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생각 정리용으로도 쓰는거임


1. 던월에서 실패는 실패가 아니다.


그럼 뭐냐? '마스터 맘대로' 라고 할 수 있다.

그 판정에 실패하는 순간, 결과는 그냥 마스터 마음대로 서술할수 있는 상황으로 넘어왔다고 해석한다


자물쇠 따기에 실패한 순간, 

그냥 자물쇠에 꽂힌 상태로 락픽이 부러져서 자물쇠따기를 다시 시도할수 없게되든.

아니면 따긴 땄는데 워낙 녹슨 자물쇠라 따는순간 떨어져 부서져서 경비병들이 올라오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든

따는 도중에 깨진 자물쇠 조각에 긁혀서 파상풍에 걸리든 

마스터 마음대로 할수 있는 상황이란 것.


그런고로.. 가급적이면 "그냥 실패했다, 행위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식의 서술은 피하는게 좋다. 

개인적으로는 그냥 7-9보다 더 무거운 대가를 '강제로' 치루면서 성공을 시키는 쪽으로 자주 해석하는 편이다.


그럼 룰북에 나와있는 마스터 액션들은 뭐냐고?

자물쇠 따기 실패했는데 시간의 연속성과 엔트로피가 깨져서 메테오 떨어뜨리는 뇌절 말라고 어느정도 상한선을 정해준거라고 생각한다.


"니가 방금 예시로 든 자물쇠 조각에 긁혀서 파상풍 걸리는건 맥락없는 뇌절이 아니고?"

그래서 던월같은 룰에서는 합의와 심상공유가 중요하다. 많은 턀갤러들이 던월 ㅄ룰이라고 학을 떼는 이유기도 하고.

그런 반박에 DND면 어지간한 데이터들 룰북에 있는거 읽어보라고 반박하면 끝나지만. 

던월은 그냥 그렇게 마스터가 낸 결과를 플레이어에게 납득을 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2. 던월에서 액션은 행동이 아니다


전에도 비슷한 내용을 썼는데. 던월에서 나온 액션 목록 (접근전, 사격, 위험돌파, 방어....) 등은

어디까지나 캐릭터의 행동 묘사를 보조하기 위한 수단이다.


접근전 액션을 하려고 적에게 검을 휘두르는게 아니라

적에게 검을 휘두르니까 접근전 액션이 발생하는 거다


개인적으로 초보자들과 세션 진행할때 이 부분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이 매우 많았다.

"어떻게 행동하시나요?" 라고 물었을 때, 초심자 8~9할은 "접근전 할게요, 회피 할게요"라고 선언을 한다.

물론 나도 초보 플레이어 시절엔 거의 저런식으로 묘사를 했다. 사실 그렇게 해도 진행 자체에는 크게 문제가 없기도 하고.

하지만 그러면 결국 던월이 데이터적인 측면을 비워둠으로써 생기는 장점을 버리는 셈이라고 생각한다.


플레이어의 행동 서술로 인해 발생하는 묘사들로 장면들을 채워, 거기서 발생할 변수들을 활용해야 하는데. 그냥 '접근전이요' 한마디로 끝내면

99% "걍 댄디하러감 ㅅㄱ" 소리가 나올수밖에 없을것이다. 

마치.. 시험문제를 서술형 답안형 문제를 풀어야되는데, 거기다가 정답인 단어만 적어놓으면, 그 문제는 결코 좋은 점수를 받을수 없을 것처럼.


이에 관해 언리미티드 던전 룰북중 플레이어 원칙에 좋은 내용이 있는데. "행동으로 보여준다"는 내용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항상 스스로 “어떻게?”라고 묻는 것입니다. 이는 캐릭터의 행동에 이름을 붙이는 데부터 이를 묘사하고 실현하기까지의 모든 과정에 걸쳐 강력한 동력이 됩니다. 행동은 항상 이야기로 시작해 이야기로 끝나야 합니다.

예시:
“저는 올빼미곰을 공격할게요… (어떻게?) …제 도끼를 휘두르며 돌진해요… (어떻게?) …몸을 낮춰 발톱과 부리를 피하는 동시에 다리 쪽을 잘라버립니다.”
“저는 경비병을 설득할게요… (
어떻게?) … 뇌물을 건네서요… (어떻게?) …아무렇지 않게 다가가 금화 하나를 그의 손에 쥐여주며 속삭이죠 ‘못 본 걸로 하지.’”


즉. 던월(AWE)에서 룰에 적혀있는 액션과 태그들은, 플레이어와 마스터의 묘사와, 그 서로간의 합의를 위한 보조 도구에 가까운 개념이다.

거대한 오거가 방망이를 휘둘러서, 전사 PC의 갑옷에 금이 갔다는 묘사를, 전사 플레이어와 합의를 위해, 오거의 공격 태그에 [파괴적]태그를 붙여놓는 것.


던월에서 액션은 마스터와 플레이어의 행동 묘사의 결과를 너무 추상적으로만 흘러가지 않게 그 상한선을 잡아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3. 던월에서 '플레이 해서 알아본다' 의 의미


사실 처음에 제일 난해했던 항목이고, 아직도 완벽하게 이해하진 못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다만 요즘 마스터링 횟수가 조금이나마 늘어서 약간이나마 이해를 했는데, 대충 설명을 해보자면 이런 느낌이다.


당신은 요리(마스터링)를 할때, 요리의 '원 재료'만 가져다 놓는 셈이다. 감자(인물), 김치(배경), 돼지고기(사건) 등등을 가져다 놓고

플레이어와 세션을 진행하면서 이게 어떻게 요리될지 지켜보고 (조리도 간간히 도우면서)

최종적으로 요리를 끝내는 것이다.

여기서 만약 심상들을 잘 맞췄다면. 정석적인 김치찌개가 나올것이고. 어쩌면 김치찌개라기보단 감자탕에 가까운 물건이 나올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김치피자탕수육같은 뭔가 괴악하면서도 생각보다 먹을만한 세션이 될 수도 있을것이고. (다만 마스터의 예상엔 꽤 크게 다른 결과겠지만)


어쨌든, 정리를 하자면 마스터는 세션의 "배경"만 던져주는 셈이라고 할 수 있다.


원래대로라면, 어떤 오크 부족이 사악한 용의 부활의식에 쓰일만한 작은 마을들을 물색하고, 쓸만한 마을을 찾아 습격해 사악한 용이 부활해야겠지만

어느 순간, 플레이어의 파티가 개입해서 일이 점점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하는게 던월 마스터링 준비의 기본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저 예시라면 아마도 그 마을의 촌장이 요즘에 빈번히 오크 정찰대가 마을 농가를 습격하는 일이 잦아졌단 식으로 의뢰를 맡기는게 시작이 될 것이다.)


최종적으로는 그냥 사악한 용의 부활 의식을 깔끔하게 막고 끝내는 김치찌개가 될 수도, 

아니면 결국 부활의식을 불완전하게나마 성공시켜 소환중인 사악한 용과 장대한 결전을 목숨걸고 치루는 감자탕이 될 수도 있을것이다.

어쩌면 부활한 사악한 용의 나름대로의 사연을 듣고 칭구가 되는 김치피자탕수육이 될수도 있고.


정리하자면, 던월에서 시나리오를 준비할때. PC들은 배경사건을 원래대로 흘러가지 않게 뒤틀어버리는 '변수' 라고 해석하면 좋을 것이다.


4.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장점

이쯤되면, '그래서 이 룰 왜함?' 이란 생각이 들 수도 있을것이다.

솔직히 필자가 서사룰을 매우 좋아한다는 개인적인 취향에 대한 설파는 넘어가도록 하고..


가장 객관적으로 장점이라고 꼽을만한 부분은. 위에서 언급한 플레이 팁들은, 

던월뿐만 아니라 TRPG를 하면서 평생 써먹을수 있는 테크닉을 쌓을수 있단 점이라고 생각한다.


전에도 쓴 글이지만. 던월은 그만큼 룰 자체가 느슨해 개인의 묘사와 장면에 대한 이해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 룰로 잘 굴리는 사람이라면, 그냥 TRPG를 잘한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라고 본다.

흡사 기초체력이 좋으면, 어떤 스포츠를 시켜도 룰에 따른 특징만 추가적으로 이해 시키면 다 '좀 치는' 수준으로 순식간에 올라오는 것 처럼.

기본적으로 TRPG는 G도 있지만. RP도 있는것처럼. 같은 액션을 취하더라도 좀 더 재미있게 즐길수 있지 않겠는가?


위에서 언급했던 예시인 행동의 "어떻게?" 를 다른 룰을 플레이할때 한번 적용해서 한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COC "저는 자료조사를 할게요" (어떻게?) "눈 앞에있는 책상위에 수북히 쌓여있는 서류들을 살펴봅니다" (어떻게?) "종이를 조심스래 하나하나 들춰보며 필체들을 하나씩 조사해 봅니다, 과연 제가 찾던 용의자의 필치와 비슷한 필체를 가진 서류가 있는지 찾아볼래요."

DND "저는 밀리어택 2회 후 액션서지까지 써서 더 공격하겠습니다." (어떻게?) "제 검으로 빠르게 내려칩니다." (어떻게?)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도저히 따라잡을수 없었을 속도로 검을 내려친 뒤 올려칩니다, 그 동작이 끝났다고 생각할 무렵, 어느 세 3번째, 4번째 일격을 가하네요."


물론 텍스트 플레이라면 타자 연습을 좀 해야할 필요는 있겠지만, 같은 액션이라도 더 풍부한 느낌이 나게 됐다!


마스터링에서도 마찬가지다, 만약 판델버의 군드렌 락시커가 마차 호위대를 구하지 못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 한번쯤 고려해보고.

그 시나리오에서 PC의 개입이 없다면 어떤식으로 시나리오가 흘러갈지 한번쯤 가정을 해보는 식으로 "변수"들에 대해 한번쯤 예측을 해보고.

플레이어가 시나리오를 쫒아오지 못(혹은 않)는다면 그 세션이 터지지 않도록 안전망을 설계할 수 있도록 구상해 볼 수 있을것이다.


흔히들 언급되는 "데이터룰도 서사룰처럼 굴릴수 있고, 그렇게 굴리면 더 재밌다" 라는 말은. 이런데서 나오는 셈이다.

페이트 코어룰 에서도 이런 평가가 나왔다곤 하지만. 일단 필자가 페이트 자체를 딱 한번만 해봤기 때문 이 부분에선 말을 아끼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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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싱숭생숭한 마음에 그냥 뭐라도 해야지 싶어서 써본 글이라 그런지. 두서없이 장황하게만 적은 느낌이다.

어차피 처음에 언급했든 개인 생각 정리용으로도 올린 글이니..

반박도 환영하고, 반박시 님 말이 맞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