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갑자기 "퀘스트 주는 귀족을 칼로 찌를게요, 그러면 재밌을것 같아서요 " 라는 라그나 스러운 플레이어의 선언이 두려울수 있다
혹은 룰을 무시한체 룰적으로 불가능한 아이디어를 선언해서 난감할수도 있다
바로 저런 선언들이 RPG 8년차에 접어드는 내가 뉴비 마스터 시절에 제일 두려워 했던 것들이다
마스터의 입장으로, 시간들여 준비해둔 캠페인을 망칠것이 두려워서 그 플레이어의 선언을 고려하기 이전에 거절해버리기 쉬워진다.
즉석으로 시나리오를 수정하거나 더 개쩔게 세상의 리액션을 보여줄 순발력을 기르는 대신 플레이어의 선언을 " 그건 안될것 같네요 " 하고 거부하는게 훨씬 쉬우니까
그러나 만약 내가 과거의 나에게 돌아가서 조언을 딱 하나만 해줄수 있다면, 그건 바로 " 플레이어의 선언을 막지 마라 " 이다
왜냐하면, 아주 조금만 넓게 봐도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캠페인에 목매여있던 당시의 내 시야는 굉장히 좁았다. 마치 생각한대로 진행이 안된다면 게임이 전부 망할것만 같았다.
그런데. 정말 의외로, RPG에서 최고의 순간은 대부분 상상이상으로 최악의 상황 속에서 벌어져 왔다
핵심 NPC인 왕을 찔러 죽인다고? 주변에 모든 크라운 가드들이 일행들에게 달려들기 시작하고, 난리통에 끊어진 샹들리에가 왕좌 뒤에 찬란한 스테인글라스를 깨부수자 일행들에게 보이기 시작하는 성채 뒷편의 폭포에 무모하게 뛰어내려 도망칠수도 있다! 그리고 이후에 파티는 도망자이자 왕 살해자 라는 멸칭으로 불렸다, 얼마나 개쩌는가! 아직까지 내 플레이어들은 4년도 더 된 저 장면에 열광한다,
만약 내가 왕이라는 핵심 NPC가 죽어서 세션을 망치는게 두려웠다면, 그래서 저 선언에 그저 안된다고 받아쳤다면, 저런 추억이 되는 장면이 나왔을까?
결국 중요한건 선언을 막는게 아니다, 선언을 최대한 멋있게 되받아 쳐주는것이다!
갑자기 플레이어가 핵심 NPC를 찔러 죽이면 어떤가? DM인 너는 그 세계의 조물주이고 창조주다, 플랜 B로 급하게 토큰만든 npc를 넣어도 pl들은 눈치채지 못한다!
플레이어가 룰을 넘어선 창의적인 선언을 한다? 분명 플레이어의 심상에서는 " 와 이 장면 개쩔것같은데?/개재밌을것 같은데? " 싶어서 입밖으로 선언했을것이다. 하게 둬봐라! 결국 주사위가 결과를 결정해줄것이다
이런 플레이어들의 창의력을 DM의 방어기제로 고려조차 안해보고 거절해버린다면, 그건 캠페인을 망치는거 이상의 손해이다. 왜냐하면 플레이어들끼리 두고두고 추억할 개쩌는 장면으로 부화할수 있었던 알을 Dm이 깨버린 샘이 되버리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가능성이 있다고 한들 막아도 되는 선언이 분명히 존재한다, 심지어 그 두 선언을 구별하는 방법조차 굉장히 단순명확하다!
바로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 이거 재밌을까요? " 라고 물어보는거다
RPG에서 절대 배신하지 않는 이야긴 바로 논리로 상대방을 제압하는 게임이 아니라는 점이다
다같이 즐거우면, 룰북따위 알게 뭔가! 집어 던져라! 일주일동안 끄적끄적 메모장에 적어둔 알량한 내 시나리오가 재미보다 중요한가? 우린 분명 재미를 위해 그 시나리오를 쓰고있었다! 배보다 배꼽이 클수 없다!
캠페인을 준비하는데엔 많은, 혹은 아무리 적더라도 분명히 마스터의 노력이 든다. 마스터는 굉장히 바쁜 포지션이기 때문에 시야가 굉장히 좁아질수밖에 없다
하지만, 조금만 더 넓게 본다면
분명 숫자 계산하며 덧셈 뺄셈으로 싸우는 보드게임 대신 살아숨쉬는 판타지 세상 속에서 아무리 라그나 같더라도 결국 영웅이 되어가는 일행들을 볼 수 있을것이다.
3줄 요약
1. RPG에서 최고의 순간은 가장 최악의 상황에서 벌어진다
2. 지나치게 걱정이 많고 두려워서 플레이어의 선언을 먼저 막기만 하지 말고, 걱정을 조금만 내려놔라
3. 그들의 동의를 얻은 후, 저질러라! 그 장면에 무모하게 같이 뛰어들어서 더 한술 더 떠서 받아쳐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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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재밌을 것 같아서요, 같은 병신 같은 이유는 좀 쳐내주시요
그때당시 실친팟이어서 모두가 재밌어 했음.. 나빼고 ㅋㅋㅋㅋ - dc App
플레이어에게 전능감을 주는 것은 흥미를 돋구는 좋은 방법이지
정말 좋은 팁임 나도 gm 경험 얼마없지만 이제것 하면서 이말은 절대 안한듯 "그건 안될꺼 같아요" 나는 진짜 없는 대가리라도 쥐어 짜내면서 어떻게든 플레이어들 말 우선으로 해줫음 그덕에 나랑 같이 한 애들은 대부분 재미있었다고 하더라
난 아직 이경지엔 못 오른것 같음... 대신에 찌르는것 까진 성공하지만 목숨을 빼앗는것 까지는 실패한것 같다 라는 식으로 할것 같아. 아니면 그 후에 흑마술 같은걸 써서 살아나서 pc들을 쫓는다고 하던가, 안된다 라고 딱잘라 말하진 않지만 다른 대안이나 유도리 있는 방향을 제시하는 쪽으로 진행하는 편이거든 정말 그 방향을 하고 싶으면 어려운 판정을 성공하게 하거나 만약 그렇게 해서도 성공하면 어쩔수 없이 죽이겟지만
난 대충 npc들의 성격 능력, 기존 상황 정도만 정해두고, 플레이어 행동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경하는게 최고의 gm이라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