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발 행동이 키퍼 입장에서 귀찮은 이유는 하나야. 기본적으로 CoC 플레이는 하나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진행되고, 돌발 행동을 하면 그 시나리오의 예정된 트랙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그걸 수습하기 골아프기 때문이지, 반대로 생각해서 스토리가 안드로메다로 날아가도 어찌어찌 수습할 수 있다고 생각되면 같이 막 나가도 됨. 예를 들어서 유령의 집에서 잡으라는 코빗은 안 잡고 시나리오를 끝내는 전개도 키퍼가 원한다면 충분히 허용될 수 있음. 물론 키퍼가 능력이 되면 그 결과를 바탕으로 또 새로운 시나리오로 충분히 이어볼 수도 있는 거고. 근데 그게 안 되면 그냥 돌발 행동은 쳐내면서 어느 정도 의도된 방향으로 진행하는 게 속이 편함. 일단 키퍼의 의도대로 상황이 돌아가지 않는다 싶을 때 해 볼만한 시도를 몇 개 설명.


배드 엔딩
CoC는 근본적으로 전투 좀 빡세게 하다보면 가차없이 목숨을 내다버리게 되는 TRPG고, 그러다보니 키퍼는 전개 결과에 따라서 배드 엔딩으로 시나리오를 끝낼 수도 있음. 플레이어들이 그냥 포기하거나 죽으면 배드 엔딩으로 가면 된다 이거임. 다만 배드 엔딩을 내고 나서도 적당히 손을 보면 계속 장기 플레이를 할 수도 있음. 예를 들어서 그레이트 올드 원을 강림시키려는 것을 저지하는 캠페인에서 배드 엔딩은 대개 그레이트 올드 원이 대재앙을 일으키는 시밤쾅 결말로 끝나지만, 다들 그 뒤에도 플레이를 이어가고 싶어한다면 그레이트 올드 원은 강림한 이후 어디론가 가버리고, 사교도들도 다들 그 뒤를 따라 사라진다든가.... 혹은 거기서 희생된 조사자들의 뒤를 캐는 걸로 새 시나리오를 시작해 본다든가 뭐 그런 식의 결말로 적당히 손만 보면 됨.

 

동행하는 NPC

가장 쉬우면서도 가장 속보이는 방법. 고용주라든가 뭐 그 대리인을 합류시켜 놓으면 일단 옆길로 샐 가능성은 현저하게 줄어든다. 다만 이렇게 나온 뒤에 옆길로 새는 걸 막는 것 자체가 플레이어들 입장에서 조낸 속이 보일 수 밖에 없지. 아마 경호같은 조건을 붙여두지 않는다면 좀 생각있는 플레이어들은 조만간 그 캐릭터를 고기방패로 쓰려들어서 키퍼가 죽일 것인가 아니면 살릴 것인가를 고뇌하게 만들겠지. 물론 그런 경우에는 굳이 기적같이 살려두려고 애쓰는 것보다는 현실적으로 갈아버리는 것도 나쁘진 않음. 대신에 그런 NPC의 희생 자체를 활용할 방법을 생각한 다음에 갈아버리는 게 맞겠지만.


일단 밀어넣기

또 다른 속보이는 방법 중 하나는 중요한 부분에서 무시할 수 없을만한 상황을 일방적으로 전개해서 밀어 넣고 시작하는 거임. 그러면 무슨 "돌발 행동"이든지 기본적으로 그 상황에 얽매이게 되거든. 예를 들어서 뭔가 의뢰를 받았는데, 도중에 갑자기 의뢰인은 살해되고 플레이어들도 그때부터 사교도들에게 쫓기게 되는 거임. 그렇게 해 두면 플레이어들은 사교도들에게 죽든가, 혹은 사교도들을 역으로 무력화하거나, 혹은 사교도들이 원하는 것(뭔지는 모르지만)을 주고 목숨을 구걸할 수도 있겠지. 근데 다 저건 결국 "쫓아오는 사교도들"에 대한 대응이 된다... 이거임. 물론 일단 상황에 밀어넣은 뒤에는 저런 선택지 중 뭘 선택할지는 플레이어들에게 맡기는 거임. 뭐 CoC니까 결국은 사교도들에게 다 죽어도 상관없을 거고.  


피드백하기

우회적인 대신 그만큼 손이 많이 가는 방법. 간단하게 말해서 일단 목표는 감춰둔 뒤에 "일정 범위 내에서" 뭘 해도 상관없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 그 다음에는 플레이어들이 그 동안 뭘 했는가를 체크하면서 그걸 바탕으로 상황을 전개하는 거임. 대신 디테일이 빡세진다는 게 이 방식의 흠이라서, 범위를 최대한 한정해 둘수록 정신건강에 편해짐. 극단적인 경우 서울에서 멋대로 하라고 놔두면 대체 어디까지 가서 뭘 할지 알 게 뭐냐.... 그러니까 그 부분은 리미터를 보이지 않게 걸어둬야 함. 예를 들어서 다들 이유야 어쨌든 배를 타고 "태번스머스"라는 바닷가의 한산한 섬마을에 왔다고 치고, 플레이어들이 이 섬 내에서 하고 싶은 대로 일을 저지르게 만듬. 물론 진짜 목표는 이 마을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하는 거임. 그래놓고는 그런 일들에 대해 주민 NPC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생각해 두고, 그걸로 원하는 전개를 유도해 보는 거임. 예를 들어서 저 중 누군가가 마을에 안 좋은 일을 했다고 치자... 당시에는 별 일 없었는데, 나중에 돌아갈 때가 되면 화가 난 주민들은 플레이어들 중 누군가가 일을 저질렀을 거라고 믿고 일단 마을에 억류하려 들면 됨. 물론 아무도 그런 일을 안 하거나 당사자 혼자 나선다면...? 당연히 또 다른 이유를 대서 나머지도 하룻밤 섬에 묵으라고 하는 거지 ^^. 혹은 뒷일을 생각했다면 그냥 순순히 내보내줘도 상관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