 위협적인 표정을 지었다. "주문, 영혼, 불가해한 전통 지식 같은 거라면 얼마든지 맡겨 주시죠."
"문신 멋있군." 슬럿지가 코요테의 양 팔에 새겨진 세련된 네오-서킷 문양의 나노타투를 턱으로 가리키며 그르렁댔다.
"고맙네요, 첫 싸움 후에 루에서 새겼어요. 당신 것도 멋지네요." 오크의 투박한 문신을 슬쩍 보고는 거짓말로 칭찬했다. 최고급 가게에서 시술받은 자신의 문신에 비하면 훨씬 조악한 솜씨였다. 감옥에서 새겼나? 아니면 언더그라운드에선 다 저런 문신을 하는 걸지도 모르겠군. 스크라차(Skraacha; 갱단 이름) 갱 문신? 스크라차 갱은 언더그라운드에선 꽤 악명 높은 놈들이었다.
겐트리와 하드포인트는 이미 문신에는 관심도 없었고, 서로의 컴링크로 연락처를 교환하고 있었다. 코요테는 그 둘과 비교하기에 자신의 낡은 메타링크 컴링크가 얼마나 격이 떨어지는지를 깨닫고는 조금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이런 일이 일어날 것 같긴 했었지만.
그 와중에, 새로운 방문자 하나가 찾아왔다. 근처의 테이블들이 모두 비워지고, 구석에 있는 전등 하나가 희미하게 어두워졌다. 정확히 약속했던 시간이었다.
코요테는 고개를 들어 갈색 눈동자와 희끗희끗한 머리, 신품 검은 정장, 그리고 그 옷깃에서 반짝이는 작은 콥 마크가 새겨진 핀을 힐끗 바라봤다. 존슨 씨가 예의바르게 느릿느릿 말을 꺼내기 시작하자, 하드포인트가 놀라운 속도로 자리에서 튀어나와 코요테를 놀라게 했다. 드워프는 허리까지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고는, 정중하게 고개를 들었다.
"곤방와, 존슨-사마."
존슨 씨가 존대 없이 인사를 하면서, 겐트리와 슬렛지를 보고 눈썹을 찌푸렸다. 하드포인트는 존슨 씨에게 의자를 하나 마련해 주려고 용을 쓰고 있었다.
[오래된 습관은 고치기 힘들죠?]
코요테는 존슨 씨의 메타링크가 진동하며 새로 날아온 메시지를 알려주는 것을 슬쩍 보고 있었다. 존슨 씨는 답장을 하는 대신, 어떻게 그렇게 빨리 자기 컴링크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었는지를 궁금해하며 겐트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좋은 저녁이군요, 모두들." 존슨 씨는 불편한 침묵을 그만두고는, 영어로 말하기 시작했다. 하드포인트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자리로 돌아갔고, 심지어 슬렛지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일을 수락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글러-상이 여러분의 연락처를 저에게 알려 주셨었습니다. 새 메시지를 확인해 주시죠. 그리고 읽으시면서 질문이 있으면 편하게 물어보시고."
코요테는 이미 쥐고 있었던 컴링크로 첨부 파일을 확인했다. 수많은 이미지들 덕분에 로딩이 느릿느릿하게 진행되자, 겐트리와 하드포인트, 정령들, 심지어 슬렛지까지 기밀 정보를 읽느라 정신이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코요테는 천천히 스크롤을 내리다가, 끔찍하게 절단된 사이버암을 보고는 딱 멈추었다.
"이전에 일을 맡은 팀원들은... 장애가 생겨 버렸죠." 존슨 씨가 정확히 그 타이밍에 말을 꺼냈다. 알아차리기 힘든 사이버웨어 안구가 반짝였다. "얼마 전에 이직 업무를 맡겼었습니다. 다른 잡무나 정보를 모아오는 일은 잘 해냈는데, 예상 못한 사고 때문에 새 직원 분을 데려올 수가 없게 돼 버렸습니다."
존슨 씨의 목소리는 냉철하고, 계산적이었으며, 실망만을 나타낼 뿐이었다. 찢겨져 나간 사이버암의 주인 따위에게는 일말의 관심조차 없었다.
"지금 운전수 하나, 전자 보안 전문가 하나, 전투원 하나가 필요합니다." 그는 하드포인트, 겐트리, 그리고 슬렛지를 순서대로 보며 말했다. "그리고, 그 쪽 여성 분까지 도와 주신다면 마법처럼 완벽하겠군요. 제가 예전에 고용했던 분들 중 마법 요원은 없었거든요. 일종의 보험 역할입니다. 마법적 보안은 아마 없을 것 같으니 팀 균형을 잘 맞춰 주시면 될 겁니다."
그럼 저 쪽엔 마법사가 없는 건가? 코요테가 제일 좋아하는 부류의 일이었다. 그녀는 웃지 않으려고 애를 쓰면서 문서를 계속 읽어내려갔다. 어쩌구 저쩌구, 커스틴 헤인즈는 네오넷의 거물 앤드류 롤프의 비서였다. 존슨 씨의 회사는 헤인즈를 오랫동안 숨겨진 내부자로 써먹었고, 존슨 씨는 그녀의 충성심을 본인의 회사로 빼내오는 것으로 보상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헤인즈는 최대한 빨리 이직을 요청했고 기초 작업은 불운하지만 유능했던 팀 덕분에 이미 끝나 있었다. 예정된 이직 날짜는...
"오늘 밤이라고요?"
하드포인트가 예의를 지키면서도 못 믿겠다는 듯 외쳤다.
"그래요,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헤인즈 양은 중요한 인적 자원이고 즉시 빼내 달라는 요청도 우리 측에서 확인했습니다. 급박한 일이니만큼 상호 계약자인 저글러-상이 상당한 양의 보너스를 약속했을 텐데요."
"이 여자만 데려오면 됩니까?"
겐트리가 매끄러운 트랜시스 컴링크에서 시선을 떼고는 물었다. 코요테는 이 썩을 놈들이 어찌나 빨리 책을 읽는지에 대한 불평을 꾹 참았다.
"네. 헤인즈 양은 미혼이고, 아이도 없고, 가족도 없습니다. 당사자만 빼오면 되는 일입니다."
"비서 나부랭이치곤 보안 요원이 존나 많구만."
슬렛지가 투덜거렸다. 코요테는 아무나 붙잡고 후려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슬렛지도 나보다 빨리 읽는다고?
"헤인즈 양은 중역의 업무 비서입니다. 보안 요원 대다수는 전부 앤드류 롤프 때문이지, 헤인즈 양에게 붙어있는 게 아닙니다. 보안 요원 넷이면 여러분에게 그렇게 힘든 상대는 아닐 텐데요. 제가 잘못 생각했나요?"
"우리가 못 할 거 같나?" 오크가 발끈해서 목소리가 약간 커졌다. "내가 말하려는..."
"다른 질문은 없을 것 같군요, 존슨-사마."
일행 모두가 총에 맞아 뒈지거나, 암살당하기 전에 하드포인트가 슬렛지의 말을 끊었다. 일본어가 드워프의 입에서 흘러나왔고, 콥 양복쟁이는 다른 팀원들을 한 번씩 바라보았다. 존슨 씨는 누군가가 동의하지 않을 때까지 기다리다가 이내 정중하게 인사했다.
"그럼 여러분, 두 시간 안에 헤인즈 양과 함께 뵙도록 하죠."
[첨부 파일 끝에 적힌 인계 지점에서]
코요테는 어디서 만나느냐고 물어보려다가, 컴링크가 번쩍이며 날아든 메시지를 띄우자 입을 다물었다. 겐트리는 우쭐한 표정이었다. 이 빚은 나중에 갚아줄 셈이었다.
나중에.
존슨 씨는 식당을 걸어 나가면서 주방 쪽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한 무리의 점원들이 테이블로 허둥지둥 달려왔다. 슬렛지는 오크 특유의 식욕으로 먹어치우기 시작했고, 하드포인트는 존슨 씨가 시야 밖으로 사라지자 그제서야 연어를 먹기 시작했다. 젠트리는 샐러드 한 더미를 해치우고 있었고, 코요테도 다른 셋이 계획을 세우는 동안 식사를 시작했다. 맥주 한 잔 정도는 괜찮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웨이터는 존슨 씨가 주류는 제공하지 말라는 특별 주문이 있었다고 사과하며 고개를 조아렸다. 쳇.
한 시간이 지나기 전에 러너들은 식사를 마치고 계획을 세운 뒤 떠났다. 코요테는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슬렛지가 거대한 아레스 권총을 무릎 위에 내내 올려두고 있었다는 걸 그제서야 알아차렸다. 작은 스파이 드론 하나가 하드포인트의 어깨에 내려앉았고, 겐트리가 팁을 찾는 사이 허리춤의 홀스터에 달린 콜트 권총이 슬쩍 보였다. 일행은 전부 가게 뒷문을 통해 빠져나갔고, 코요테는 자신이 이 비밀스러운 통로를 쓴다는 계획을 세운 사람인 것처럼 그들과 함께 걸어나갔다. 어떻게 됐건 간에, 이제 자신도 섀도우러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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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으면서 차량은 하나만 쓰기로 이미 의논을 마쳤고, 하드포인트 빼고는 모두 차량을 그대로 식당에 내버려 두었다.
"이게 드론은 아니지만, 비행도 가능하다고?" 하드포인트가 거대한 불독 밴에 기어서 올라타며 말했다.
짧은 드라이브 동안 슬렛지는 꼼꼼하게 자동권총용 탄창 몇 개에 하나하나 탄을 채워넣었다. 코요테의 눈에는 겐트리가 비디오게임을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아니었다. 어찌됐건, 코요테도 준비할 게 있었다.
"형제, 도움이 필요해." 그녀는 오직 스쳐지나가는 바람만이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작게 속삭였다.
하드포인트는 모든 창문을 닫아 뒀지만, 밴 맨 뒷자리에는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장난치는 것 좀 도와줘."
마법은 코요테가 바랬던 대로 이루어졌다. 소정령 하나면 그들을 모두 숨기기에 충분했다.
아무도 네오넷 지부 사무실 옆의 직원 전용 주차 공간에 멈춰선 불독 밴, 군용 사이버암을 장착한 근육질의 총 든 오크, 배달부 점프수트를 입고 어깨 끈을 조절하는 깡마른 인간 하나를 눈치채지 못했다. 사이버덱의 프로세싱에 맞춰 연결된 컴링크들이 깜빡거렸다.
밴의 트렁크가 열렸고, 코요테는 트렁크 끝에 앉아서 바람에 맞춰 다리를 휘적휘적대고 있었다. 불독 밴이 콥 소속 차량만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었지만 상관없었다. 아무도 볼 수 없을 테니까.
겐트리와 슬렛지는 코요테와 함께 밴 뒤에 서 있었다. 곧, 미츠비시 나이트스카이 리무진 한 대가 건물 앞에 멈춰섰다. 운전수는 긴장한 채로 고개를 쭉 펴고 있었다. 곧바로 짙게 틴팅이 된 네오넷 건물의 문이 미끄러지며 열렸고, 목표물이 제 시간에 걸어나왔다. 그런데 그 옆에는 코요테의 트럭보다 비쌀 것 같은 수트를 차려입은 인간 사내와, 방금 쿠키 틀에서 떼낸 것 같은 경호원 넷이 심각한 표정으로 동행하고 있었다. 네 경호원은 아무도 자신들의 표정을 읽을 수 없도록 보호 바이저를 얼굴에 박아버린 모양이었다. 아마 그 외에도 대여섯개쯤 사이버네틱 개조를 바이저 안에 숨기고 있을 테지.
하지만 아무도 코요테의 정령을 알아채지 못했다. 아무도 일련의 섀도우러너 무리를 쳐다보지 않았다.
"약골, 진짜 할 수 있는 거 맞아?" 슬렛지가 빨리 하라는 양, 겐트리를 팔꿈치로 툭 건드렸다.
"차 훔치는 짓은 12살부터 했었죠. 슬렛지."
겐트리는 계속 관자놀이에 직접 연결된, 팔뚝에 달린 작은 키패드에 온 신경을 쏟고 있었다. 왼손은 보이지 않는 가상 키를 두드리면서 프로그램을 돌리고 프로세서들을 조작하고 있었다. 코요테는 아무 것도 모르지만, 사실 그냥 스타 로드 게임이나 하고 있는 걸 수도 있었다. 하지만 뭘 하고 있건 간에 겐트리는 자기가 무슨 일을 하는지 잘 아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잘 될 것 같은데요."
수트를 발끝까지 차려입은 목표들은 차 쪽으로 다가갔고, 경호원 하나가 나이트스카이 리무진의 문 손잡이를 잡아당겼다. 모두 문도 못 여는 경호원을 뭐 하냐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코요테는 웃음 소리를 꾹 참았다. 앞 좌석에 탄 운전수는 공포에 질린 표정이었다.
리무진은 덜덜 떨리더니 곧 시동이 꺼졌고, 운전수는 눈 앞이 새하얘졌다. 미친 듯이 대시보드를 두들기기 시작하며 소리를 질렀지만, 틴팅과 방음이 완벽한 리무진 안에서 외친 고함은 다른 경호원들에겐 들리지도 않았다. 경호원 넷은 긴장한 표정으로 이리 저리 둘러보기 시작했다. 충성스런 정령과 코요테의 강력한 마법 덕분에 놈들은 날카로운 눈으로 모든 곳을 훑어보면서도 밴과 팀원들을 발견하진 못하고 있었다. 겐트리는 리무진 운전수의 표정이 시뻘개지는 것을 보면서 씨익 웃었다. 슬렛지는 아레스 권총을 뽑아들고 도보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저런 짓을 하면 투명 마법이 풀린다고 알려줘야 할 것 같은데?"
"뭐, 알아서 잘 하겠죠." 데커는 히죽 웃어보이고는 불행한 운전수한테 중지를 들어 보이더니 이내 슬렛지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곧 이어 슬렛지가 행동을 시작하자, 모두가 러너들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슬렛지가 경호원 한 명의 관자놀이에 권총을 대고 방아쇠를 당겨버렸다. 경호원은 젤 탄을 맞고는 그대로 두들겨 맞은 것처럼 쓰러져 버렸다. 경호원들에게는 오크 하나가 허공에서 툭 튀어나온 것처럼 보였다.
눈 깜빡할 사이에, 롤프 씨가 헤인즈 양을 붙잡고는 자신의 몸을 그 뒤로 숨겼다. 하드포인트가 신난다는 듯 고함을 질렀고, 불독 밴의 엔진이 굉음을 내기 시작했다. 남은 세 명의 경호원은 코요테가 제대로 보지도 못 할 속도로 총을 뽑아들었다. 슬렛지는 놀란 표정으로 욕지기를 내뱉으며 주차된 나이트스카이 리무진 뒤로 뛰어들었다. 리무진의 페인트가 온통 벗겨지고, 총탄들이 방탄 플레이팅을 뚫지 못하고 도탄되었다. 오크는 그르렁거렸지만 계속 자세를 낮춘 채로 시야 밖에 숨어 있었다.
겐트리가 작은 메신저 백에서 충격 경봉을 꺼내들고는 뛰어들었다. 경봉을 두 번 휘두르자, 경호원 하나의 손목이 부러지고 놈이 쥐고 있던 권총이 하늘을 날았다. 세 번째로 크게 치켜들어 놈의 머리통을 후려치자 놈은 맥없이 인도 위로 쓰러져 버렸다. 권총들은 여전히 슬렛지를 향해 불을 뿜고 있었고, 헤인즈 양과 롤프 씨는 울부짖고 있었다. 경비원 하나가 겐트리 쪽을 향해 총구를 돌리자, 코요테가 재빨리 순수한 마나 볼트를 던졌다. 곧 마나 볼트는 경비원의 아우라를 찢어발겼고, 경비원의 코에서 피가 쏟아져나오며 목표물을 붙잡고 있는 사내 앞에 넘어졌다.
그 때 슬렛지가 리무진 뒤편에서 튀어나와서는 마지막 경호원을 향해 젤 탄 두 발을 쏴서 넘어트렸다. 곧 이어 오크는 트렁크 위를 슬라이딩해서 (액션 트라이디오를 너무 많이 봐서 그런 건지, 아니면 그냥 차 페인트를 더 벗기고 싶언던 건지) 롤프 씨 옆에 착지했다. 오크의 전투화가 롤프 씨의 흠 없이 손질된 머리를 걷어차자, 중역은 맥없이 나자빠지며 헤인즈 양을 놓쳤다.
"가자고, 아가씨!" 슬렛지는 흐느끼는 여자를 한 손으로 집어들고는 밴 쪽을 향해 질질 끌었다.
"괜찮아요, 커스틴 양. 우린 당신을 도와주러 온 거에요. 우린... 어, 두 번째 팀입니다." 코요테는 슬렛지보다 좀 더 예의바르게 들리려고 노력하면서 말했다.
"대체 어디서...?" 헤인즈의 눈이 커졌지만, 평생 회사에 복종해온 덕택에 몸은 이미 밴 트렁크에 기어올라타고 있었다.
"하이, 헤인즈-상. 자리에 앉아주시죠. 곧 목적지에 도착할 겁니다." 하드포인트가 의자를 돌려 여자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서둘러, 약골!" 슬렛지가 안전 벨트를 매면서 뒤쪽의 겐트리에게 고함쳤다.
겐트리는 쓰러진 롤프 씨 쪽으로 허리를 굽히더니, 곧 일어섰다. 한 손에는 아직도 번쩍이는 충격 경봉을 쥐고 있었지만, 다른 손에는 크롬 색으로 빛나는 컴링크가 쥐어져 있었다.
"이 놈을 해독하면 보스가 보너스를 줄 지도 모르겠는걸."
겐트리는 습관적으로 경봉을 리무진에 툭툭 치면서 밴 트렁크 쪽으로 걸어왔다. 사이렌이 어디선가 울부짖기 시작했지만, 아직 꽤 멀리서 조그맣게 들릴 뿐이었다.
"그렇게 나쁘지 않았는데요! 영화에서 보면 섀도우런은 언제나 뭔가 잘못되던데."
겐트리가 웃으면서 훔친 컴링크를 밴 안으로 던지자, 슬렛지가 기계적인 속도로 공중에서 재빨리 낚아챘다. 코요테도 겐트리를 보고 다정하게 웃으면서, 면전에 대고 트렁크 문을 쾅 닫았다.
운전석 쪽에서 킬킬대는 소리가 들리더니 불독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코요테가 드워프 어깨 너머로 대시보드를 보자, 거기에는 트렁크 뒤로 기어올라 사다리에 매달려서는, 트렁크를 걷어차며 엘프어로 저주를 퍼붓는 겐트리의 모습이 보였다. 코요테는 밴이 떠나가라 웃어댔고 슬렛지도 엄니를 번쩍이며 킬킬거렸다. 헤인즈 양은 금방이라도 다시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반 킬로미터쯤 더 간 뒤에 들여보내주죠." 코요테는 겐트리가 두드리며 고함치는 소리 너머로 웃으면서 말했다. 코요테는 정령의 마지막 호의로 마법적인 장막 안에 겐트리를 넣어 주었다. 그러니 방금 일어났던 빠르고 일방적인 총격 현장에서 조금만 거리를 벌린다면, 아무도 겐트리가 거기 매달려 있는 줄 모를 것이다.
잘난 척 하더니, 꼴 좋구만.
이거보고 섀도우런 풀매수함
섀도우런에 잘 풀린 런 같은건 없지
선추후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