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통에 대한 단상
플레이어를 '고통'스럽게 하고 싶으면 세션 약속 계속 펑크내면 됨. 아니면 인격모독을 박거나. 이거 이상 효율적으로 고통을 줄 방법은 없음.

2. 역경에 대한 단상

지금 이 두 가지가 좀 혼용되고 있는 거 같으니까 일단 정의부터 들어갈게.

역경이란,
1. 마스터가 준비해서 플레이어에게 제시하는
2. 플레이에 크고 작은 장애를 가져오는 요소로서
3. 해결 여부가 불확실해서 플레이어의 행동을 요하는 것 일체.
정도로 정의할 수 있을 것 같아.

여기서 장애는 귀찮게 소리지르는 NPC로부터 플레이어들을 TPK시켜버리는 용의 숨결까지 다양한 상황을 포함할 테고, 해결 여부는 마스터 입장에서는 확실하게 가능/불가능하더라도 플레이어는 불확실하다고 생각해야 할 거야. 역경 중 일부는 보상이 있지만, 사실 보상이 없거나 제시되지 않은 경우가 절대 다수지.

사실 좀 뭉뚱그려서 말하자면, TRPG 플레이라는 건 마스터가 역경을 준비하고 플레이어의 응수를 보고, 응수에 따라 다음 역경을 준비하고...의 반복이라고 볼 수 있어.

그리고 마스터라면, 자기가 준비해 온 역경에 대해서 플레이어가 관심을 가지고 진지하게 임해주기를 바라는 건 어찌 보면 인지상정이지 싶다.

대충 주사위 굴림만으로 해결되는 역경도 있지만 NPC들의 설정과 관계를 주의깊게 기억해야만 풀 수 있는 역경도 있고, 캐릭터를 넘어 플레이어의 가치관에 직접 질문을 던지는 역경도 있고...이런 다양한 종류의 역경을 잘 엮어나가면 엮어나갈수록 세션은 단순히 주사위 굴리는 인생게임 수준에서 좀 더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하는, 그렇기에 다른 컴퓨터 게임들보다 좀 더 복합적인 재미를 제공하는 무언가가 된다고 보거든.

물론 절대적인 재미라는 건 없기 때문에 역경을 제시하는 마스터는 플레이어 눈치를 보면서 얘들의 관심사가 뭔지, 거기에 맞는 역경이 뭔지 조사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 거고, 사실 오늘 처음 나온 '플레이어 고통스럽게 하고 싶다'는 모범적인 방향으로 선해하면 플레이어들이 관심을 갖고 진지하게 몰입할 만한 역경을 부여해 보고 싶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어.

그렇다면 거기에 대한 답은 사실 문제 속에 있지. 플레이어들을 잘 관찰해서 관심이 있고 진지하게 생각할 만한 주제로 역경을 짜서 던지면 됨.

여기서 그냥 마스터한테 재밌는 걸 던진다면? 그때부터는 기도메타지. 플레이어가 제발 나랑 똑같은 관심포인트가 있길 기도하고 굽신굽신거리면서 관심 유도할 수밖에 없음. 물론 마스터한테는 그럴 때 쓸 수 있는 일반적인 관심 유도 수단, 즉 높은 보상 책정이라는 카드가 있지만 이게 뭐 언제나 유효한 수단도 아니고.

3줄요약
1. 역경은 마스터와 플레이어가 쿵짝이 맞아야 함
2. 그래서 마스터는 플레이어를 파악하고 접수할만한 상황을 제시함
3. 일방적으로 제시했다가 플레이어가 접수 못 하면 좆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