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한 열 장면 정도 생각나는 데 추리면 다음과 같음.
cst 할 때 갑자기 여동생 중 하나가 최종보스로 각성할 때.
사실 모든 여동생들이 친여동생이 만든 것이고, 그 결과가 어떻게 되건 영원히 자신이 오빠에게 기억되기 위해서 스스로 자살을 선택했을 때.
한 캐릭터가 세션을 잡아먹을 수 있구나, 했다.
네크로니카에서 똑같이 닮은 쌍둥이 자매가 사실 한 쪽이 만들어낸 가상인격이라는 사실이 드러났을 때
그 사실을 알고 광기터져서 망가져버린 언니가 동생의 사지를 분지르며 영원히 같이 살자고 하는 데 동생이 설득해서
진짜 가족이 되었을 때.
내가 해본 세션 중에서 에피소드 최고의 반전이었다.
누메네라에서 가족을 잃은 사이보그 ts 지체장애인이 엔딩에서 새로운 가족을 만들때
장면 자체는 흔할수도 있는 데, 2년간 한 플의 엔딩이어서 인상깊었다.
댄디 5판에서 성기사가 세계를 위해 일부를 희생시키려는 왕에게 검을 빼들 때.
성기사가 왕이 죽인 모든 이들과 그에게 죽을 모든 이들을 대신해서 칼 겨눌 떄 뽕찻음.
인세인에서 한 게이 캐릭터.
아군을 배신하지 않으면 죽는 데도 하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목적이 현실로 돌아가는 거라서, 그를 현실로 보내기 위해서 자살할 때.
웃자고 만든 게이 캐릭이긴 한데, 존나 서정적으로 서술하다 보니까 내가 먹혀버렸다.
루비에서 용에게 아버지를 잃은 소년과 소년의 아버지 덕에 살아남은 소녀가 같이 용에게 맞서면서 각성할 때
첫 각성이어서 뽕 오지게 찼다.
하고 나서 이거 남자끼리 연애 RP해야 하나 존나 고민했음.그 이전의 초능력 갖고 노는 것도 나름 창의적이어서 재밌었고.
자력 부여로 남두인간폭탄이라던가, 종이비행기에 포탈 열어서 원격 감시망 연다던가.
플이 공중분해되서 더 기억에 남는 듯. 개쩌는 플이었는 데.
패스파인더에서 일행이 영웅이 될 정도로 긴 여정을 거쳤음에도, 악인도 선인도 아무것도 되지 못한 반푼이 신관.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미쳐버린 검사, 친해지고 싶었지만 끝끝내 다투고 사라져버린 마법사, 여행이 좋다며 떠나버린 돛거.
돌아오니까 아무도 없는 마을.
최선을 다했음에도, 언제나 그저 반푼이였던 자신을 거울로 돌아보며, 약간 망가져 버리는 엔딩.
나름대로 잘 굴러갔는데도 캐릭터가 맛이가버려서 긍가 아픈 손가락처럼 남았다...
자작룰에서 자경단이던 아버지를 죽인 마을을 불태운 자식과 마을의 유일한 생존자이자 친구가 서로 생사결 벌일 때.
다이스가 6연 펌 내면서 조진다던가 하는 장면 보단 시간이 흐를수록 이야기가 위주인 플이 기억에 남는 듯.
특히 좀 아쉬웠던 플들이 제일 기억에 남는 거 같다.
님들은 플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 뭐뭐 있음?
최근세션. 폴아웃 RPG인데 무기점에서 동료들이 로봇상인한테 날 하룻밤 팔았음. 주사위 판정성공해서 로봇홍콩보내고 아다뗐다고 자랑하다가 기억삭제 당함. 어떻게 하면 웃기게 묘사할까 했는데 다들 좋아해줘서 다행이었음. - dc App
ㄹㅇ 결국 나중에 기억으로 남는 건 다이스로 굴러가는 전투보다는 RP랑 이야기더라
댄디5판에서 보스가 성기사가 죽은연인하고 같이 스마이트를 때려박을때
"전 포지션도 역할도 재주도 비범함과는 동떨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저라도, 싸우는 사람들의 비원을 응원하고, 나아가는 사람을 응원합니다." 라는 대사를 치던 pc
좋군
세션 끝나고 다들 태번에서 뒷풀이하는데
PC들끼리 의기투합해서 길드 만드는 건 어떻냐고 했을 때 ㅇㅇ
이렇게 말하니까 좀 평범해 보이는데 세션 자체가 여운이 엄청 많이 남았음... 아리안로드 첫 플레이였는데 거대한 보스에게 파티가 전멸할 위기고, 앞으로 한 턴 안에 처리하지 못하면 왕도가 침략당하는 시나리오에서 딜러가 죽을 위기에 처함. 근데 그걸 타이밍 좋게 탱커가 커버링 선언해서 한 턴 막아주고, 힐러한테 힐 받은 끝에 딜러(전생에 검도 선수였던 어션이였음)가 "눈 앞에 수치화된 능력치가 띄워져 보이는 세계. 고통 또한, 현실에서 받았던 것보다는 덜하다. 우습게도 이 숫자가 올라갈 수록 칼에 베여도, 찔려도, 불에 데여도, 그저 HP라는 수치만 떨어지고 끝날 뿐일 정도로, 간편한 세계라면, 사실 현실보다 간단한 개념이 아니냐면서 무지성으로 버프란 버프는 다 꼬라박고 공격 굴림하는데 풀다이스떴던... ㅇㅇ
그거 말고도 인상적인 장면 진짜 개 많은 세션이였는데 다들 기분 좋게 술 꼴고 두런두런 얘기하는 세션에서 혼자 묵묵히 있던 탱커(성기사 컨셉, 워리어/어콜라이트)가 나지막이 말을 꺼냄. 이 세션 자체가 탱커가 혼자 버텨줬기 때문에 굴러 갔던 세션이라서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었는데, 조곤조곤하게 "자네들, 길드를 만드는 건 어떻겠나?" 하고 세션이 끝남.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지만 GM(나)이 끝냈고, 그래서 훨씬 더 여운이 남았던 것 같음... TRPG라는 놀이에서 GM 뿐만 아니라 PL의 주도적 역량도 얼마나 중요한지 절절하게 느꼈던 세션 같음
장면을 만드는 건 지엠만이 아니니까. 피엘들도 장면들을 만들지. 숙련된 사람들은 지엠의 플안에서 자신만의 플을 열기도 하고
냉혹하고 탐욕스런 악당이던 PC가 코스믹 호러를 접하고는, '이 끔찍한 괴물들로부터 세상과 사람들을 구하겠다'는 영웅심에 각성하는 장면. 각성 후에도 여전히 악인이지만 나름의 대의를 가진 안티 히어로가 됐지
장기팀하다보면 기억에 남는 장면이 한 둘이 아니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