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무결한 영웅이 동정의 여지조차 없는 악당을 해치우는 이야기를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타고난 우월함으로 일말의 고민도 갈등도 없이 문제를 해결해가는 이야기를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갈등과 번민, 결함과 상처로 가득찬 이야기다.


세상만물에 모르는 것이 없다는 현자가, 사랑하는 이의 마음을 얻을 방법을 몰라 괴로워하는 이야기


당해낼 이 없다는 만인지적의 전사가, 눈 앞에서 꺼져가는 작은 아이의 생명조차 구하지 못 해 울부짖는 이야기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없다는 성직자가, 교리로는 구원할 수 없는 이들을 앞에 두고 회의에 빠지는 이야기


가장 굳세보이던 이들조차 인간이기에, 생명이기에 벗어날 수 없는 갈등 속에서 흔들리는 그런 이야기가 나는 좋다.


불안과 고민, 후회와 번민으로 가득 찬 여정임에도 기꺼이 다음 한 걸음을 내딛는 그런 이야기가 나는 좋다.


그들이 이야기 속의 절대자가 아닌, 모순과 불합리로 가득찬 삶을 영위해나가는 한 명의 인간이 되었을 때,


나는 비로소 그들을 위해 눈물을 흘리고, 박수를 치고, 찬사를 보낼 것이다.


오랜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