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2가지 정도 생각했더니 그 이후로 막혔다, 너네가 보기엔 사교도들이 크툴루나 요그 소토스 섬기는 계기가 '허무' '경외' 말고도 또 뭐가 있을 거 같냐... 일단은 '지식' 정도가 떠오르긴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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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고대신을 섬기는가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자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각지에 고대신들을 섬기는 사교도들이 무수히 숨어 있으며 머나먼 과거로부터 전해져 내려온 교의를 광신적으로 따른다는 것은 약간 이상해 보입니다. 기관에서 파악하기로는, 이들 고대신들은 지구가 아직 어리던 시절- 어쩌면 지구가 태어나기 이전부터 우주에 존재해 왔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너무나도 오래되었고, 너무나도 공허하고, 너무나도 초월적이기 때문에 인간들이 자신을 숭배하건 말건 별로 관심도 없어 보입니다. 기독교의 야훼(또는 이슬람교의 알라)처럼 인류와 세상을 창조했으며 자신의 창조물을 사랑한다고 여겨지는 것도 아니고, 불교의 붓다처럼 위대한 깨달음을 얻어 모든 인간이 삶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게끔 하는 길을 제시하는 것도 아닙니다. 애초에 인간적인 도덕관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그러한 존재들에게, 왜 사교도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가며 끔찍한 광기와 혼돈을 불러일으키는 데 매진하는 걸까요? 그들의 교의에 의하면, 모든 별들이 제 자리에 놓이게 되면 고대신들이 돌아와 이 세상을 멸망시킬 것이라고 합니다. 기독교의 종말관과도 얼핏 보면 비슷하지만, 적어도 기독교 교리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날이 왔을 때 믿는 자들은 구원 받을 것이다’라는 핵심적인 믿음이 있습니다. 하지만 고대신들에게는 그조차도 없습니다. 오직 인간은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절대적인 무와 공허뿐입니다. 애초에 인간이 아닌 종속 종족이나 지성을 가진 신화생물은 논외로 치더라도, 근본적으로는 엄연히 인간인 그들이 왜 고대신을 섬길까요?
기관에서는 그간의 투쟁 동안 사로잡은 사교도들 중 비교적 덜 미친 자들을 심문하여, 그들이 왜 고대신을 섬기는 지에 대해 몇 가지 유형으로 구분했습니다.
1)허무
19세기 유럽의 인본주의자들과 계몽주의자들은 중세를 광기와 미신이 횡행하던 암흑시대로, 그리고 자신들은 그러한 암흑의 미망에서 인간 정신을 개화시킨 선구자로 규정하고 싶어 했습니다. 그들의 이상과 철학은 물론 많은 것들을 개선하는데 기여했지만 동시에 제국주의와 인종주의의 기틀을 다지기도 했고, 결국 2차 세계대전과 핵의 대파괴를- 그리고 세계 대부분이 두 진영으로 갈라져서 인류 자신을 멸망시킬 수도 있는 무기를 서로에게 겨누고 있는 지금의 현실을 초래했습니다. 한 때 위대하고 고귀하다고 믿어졌던 바로 그 인간정신이 역사 상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참상을 빚어냈다는 사실은 수많은 이들을 절망과 혼란에 빠뜨렸습니다. 그러나 그 중 어떤 이들은 이제 어떤 종류의 진리도 가치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그 사실에서 역설적으로 일종의 자유로움을 느꼈습니다. 그런 종류의 진리나 가치가 없다는 것은, 곧 인간의 본성이나 진보, 운명 같은 것을 규정할 외부의 어떠한 제약이나 기준도 없으며 모든 것은 자신의 의지에 달려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인간이나 세상을 증오하지 않습니다. 오직 자신의 의지에 따라 자기 자신을 포함한 모든 인류와 이 별, 우주 자체의 완전한 멸망을 불러오는 것이 그가 가진 자유의 증명이기에 그렇게 합니다. 이들에게 있어 고대신들은 그러한 자유의 궁극적인 모범입니다.
기관이 파악하고 있는 바로 이들은 사교도들 중에서도 가장 수가 적은 유형인 동시에 가장 과격한 자들입니다. 고대신들을 궁극적 모범으로 여기며 그와 닮고자 하는 이들의 광기는 본성적으로 그러한 광기와 열정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예술가들에게 강하게 어필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러한 광기어린 허무주의를 확대 재생산하며, 스스로도 그렇게 되어 갑니다.
2)경외
사람은 살면서 가끔, 절대적인 공포를 접할 때가 있습니다. 비교적 작은 규모의 공포라면, 자신에게 그러한 공포를 심어준 대상을 미워하는 쪽을 택합니다. 하지만 자신이 도저히 저항할 수 없는 절대적인 공포라면, 대상을 숭배하는 쪽을 택합니다. 대화재, 지진, 해일, 폭풍, 대규모 역병. 인간의 본성은, 용암이 갈라진 땅 틈에서 솟구쳐 오르고 하늘이 화산재로 검게 물들고 천지가 굉음과 진동으로 뒤덮이는 가운데 동굴 속에 숨어서 떨며 오직 저 형언할 수 없는 재앙이 자신을 피해가기만을 빌던 1만 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게 없습니다. 구체적인 계기는 저마다 다릅니다. 어떤 이들은 수학공식 속에서, 어떤 이들은 아편에 취한 채 선잠에 들었다가 꾼 꿈 속에서, 어떤 이들은 잠수복을 입고 깊은 바다 밑바닥을 탐사하다가, 어떤 이들은 문명의 가장자리 끝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고대 종교의 의식을 치르다가… 그 와중에 어떤 식으로건 고대신들의 편린을 접했고, 그 편린의 작은 그림자 속에서 자신의 본성이 뒤바뀌는 전율을 겪었습니다. 한 번 그러한 전율을 겪은 이에게는, 고대신들은 더 이상 세속적인 이해득실을 들이댈 수 있는 대상이 아닙니다. 이들에게 있어 고대신들은 절대적이고 무조건적인 숭배의 대상일 뿐입니다. 이들에게 “고대신들이 귀환하면 당신네들도 다 죽는다”라고 해봤자, 이들은 웃으면서 “그로써 우리의 영혼은 온전히 구원 받는다”라고 답할 뿐입니다.
아직 경험이 짧은 기관원들이 막연히 생각하는, ‘가장 전형적인 사교도 상’은 광기에 눈을 번들거리면서 입으로는 이상한 주문을 외우고 한 손으로는 흑요석 단검을 휘두르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막상 마주하게 되는 이들은 보통 대단히 지적이고 진중하며, 때로는 예의바르기까지 합니다. 그러한 진중함과 예의바름을 유지한 채, 이들은 예배를 바치는 사제처럼 더 없이 경건한 태도로 어린 아이의 심장을 도려내어 고대신의 제단에 바칩니다.
오 좋다...
3) 풍요와 영생 : 인스머스의 그림자에서 사람들이 심해인들과 결탁하는 이유는 그들이 가져다준 풍어와 금은보화 때문이었음. 게다가 심해인이 되면 누군가에게 살해당하지 않는 한 영원히 살 수 있음.
이미 니알랏토텝의 가면에서 "원래 싹수가 노란 놈들"이 사교도가 되는 거라고 언급된 적이 있는데...? 그리고 의외로 크툴루 신화의 신격체들 중에 자기 신도에게 잘해주는 놈들도 많음. 상으로 죽음을 주마 그딴 게 아니라 진짜로 잘해 주는 놈들.
1.허무 2.경외 3.이익(힘, 지식, 영생, 풍요 등등) 4.찐따
5. 모태신앙
경외, 찐따랑 겹치긴 하는데 공포 어때? 종류는 가지각색이지만 공통점으로 무서워서 반항이나 도망은 꿈도 못꾸고 시키는 데로 하는 쪽.
신앙심이나 종교는 경외의 하위분류로 볼 수 있을 것 같음
찌질하지만 강한자에게 먼저 굴복해서 다른 약자들을 무릎꿇게 하는 것을 도와 스스로에게 권력이 있다는 생각에 취하는 것도 중요한 동기 아닐까
내가 섬기는 신이 니들이 섬기는 신보다 강하거든 이란 생각도 가능할테고
ㄴ그건 크툴루워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