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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에서 이어서 써봄.


아포월과 포닼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처지와 효과의 도입에서 시작한다.

스트레스라는 자원이 생기고, 분발과 저항, 도움과 밑작업, 1단계에서 3단계 피해 방식, 악마와의 거래 등 포닼의 핵심 시스템은 모두 처지와 효과에서 비롯된 것이다. 아포월과 포닼을 서로 다른 엔진으로 분류할 만큼 혁신적인 시도였다고 할 수 있는데...그래서 이 처지/효과 시스템에 대해서 좀 파볼까 함.


일단 기본적인 처지와 효과부터.

처지는 행동의 여건이다. 당시의 상황이 위험한지, 그렇지 않은지의 여부라고도 할 수 있다. 대체로는 실패할 경우 얼마만큼의 대가를 받게 되느냐에 따라 나누게 되는데...


안정적: 실패해도 경미한 피해나 경미한 골칫거리를 얻게 되는 경우. 효과감소의 페널티를 받는 1단계 피해나 그에 준하는 수준의 골칫거리가 생기는 처지이다. 멀리서 방심한 적을 저격하는 경우라던가, 인적 드문 장소에서 무슨 일을 벌인다던가 하는 경우같은 느낌임. 1단계 피해는 멍이나, 지친 상태 정도?


모험적: 실패할 경우 꽤 아픈 피해나 그에 준하는 골칫거리를 얻게 되는 경우. -1다이스의 페널티를 받는 2단계 피해나 그에 준하는 골칫거리를 받는다. 세션 내의 상황은 보통 모험적임. 동급의 적과 맞다이를 하거나, 순찰이 도는 상황에서 자물쇠를 딴다거나 하는 경우같은 느낌임. 2단계 피해는 자상이나 좀 심한 타박상, 움직이는 것 까지는 가능한 총상 정도?


필사적: 실패할 경우 심각한 피해나 그에 준하는 골칫거리를 얻게 되는 경우. 행동불능의 페널티를 받는 3단계 피해나 그에 준하는 골칫거리를 받는다. 동급의 적 여럿과 싸우거나, 자기보다 훨씬 강한 적과 싸우거나, 경찰이 바로 뒤까지 쫓아온 상황에서 회심의 탈출을 한다거나 하는 경우. 3단계 피해는 뭐가 어찌되었든 움직일 수 없는 수준의 부상 정도이다. 단, 분발을 사용할 경우에는 행동 가능. 이 경우는 초인적인 의지력으로 움직인다고 봐야할듯.


안정적보다 처지를 더 내리는 경우는 보통 자동성공시켜주는 편이 낫고, 필사적보다 처지가 나쁘면, 무너진 첨탑 서플처럼 '절망적' 처지를 내세우는 경우가 있는데...실패해서 4단계 피해를 입는 경우는 그냥 즉사라고 보면 됨.


효과는 말 그대로 행동의 효과이다. 행동이 목표를 얼만큼 달성할 수 있는가에 해당함.


효과 없음: 말 그대로 효과가 없다. 맨몸으로 기차를 막는다면 효과가 없겠지.


제한적: 한 번에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모자란 효과이다. 1대 다로 싸우거나, 복잡한 보안장치를 해제한다던가 하는 경우라고 볼 수 있지. 시계를 채운다면, 보통 1칸을 채우게 된다.


표준적: 단순하거나 쉬운 목표정도는 한 번에 달성할 만한 효과이다. 동급의 적과 맞다이를 하거나, 오함마로 나무 벽을 부순다거나...시계를 채운 다면 보통 2칸을 채우게 된다. 시계가 없는 난관은 일반적으로는 표준적 효과 한 번이면 달성시켜주는 느낌임.


극적: 약간 힘든 목표나, 복잡한 목표라도 한 번에 달성할 만한 효과이다. 여러명의 적에게 폭탄을 던져서 무력화시킨다거나, 적의 약점을 찔러서 물리친다거나 하는 경우지. 시계를 채울 때는 3칸을 채우게 된다. 시계까지 만들긴 애매하지만 표준적 효과로는 힘들만한 난관은 극적 효과를 요구할 수도 있음.


극단적: 아주 어려운 목표라도 한 번에 달성 가능할 만한 효과. 일반적으로 이 효과가 나오지는 않고, 극적 효과에서 대성공이 나오거나, 밑작업으로 효과를 올리는 경우에 나올 수 있음. 웬만하면 극단적효과까지는 잘 안 주는 편. 시계를 채울 때는 5칸을 채운다. 6칸시계정도만 되어도 상당한 고난이도 난관인데, 극단적 한 방이면 거의 다 채울 수 있음. 사실 단일한 난관의 최대 시계라고 해봐야 거의 6칸임. 8칸시계 이상은 좀 루즈해 질 수도 있고...스토리상 주요 보스 정도면 8칸 주려나?


이게 기본적인 FitD의 처지/효과이다.

처지 부분 보면서 알았겠지만, 처지에 따른 대가의 수준의 기준을 잡고자 1단계, 2단계, 3단계 피해의 피해 단계가 생겼다. 스프롤의 피해시계보단 좀 더 세분화된 느낌이지? 그에 따른 페널티 정도도 정해두었고, 대충 이런 피해에 준하는 다른 골칫거리랑 적절히 섞어서 대가를 주면 되겠다는 가이드라인이 된다.


그런데 판정의 결과로 6이 나오는 경우가 적기 때문에 대부분의 판정은 대가를 수반한다. 그 대가를 다 받으면 pc가 순식간에 너덜너덜해지거나, 별의 별 골칫거리 때문에 숨도 못쉬는 상황이 될 수 있는데, 그런 경우를 막아보고자 저항과 갑옷이 생겼다. 갑옷은 임시 피해칸을 제공하여 피해 대가를 무효화할 수 있고, 저항은 모든 대가에 대해 스트레스를 소모하여 대가를 한 단계 낮추거나, 때에 따라 무효화할 수 있다.

(마스터도 대가로 피해만 주는 게 아니라 처지의 악화나 다른 파벌과의 호감도 감소, 열기, 다른 골칫거리를 부르는 시계의 칸을 채우는 등 다채로운 대가를 주는 것으로 완급 조절을 잘 해야 함. 이게 되면 더 이상 어칼이 개 빡센 룰이라는 생각은 안 들거임.)


효과에 대해서도, 플레이어들이 효과 단계를 조정해 목표를 달성하게 하도록 분발과 악마와의 거래, 도움과 밑작업이 생겼다. 분발을 하면 스트레스를 소모해 다이스를 받거나, 처지를 강화하거나 효과를 강화할 수 있다. 악마와의 거래를 사용하면 적절한 골칫거리를 제시받음으로서 그 대가로 분발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도움은 스트레스를 소모해 동료의 다이스를 더해줄 수 있고, 밑작업은 판정을 통해 동료의 판정의 처지나 효과를 강화해줄 수 있다.


이러한 조정 행위를 적절히 제어하기 위해 스트레스라는 자원이 생겼고...


결론은 첫 부분과 마찬가지로 포닼의 핵심 시스템은 처지와 효과에서 출발했다는 것이다.


이 처지와 효과는 목표의 어려움과 리스크를 비교적 명확히 알게 하여 리스크 관리를 할 수 있게 만든다. 그리고 진전시계와 맞물려 난관의 수준과 진행 정도를 시각화할 수 있지.

이 시각화와 명확화 부분이 AWE에 비해 FitD 룰의 난이도를 낮추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다.

던월을 할 때는 액션에 실패할 경우 마스터가 강한 액션을 할지 약한 액션을 할지 미지에 가까웠고, 난관의 진행 정도도 묘사 상으로 추상적으로만 알았다면 포닼을 할 때는 비교적 명확히 알 수 있으니까 그 전에 분발을 하든, 도움을 받든 할 수 가 있는 거지. 아니면 도망을 치던가.


던월에선 초보자 파티가 용을 만나서, 용을 공격한다고 했을 때 '용의 비늘은 너무 단단해서 당신의 공격이 먹히지 않아요.'라고 마스터가 말려야 하지만, 포닼에선 '좋습니다. 용의 비늘은 강철보다도 단단하고, 그 숨결은 당신따위는 순식간에 재가 될만큼 뜨겁습니다. 절망적, 효과없음.' 하면 '와, 저거 건드리면 안 되겠다'라고 스스로 물러날 수 있음. 마스터가 말려야 되는 것과, 플레이어가 스스로 물러나는 것은 아주 큰 차이가 있다. 그런데도 포기하지 않고 분발, 밑작업, 도움, 악마와의 거래를 이용한 눈물의 똥꼬쇼를 한다면 마스터도 박수를 치면서 시도하게 해 줄 수 있음.


도움의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이 처지와 효과의 도입은 팀플레이의 강화에도 큰 역할을 했음.

던월은 팀플레이를 위한 판정이라고 해봐야 협조 판정이고, 그 효과도 굴림에+1 하는게 다라서 조금 애매하지. 마스터 액션의 강약 판단도 잘 안 되어서, 협조를 적극적으로 쓰는 팀을 거의 못 봤단 말야?


근데 포닼에선 '필사적, 제한적입니다' 하면 '실패하면 위험하겠네요. 도움 주실 분?' '제가 도움 드릴게요. 스트레스 1 소모하고, 큰 소리로 적의 주의를 끌겠습니다. +1D.' '제가 밑작업 할게요. 조율로 유령을 들러붙게 해서 적의 움직임을 제한하겠습니다. 효과를 올릴까요? 처지를 올릴까요?' '다이스가 4개니까...효과로 하죠! 6이 뜰거예요!' 하는 이런 식의 활발한 팀플레이가 가능해짐.

협동공격을 묘사할 때도 포닼으로 할 때가 좀 더 뽕이 찼던 것 같음. 밑작업 판정을 통해 다른 사람이 행동할 때에도 내 존재감을 확실히 발휘할 수 있고...효과 없음이나 제한적일 때 바닥을 미끄럽게 만들거나 총으로 적을 움츠리게 만들거나, 유령을 이용해 정신사납게 하는 등 창의적인 방법으로 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느낌을 줌. 단체행동으로 판정한다면 행동의 규모가 오르고 다이스들이 합쳐져서 성공 확률이 확 올라서 막타 칠 때 쓰면 아주 좋은 장면이 나오기도 하고. 단체 행동으로 모두가 함께 일점사 해서 공포의 존재를 레이드하는 장면이 나오면 아주 뽕이 차지 않겠어? 공포의 존재가 강해도 pc들의 단체행동 규모로 불리함을 상쇄하고, 다이스의 수가 많아지는만큼 실패하는 일은 거의 없지.


그래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처지와 효과는 아주 혁명적인 시스템이다! 포닼을 하지 않더라도 마스터를 하는 사람이라면, 속으로 지금 플레이어들의 판정 상황이 어떤지, 실패시 어떤 수준의 마스터 액션을 취할 것인지 단계별로 나눠서 생각해두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일 것이다. 기왕이면 그러한 생각을 표현해서 플레이어들과 플레이의 심상을 맞춰간다면 더욱 좋겠지.

그리고 FitD 룰 츄라이 츄라이. 이 재밌는 룰이 마이너라는게 너무 가슴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