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짜는 것까지는 다 재밌게 함. 특성치 굴리고 결과 나오면 다 반응해주고 하면서 재밌어하는데...


막상 하면 재미없어하더라... 룰은 COC로 했거든? 이게 추리랑 공포가 중점인 바람에 애들이 그리 재밌어하지 않더라. 내가 초보 마스터라는 점도 있겠지만.


아무튼 게임 시작을 알리면 다들 나름 환호하며 좋아해 줌. 이때 어깨가 좀 올라가서 흐뭇하더라고.


근데 생각해보면 이때가 애들이 가장 재밌어 한것 같아.


먼저 애들이 NPC만 만나면 먼저 말 걸지 않는 이상 말을 하지 않음. 먼저 말 걸어도 대답보다는 자기가 역으로 물어보더라. 


다들 처음 하는 거니깐 이런 부분은 내가 배려해서 적당히 정보를 얻게 해줌. 근데 벌써부터 피곤하다는 듯한 목소리를 내더라고.


어찌어찌 정보를 얻고 다들 반쯤 지친 상태로 드디어 현장으로 감.


배경도 바꿔주고 브금도 으스스한 거 틀어주고 묘사도 열심히 함. NPC랑 만나서 어디로 가야할지 힌트도 줌. 


근데 진행을 못하더라. 엄청나게 생동감 넘치는 플레이를 원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나름대로 자기가 만든 캐릭터의 몰입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서로 대화하는 게 아니라 각자 나한테만 말 걸더라고. 3명 정도 있었는데 전부 나한테만 말 걸고 하니깐, 같이하는 기분이 들지가 않음.


그래서'서로 대화해서 의견을 나눠보는 건 어때?'라고 말해도 한두 마디 내뱉으면 더 할 말이 없는지 고요해짐. 


이것도 처음이니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내가 개입해서 팀원들 의견 조율해주고 스토리 진행함.


그러다가 드디어 괴물을 만나게 됨. 괴물이 나오자 2명이 다시 생기가 돌더라고. 난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내 이성 판정 돌리면서 문제가 일어남.


존나 흉측하게 생긴 괴물이어서 애들한테 이성 판정 돌리라고 했지. 거기까지는 문제가 없었지만. 


실패해서 얼어붙었다. 공포에 질렸다. 주저 앉았다는등의 행동을 못 한다는 묘사를 하자 다시 생기가 죽어버리더라. 러브크래프트 전집도 읽었고, 그럭 저럭 공포 소설도 좀 읽어서 나름대로 공포스러운 묘사를 해봤지만. 반응이 좋지 않더라고.


그나마 한 명은 이성 판정 성공해서 총을 발사하지만. 판정 실패로 빗나가는 바람에 맞지 않음. 거기서 애들은 이미 정신적으로는 전멸한 것 같았더라고.


결국 애들이 완전히 흥미를 잃어서 캐릭터가 처 맞든 뭘 어떻게 되든 관심이 없더라. 이 이후 상황은 전적으로 나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면서 한 거 같음. 


게다가 마이크 대답 속도도 현저히 느려짐. 기지개 펴는 소리랑 하품 소리도 들은 것 같음.  


상황이 이 꼬라지가 되니깐 오만가지 죄책감이 들더라고. '내가 마스터링을 너무 못했구나.' '좀 더 재밌는 시나리오로 할 껄.' '너무 무거운 시나리오로 했나?' '애들은 딱히 상관 없다는데.' '그냥 트위터에 있는 시나리오나 할 껄.' 


결국 그 전투 이후 애들이 완전히 녹초 상태가 돼버림. 근데 내 눈치를 보는 건지는 몰라도 딱히 그만하자고는 안 하더라. 결국 내가 미안해져서'내일 이어서 할까?'라고 말하니깐 다들 곧바로 알겠다고 말하고는 나가버림.


애들이 전부 나가고 홀로 남은 roll20에는 아직 사용되지 않는 브금과 배경들 그리고 핸드아웃이 방치되어 있었어. 메모장에는 대략적인 시나리오 흐름을 정리 해 놓은 것도 있었고.


혼자 남으니깐 토요일날 TRPG 하면서 애들이랑 재밌게 놀려고. 금요일에 했던 노력은 대체 무슨 의미가 있었는지 의문이 들더라고. 


취향이 안 맞은 건 어쩔 수 없으니깐, 애들이 딱히 밉거나 하지는 않은데. 유튜브에서 봤던 TRPG에 대한 환상이 깨져버렸음.


결국'내일 이어서 할까?'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그 세션은 지금까지도 끝나지 않고 있음.


애들이 딱히 언급하지도 않고 하고 싶은 기색도 없는 걸 보니 차마 다시 하자고는 말을 못 하겠더라. 


그냥 슬프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