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일단 난 pc의 서사나 내적갈등을 굉장히 선호하는 gm이야. 소위 '완성형'이랍시고 존나 큰 육각형 캐릭터 들고와도, 소위 '성장형'이랍시고 존나 작은 육각형 캐릭터 들고와도, 소위 '컨셉'이랍시고 원툴 빼면 아무것도 아닌 캐릭터 들고와도 거기에 틀어박혀만 있으면 좆같다 느껴

1. trpg는 아니고 역극 얘기긴 한데, 플레이 스타일이 라그나니까 일단 써볼게
라그나라는 말도 모르던 한참 예전임. gm이 "존나 스케일 큰 능력자물 해보죠" 하고 사람 모아놓고선, npc 짜는 것만 몰두한 나머지 대충 진행욕심 야망 있어보이는 pl 하나 잡아다 서브gm으로 임명했어. 이 서브gm이 라그나였던 얘기야
서브gm의 만행이라면 크게 다섯개야. 갑자기 자기 pc를 최중요 악역 npc로 등극시킨 게 첫째, 이 최중요 주변 npc를 또 양산해서 지 세력 소설 쓰는 거나 몰두한 게 둘째, 다른 pl들은 "니네들은 npc님의 존나 개 쩌는 양동작전에 휘둘려 오늘도 의미없는 소모전으로 엑스트라만 족쳤습니다" 원패턴만 본 게 셋째, 이래놓고 최중요님은 온갖 파워업 이벤트와 세력강화 이벤트를 서브gm이 만들어서 떠먹여댄 게 넷째, 거기다 를르슈 빙의해서 "세상 모든 증오를 나에게 쏠리게 하고 매달린다... 크크킄..."이나 의도하고 있던 게 다섯째지
당시엔 나도 심연에 물든 똑같은 새끼여서 기어이 저 최중요를 발라본 적도 있지만, 그래봤자 모든 보정은 서브gm의 npc님들께서 다 가져가시니 잡을 수 있을 리가 없었지. 난 저새끼 이후로 개쩌는 세력/개쩌는 스펙/개쩌는 강인한 심신 중 하나만 보여도 좆같다로 단정하는 버릇이 들었어

2. 여기서부턴 trpg 얘기인데, 지인이 바빠지면서 비는 시간 때우려고 갔던 팀이 상시플(비정기, 무제한 사양)이었던 얘기야. 리드마스터는 좋은 사람이었지만, 주변 고인물들이 병신이었던 이야기지
우선, 달빠이자 "머리가 비상하고 임기응변에 강한 메스가키 여캐"에 환장하던 놈. gm도 자주 했지만, 1번 서브gm의 명백한 하위호환이었어. 이새끼가 남긴 명언은 "미리 짜봤자 그쪽으로 굴러가는 일 하나 없다. 계획은 상황 보고 짜도 늦지 않는다"였지
또 하나는, 성격적 부분에서 가장 라그나의 정의에 들어맞는 새끼였어. 대놓고 당당히 "이 캐릭터는 천재입니다" 써놓는 건 그렇다 치지만, "후환을 생각 안합니다 라고 썼으니 생각 안하고 나오는대로 말할게요" 라는 새끼였으니까 말이야
이외에도 상시플답게 존나 많지만 하나만 더 짚고 가자면, "제 캐릭터는 착하고 부지런하고 유능합니다. 왜냐면 착하고 부지런하고 유능하거든요" 하던 인간이 있었어. gm으로썬 시각적 연출을 위주로 하는, 소위 '뽕차는 장면' 중독자였고, 이 인간의 욕망은 '일본식 키즈나 연출이 하고싶다"였어. 근데 이건 상시플 얘기잖아?

3. 벌써 4개 사례나 풀었지만, 아직 얘기할 게 많아
처음 정규플을 잡아본 적의 얘기부터 시작해보자면, 저땐 "나 따위가 pl을 가려받을 처지긴 할까"라는 생각으로 면접컷을 존나 낮게 잡고 있었어. 근데도 pl 3명으로 겨우 꾸려진 팀이었고, 그중 2명이나 빌런이었던 얘기야
우선, '카와이하고 호에에한 로리로리 미소녀'만 굴릴 줄 아는 pl이 있었어. 그런데, 0번에 썼듯이 난 '제자리에 틀어박혀서 변화를 거부하는' 캐릭터를 싫어해. 그런데 이 캐릭터는 맨날 "서포트" 운운하면서 아무 선택도 안 하려고, 아무 의견도 안 내려고 했지. 단독 세션도 해주고, 심층심리 분석도 해보고, 전용 이벤트도 줘봤지만 처음 정한 '라이트한 중2병 컨셉질하는, 호에에한 로리'를 절대 놓질 않더라
캐릭터 문제일지 모른다는 맹목적인 믿음도 가져봤어. 단편에도 한번 데려가봤고. 그리고 안 사실은, pc의 문제가 아닌, 그런 pc만 짜고 굴리는 pl의 문제였단 거지. 단독 세션에 게스트로 흔쾌히 참가해준 고마운 내 지인새끼는, 이 pc(어쩌면 pl)한테 이런 대사를 쳤어
"넌 히로인이 아닌, 히어로가 되어야 해."
다음, '개쩌는 비밀결사의, 개쩌는 스펙을 지닌 말단'만 짜오던 pl이 있었어. 당시엔 "개 씨팔 호에에 서포터년보단 낫지"라 생각했지만, 조금씩 지나보니 이새끼도 병신이더라고. 이새끼는 '자기 캐릭터의 쿨함'을 보이기 위해서 무슨 병신짓이든 저지르는 새끼였는데, 스펙 자랑/백스로만 있는 업적 자랑/비밀결사 자랑/아는척을 위한 넘겨짚기/합의한 적 없는 새로운 '개쩌는' 추가 백스 즉석 작성/"책임은 니네가 져라. 나는 아무것도 '실행'하지 않고 '조언'만 할거다" 같은 언행을 저질렀어
이쪽은 다른 pl의 간곡한 요청으로, "자기가 어떻게든 커버쳐주겠다" 라는 말을 속는셈 치고 딱 한번 믿어줬지만, 이새끼는 똑같은 방식의 캐릭터를 짜서, 똑같이 "이중인격"이란 추가 백스를 즉석에서 넣고, 모든 책임을 서로 다른 인격끼리 패스해 제끼더라.

4. 그 외 여러 단편에도 온갖 미친놈을 만났는데, 이것들을 보면서 느낀 바는 "사람 거르는 건 나 따위가 어쩌고 이전에 gm의 의무고, 네캎은 이미 공개구인을 감히 도전하기엔 라그나들이 득실대는 곳으로 전락했다"였어. 짧게짧게 짚고 넘어가볼게
하나, "너무 노잼으로 흘러가길래 몹이랑 마을 양쪽 다 죽여봤어요 잘했죠?"
둘, "크킄... 나는 독술사... 엉? 스토리? 갈등? 몰?루 알?바"
셋, "팀이 노잼이네요. 선언만 대충 할게요"
넷, "내 로망은 다르킨 케인이지! 아니 마스터 왜 내 캐릭터가 풀템 다르킨처럼 다 쳐죽이고 다니지도 못하는 좆밥이죠? 개못하시네요"
다섯, "훝... '츠바메가에시'ㅡ 왜안죽지? '츠바메가에시'ㅡ 저 노가다로 레벨링좀 더하면 안됨?"
여섯, "? 니 의뢰요? 난 내 목표 달성 끝났는데요? 협력은 님이 멋대로 하셨죠 ㅋ"
일곱, "세상이 혼란하면 저의 위대한 캐릭터가 세운 위대한 집단이 대충 조금만 손대도 다 해쳐먹겠죠? 뭐할까요? 야쿠자? 마약상?"
여덢, "세상이 혼란하건 말건 내 알바? 난 내 장사나 할거임 ㅅㄱ ㅋ"
아홉, "타 pc가 알아낸 '사실'이 있긴 하지만, 제 pc는 개똑똑하니 그걸 어림짐작해 블러핑을 걸겠습니다"
열, "아이고 자다보니 2시간이나 지각했네요 ㅎㅎ 내일도 진행해 주실거죠? ㅎㅎㅎㅎ"
열하나, "저 존나 딴딴한 극탱 할래요! 어...어버버버버 저 대사 못치겠어요 1주일 시간 있었는데 읽으라는 거 하나도 안 읽었거든요 어버버"

5. 써놓고보니 싯팔 왜이리 많지? 사람 제대로 거르면서 받기 시작한지 얼마 안되서 그런가 머리수만 따지면 팀 서너개는 거뜬히 만들 정도네? 여튼 니네들도 빌런 라그나 피해사례 좀 써줘 장작좀 넣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