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유적이라면 못해도 몇십년은 버려지거나 관리되지 않았다는 소리잖음? 그래서 곳곳이 무너지고 파괴된 연출이 나오는데 함정은 멀쩡히 작동하는 경우가 많은걸 보니 대체 그 유적의 주인이 얼마나 편집증적이었을까 생각하게됨.

보통 철근 콘크리트의 기대수명이 4~50년이고, 그 이상부턴 관리가 없으면 서서히 붕괴되다가 100년쯤 지나면 형태를 유지하지 못해서 구부러지고, 산업용 스프링도 10년 안에는 교체해줘야 함.(안 그럼 지속적인 압력이나 장력 때문에 늘어지거나 찌그러져서 or 녹슬어서 작동안함.)

그런데 판타지의 함정을 보면 와이어함정이 수백년을 버티고 감압판은 어긋나지 않았으며 단 몇 킬로그램짜리 압력을 감지하는데 그걸 밟을때까지 한번도 오작동을 일으키지 않았음. 또 가스나 산성액체를 수용하는 공간은 내용물의 변질을 완벽히 막을 정도로 밀폐되어 있고, 그 외벽이 지각변동이나 지하수의 유입마저 완벽히 막아내고 금간 곳 하나 없이 치밀하면서도 외부구조를 숨길 수 있을 정도로 은밀하기까지 함. 세워둔 창이 수백년의 세월에 걸친 부식과 부패를 이겨낸건 말할것도 없고.

보통 함정은 일단 뇌관(작동부분)이 있고 신호를 주고받는 부분이 있고 사람을 죽일 작용부가 있는데 그 중 하나라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작동되지 않는 정밀하고 복잡한 시설이란 말이지.

그런걸 한 두개 깐것도 아닌걸보면 도대체 얼마나 방대한 자금과 기술력을 투입했는지 상상도 안됨. 물론 왕릉이나 역사적인 묘지라면 그렇게 편집증적으로 함정을 도배할 수도 있겠다만 그래도 당대의 엄청난 인력을 소모해서 (비밀 유지를 위해 관련자들을 전부 죽여야 했을테니) 그런걸 지을 정도면 존나 편집증걸린 미치광이 돈지랄왕이었을게 분명함. 그러니까 보물이 아직도 쌓여있겠지.

대부분의 판타지에서 고대유물이 고급 장비인 이유는 세계의 기술과 자본력을 자기 무덤짓는데 모조리 투입한 탓에 심각한 기술적, 물적 후퇴가 발생한게 아닐까 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