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기 전에 말하자면 이 글에서 싸는 핵심 논점은 결국 개개인의 성향에 따라 다르니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함임. 


우선 필자는 아래에서 나온 '현판 웹소설 헌터 감성 티알'을 몇 번 진행하려 시도해 본 사람인데, 이런저런 사정으로 팀원들의 취향이 아닌 것 같아 관련해서 진행해 본 적은 없음. 그러나 진행 자체는 웹소설처럼 데스크를 통해 상황 묘사를 세세하게 하면서도, 개인 세션을 통해 유기적으로 PC 개개체의 서사를 풀면서 진행하는 걸 좋아하는 편임(겸사겸사 차이가 벌어진 PC간 스텟 조정도 좀 하고). 굳이 말하면 PC가 무조건 주연으로 RP하고 연출될 수 있는 환경을 선호함. 


아래 첨부하는 게 본인이 마스터한 리플레이들. 전부 아리안로드 한 티알에서 따왔고, 두 번째 빼고 전부 개인플이며 각각 다른 플레이어들임. 일부러 플레이어 RP는 짧게 나온 씬으로만 가져 왔음. 우리 팀 특색인지는 모르겠는데, 다들 대사 한 줄로 틱 끝나는 RP가 아니라 3~5줄에 행동이나 감정 묘사를 세세하게 RP가 나오는 게 보통이여서.




위에서부터 보다시피 이러면 TRPG치고 '모노로그가 너무 긴 거 아니냐? 노잼일듯;' 하고 생각할 수 있는데, 여기서 마스터의 역량이나 성향이 갈린다고 봄. 나는 일단 타자가 조금 빠른 편에 속하고(나름대로), 이런 식의 진행을 할 수 있도록 연습해와서 한 줄에 보통 6~8초 정도 걸림. 당연히 저렇게 플롯을 써두는 게 아니라, 대략적인 상황의 흐름이나 플레이어들의 행동으로 인한 예상되는 변수 정도를 스토리보드 형태로만 구상해 두는 편. 또, 상황 전환이나 연출에 있어서도 SFX나 BGM을 적극적으로 씀. 보통 한 캠페인 굴릴 때마다 적게는 150개 정도 삽입하는 듯?


이 정도 읽었으면 느꼈겠지만 나는 마스터링 할 때 이야기의 연출과 몰입적 흥미에 중심을 두는 편임. 왜냐하면 애초에 TRPG로 흘러 들어 온 계기 자체가 글 쓰다가 그런 거기도 하고... 반면에 게임성과 기능을 통한 플레이적 흥미에 중심을 두는 사람도 많을 거라고 생각함. 이 경우에는 보드게임적 색채를 더 강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겠지? 나는 어느 쪽 마스터가 하는 TRPG도 재밌게 하는 편임. 여기서 이번 논제에 대한 관점이 갈리는 거라고 봄. 전자에 속하는 사람들은(특히나 회귀물이나 존나짱쎔먼치킨이나 헌터물 같은 걸 좋아하는 사람이람 더더욱) 어? 나쁘지 않은데? 싶겠지만 후자에 속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게임성이 붕괴되고 얼마 가지 않아 노잼이 될 거라는 걸 모르지 않는 사람들이니까. 스카이림에서 tgm켜고 advskill 10만씩 주고 시작부터 데이드릭 풀셋 끼고 하면 재미 없는 거랑 비슷하다고 생각함. 애초에 전자에 속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이런 전개 싫어하는 사람 많음. 일단 나부터. 왕도가 괜히 왕도인 게 아니고, 성장형 주인공이 괜히 꾸준히 인기있는 게 아니니까. PL은 화자인 동시에 독자이기도 하잖아? 자기가 구상하고 이입하는 캐릭터가 차츰차츰 성장해서 문득 돌아봤을 때 여기까지 왔구나 하면서 뭉클해지는 경험 다들 많을 거라고 생각함. 사이다는 일단 뚜껑 열고 마시면 청량해서 속이 뻥 뚫리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김이 빠지면 밍밍한 설탕물 이상도 이하도 되지 않잖음?


그러면 여기서 관점을 섞으면 된다고 생각함. 좀 극단적인 예시를 들자면 사제는 절대 살인을 저지르지 않겠지만, 자기 집 안방에서 자기 엄마가 강간당하고 있으면 당연히 주저 않고 그 신원 미상의 강간범을 죽이려고 들겠지. 관점을 조화하면 단순하게 나빴던 것도 괜찮거나 타당해 보일 수 있다는 소리임. 우선 회귀물은 플레이어가 앞으로의 전개를 모두 알고 있다는 점에서 재미도, 현실적인 가능성도 떨어지지만, 만약 플레이어들에게 캠페인 전에 핸드아웃으로 이런 일이 일어났었습니다~. 하고 돌리는데 플레이어들이 생각했던 것과는 모종의 이유로 다르게 흘러 간다면 의외성의 재미가 될 수 있을 테고, 헌터물은 막 SSS급 도내 1위 짱짱맨 같은 설정이 아니라 천천히 한 단계씩 의외성과 시련 같은 것들을 밟아 가면서 성장한다면 오히려 게임성에 있어서는 고전적인 왕도물과 비슷하게 흘러갈 수 있잖아? 나는 개인적으로 지금 당장 던월이나 디앤디 가져 와서 헌터물 돌린다고 해도 충분히 맛깔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시행착오를 거쳐야겠지, 그래서 적극적으로 자기 팀이던 공구던 계속 플레이어들한테 츄라이하고 시도해보는 게 마스터의 몫이라고 생각함. 


결론적으로 웹소설 느낌진행 방식에 대한 거던, 배경 설정과 세계관의 느낌에 관한 거던 마스터가 그걸 실현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고, 머리 안에 그려져 있는 청사진이 있다면 얼마든지 가치 있는 시도가 될 거라고 봄. 그러다가 아 이걸론 뭔가 좀 부족한 거 같은데? 하면 가내수공업으로 자체 룰 작게나마 만들었다가, 거기서 점점점점... 더 하나씩 늘려가다 보면 그렇게 룰이 하나 생기는 거지. 애초에 그런 식으로 생겨서 출판까지 탄 룰북도 적지 않잖아? 국내에도 대표적으로 이어리니안의 유산 같은 케이스도 있고. 뭐든지 내 수준으로는 안 될 거다 -> 그러니까 다른 사람이 해 주면 안 되나? / 그냥 안 해야지~ 하는 것보단 일단 해 보는 게 나을 거임. 지금 당장 쏠렸던 관심들만 봐도 "나 이거 해 보고 싶은데 마루타 뛰어 볼 사람 있음?"하면 못 굴릴 리가 없다고 본다. 일단 나부터 감. 기존에 있는 룰로 하든, 그걸 좀 개조해 보든, 아니면 새 룰을 만들든. 무작정 안 된다고 쿠사리 주는 것도, 누가 해 줘 응애 하는 것도 좋은 거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게 내 의견임.


두서 없이 막 써서 읽기 불편할 텐데 어차피 그냥 안 다듬은 내 날것의 생각 싼 거니까 개소리처럼 들려도 그러려니 해 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