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TRPG에 관한 글이지 워게임에 관한 글이 아니니 간단히 설명하겠다. 컴퓨터나 기타 에뮬레이터 없이 진행하는 SRPG가 워게임이라고 하면 이해가 쉬울까?
PL(플레이어)이 조종할 수 있는 캐릭터가 장기말처럼 주어진다. 그들은 정해진 값만큼 이동할 수 있다. 또 제작자가 만들어놓은 선택지, 커맨드 중 선택하여 전략적 이득을 취할 수 있다. 추상전략 게임과 매우 흡사하다. 그렇게 해서 게임에서 제시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보통 컴퓨터 SRPG의 정의다. 이 SRPG를 테이블 위로 옮긴다면 워게임과 비슷해진다.

그렇다면 최초의 TRPG는 무엇이었나? 던전 앤 드래곤이다. 초창기 TRPG는 워게임의 형식에 매우 가까웠다. 이때의 TRPG는 정해진 구조의 던전을 어떻게 이겨내느냐에 집중했다. 이때의 TRPG는 'RP', 즉 롤플레잉의 영역이 매우 좁았다. 해당 직업의 스테레오타입의 역할을 수행하는 정도? 전사라면 나서서 싸우고 마법사라면 마법을 사용하고 사제라면 치료하고... 아주 단순한 보드게임에 가까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TRPG는 워게임과는 다른 부분으로 발전해나갔다. 체스나 장기의 각각 '말'들에게 서사를 입혀주는 방식으로.

워게임을 잘한다는 것은 보드게임의 영역이다. 현재 자신이 지닌 자원을 활용하여 최선의 수를 두는 것이다. 그렇게 차근차근 이득을 보고 결말에 다가가는 것. 하지만 이 플레이 방식은 근본적인 오류가 존재한다. 룰북에 구멍이 송송 뚫린다는 것이다.
크툴루의 부름을 보자. 크툴루의 부름이라는 룰북은 시나리오에 따라 다르겠지만,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무한하다. PC(PL이 플레이하는 캐릭터)는 놀이공원에도 갈 수 있고, PC방에도 갈 수 있고 당구장에도 갈 수 있다. 이런 자유도는 플레이어에게 최고의 놀잇감이지만 동시에 최악의 무기가 되기도 한다. 귀신을 만나야 하는 세션에서 플레이어가 무당에게서 받아온 만능 부적을 받아오겠다고 한다면? 좀비를 만나야 하는 세션에서 백신 연구소에 달려가서 자체 백신을 맞겠다고 한다면? 당신의 캐릭터는 승리하지만, 게임이 성립되지 않는다. 이 점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서사'다. 그렇다. 이게 TRPG의 알파이자 오메가이다. 자신의 캐릭터가 합의된 서사 공식에서 흘러나오는 장애물과 역경을 이겨내는 것이 TRPG다. 그렇다면 서사를 잘한다는 것은 뭘까? 이 부분은 많은 플레이어들과 마스터들의 의견이 갈리는 부분이다.
하지만 나에게 TRPG를 잘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마스터와 플레이어 간의 호흡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플레이어는 마스터가 제시하는 역경을 자신의 캐릭터에 입각하고 해석하여 가장 재미있는 선택지를 선택한다. 그리고 마스터는 그 재미있는 선택지를 바탕으로 보상과 벌을 준다. TRPG의 본질은 겨우 이것이다. 나머지는 전부 잔 스킬에 불과하다. 즉 결국 재미있는 선택지를 만들거나 선택할 줄 아는 것이 TRPG를 잘하는 것이다.
필자가 한동안 착각하던 것이 있었다. 마스터는 플레이어들을 책임지는 이야기꾼이라는 생각이었다. 치밀한 플롯을 통해 반전을 이용하여 플레이어들을 감동시켜야 한다는 이상한 착각에 빠져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틀렸다. 애초에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당신에게 톨킨이나 조앤 K 롤링의 문학력을 기대하지도 않는다. 당신이 마스터라면 해야 하는 것은 PL의 캐릭터에 푹 빠지고 PL과 함께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당신이 플레이어라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마스터도 당신에게 히스 레저나 말론 브란도를 요구하지 않는다. 당신은 당신의 캐릭터를 마스터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 강박관념을 떨쳐라.

사실 이렇게 이야기했지만, 이야기 매체를 통한 꾸준한 공부는 필요하다. 필자는 마스터를 3~4년 했다. 그동안 많이 과장해서 100명, 적게 잡아도 50명의 플레이어들을 만나보았다. 그때 TRPG를 잘하는 플레이어는 두 가지 케이스 중 하나였다.
타고나게 순수 지능이 좋은 사람이거나, 많은 이야기를 접하여 스스로의 캐릭터와 이야기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사람이거나.
당신이 TRPG를 잘하고 싶다면 우선 책, 영화, 만화를 펼쳐라. 그리고 당신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캐릭터의 매력을 공부해보아라. 그리고 적용해라. 당신의 캐릭터가 TRPG를 한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어떻게 선택할지.
https://trpgmaker.t1istory.com/2
글
하루에 하나 올릴거다. 보러 와라.
안나오는디 - dc App
1을 지워야한다는 당연한 상식을 깜빡했네 미안 - dc App
티스토리는 금칙어에 있거든. 1 지워야 할거임.
그 정병글인줄 알고 깜짝놀랏네
TRPG 를 잘한다라는 기준에 대해서는 많은 의견이 분분하지만 이 글에서 제시하는 기준이 TRPG를 잘한다는 기준에 부합한다면 분석적인 사고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단순히 글을 많이 읽고, 매력적인 캐릭터를 아는 것만이 아니라 왜 매력적인지를 분석해서 적용해야 한다. 이러한 방식을 적용하지 않은 캐릭터는 대부분 겉핧기 식으로 따라하게 되고 상황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더라.
나도 예전에는 이렇게 생각했던 적이 있었는데, 이제 내가 생각하는 TRPG를 잘한다는 기준은 사람으로서 얼마나 완성되어 있느냐 뿐이다. 자기의 팀에게 미안해 할 줄 알고 , 선을 지키고, 항상 친절 하려고 노력하고. 이러한 것들이 선행되지 않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당연히 그게 가장 훌륭한 미덕이지. 근데 그런 이야기를 쓰면 너무 공자님 말씀이라...
사람으로써의 완성은 도달점이 아니라 기본조건이 되야한다고 생각해. 사람이 되어있으면 티알피지를 잘한다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사람이어야하는게 아닐까싶은데 너무 기대치가 낮아져있는게 아닐까 싶다야
근데 trpg가 원래 정상적인 사람 넷만 모여도 충분히 재미있다는게 아이러니임 ㅋㅋㅋ
Trpg를 잘한다는게 뭔지 알고싶으면 머젤님을 보고배워라
개소리~
그냥 사회성 좋고 마스터 눈치 볼 줄 알면 됨. 침펄풍 플레이가 괜찮은 이유는 서로를 이해하는 사람들끼리 하는 플레이이기 때문임. 근데 지능 박살난 놈들은 첨 보는 사람한테 저지랄을 해대니 문제인 것이다. 즉 박살난 사회성 때문이라는 것... - dc App
지랄 염병 정답인 방법론은 없어 그냥 잘 하는 마스터는 잘 하고 좆같은 마스터는 좆같이 하는거야
재미있는 선택지를 제공하기와 재미있는 선택을 고르기를 하려면 재미가 무엇인지 정의되어야하는데 이게 정답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