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사실을 말하자면, 캐릭터를 만들고 이야기를 시작시키기에 가장 좋은 방법임.
나는 조국 독립을 위한 공산 혁명을 반드시 성공시키겠다,
나는 내 유파를 멸문시킨 원수들을 죄다 잡아 족치겠다...
그리고 대부분은 그 신념을 유지하려고 하겠지. 맹목적일 수도 있고, 처절할 수도 있고...
근데 이 신념은 계속 충돌할 거임. 그리고 이게 '서사'를 만들어나가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임.
너는 신념을 지킬 수 있는가? 하고 질문하면서 계속 갈등요소를 투입해 나가는 것.
나는 이 쪽을 선호하고, 그렇기 때문에 갈등요소를 투입받는 건 매우 좋아함.
근데... 거꾸로 나는 '신념의 충돌'이 이야기의 가장 근본이라고 생각해서,
'애매한' 신념을 가진 캐릭터를 가지고,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감이 잘 안 온다.
예컨대, 나는 불살 캐릭터를 만들어 놨다고 치자면...
이 캐릭터가 살인에 점점 무감각해질 경우, 대체 뭔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르게 될 거 같다.
뭐 지금 RP잘알들이 하는 말은, 아마 '애초에 그런 얄팍한 캐릭터를 만들지 말라고!' 에 가까운 거 같지만...
나 같은 경우는, 독립운동가, 신념형 테러리스트, 기타 확신범들 같은 종류를 굉장히 좋아하기에,
다른 사람들이랑 합의해서 '엔딩 직전까지 신념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고 싶습니다만...' 하는 요구 자체는
해 볼 수 있는 거 아닌가... 싶음.
이건 경험칙인데, 보통 "저는 캐릭터 신념을 절대 바꾸고 싶지 않아요"하는 사람은 높은 확률로 캐붕, 취향 운운하며 자신의 캐릭터 설정을 성역화하기 때문에 싫은 거임. 아니, 캐릭터는 자기 꺼라고 쳐도 같이 노는 놀이판까지 자기 껀 아니잖아?
캐릭터의 신념을 좋은 소재로 삼아 재미있는 플레이를 연출할 거라면 누가 뭐라고 하나.
ㅇㄱㄹㅇㅆㄹ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