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가 아닐까...


'3.5도 아니고 5판에 뭔 파빌이 있다고 파빌약빌 가지고 싸우냐???' 라는 이야기가

오히려 핀트가 좀 나간 게 아닌가 싶은 기분이 드는 게.




오히려 어지간히 병신같은 컨셉을 잡아도,

적어도 그 컨셉을 최고 효율로, 안정적으로 구현할 방법이 실제로 있으니까


그 컨셉조차 병신같이 구현해 놓은 빌드를 보고 고인물들이 뒷목을 잡으면서

'저 새끼는 게임을 제대로 할 생각이 없는 놈이다...! 아니면 저딴 식으로 캐릭터를 만들 리가 없어...!'


하고 반응하는 게 아닐까 싶음.




뜬금없이 왜 이런 생각을 했냐 하믄

몇 년 전에 내가 지인들이랑 덥크 단편을 딱 한 번 해 본 적이 있단 말임?




내가 그 때 했던 게 퓨어 하누만 근딜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내가 마스터나 같이 하는 PL들의 조언을 안 들었던 것도 아니지만

뭐 덥크 룰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딸리는 상황에서

'일단 이런 컨셉을 해 보고 싶음' 수준으로 짜 놓은 걸 주변에서 수정해 주는 것 정도로는



덥크 좀 해 봤던 지인이 크리치 막 깎아가면서 주사위 몇십개씩 굴리는 걸 절대로 못 따라잡더라.

로그 스케일로 차이가 나던데 ㄹㅇ루다가.




근데 다행히도 지인팟이었기 때문인지,

아무도 나보고 '약빌충 새끼야 빌드다시짜와' 하고 욕을 안 했단 말임.


근데 솔직히 이게 지인팟이라서 그런 것만은 아니고...



솔직히 '덥크' '단편'이라는 점에서 글케 성능이 중요한 부분인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약간.



솔)직히 그 파빌(도 아니었음 사실) PC가 없었어도 보스는 아 침식률이 올라가는구나~ 

같은 기분으로 썰었을 거 같고.

장편이면 기껏 짜온 캐릭터가 침식치 꽉 차서 NPC 되는 거에 불만인 사람이 나왔을 수도 있겠지만

단편이니 그딴 것도 없었고.




그리고 무엇보다, 룰이 씹덕짓하세요 하고 만들어놓은 룰에다가

마스터고 PL도 죄다 씹덕이었다 보니


다들 성능 따위보다 어떻게 씹덕짓을 할까 같은 거나 고민하고 있었단 말임...




이게 마스터가 가져온 배경이 대놓고 씹덕 하위장르이기도 해서

내가 잡았던 캐릭터 컨셉이 '주인공(PC 중 한 명)의 선생님. 영웅이라고 칭송받았으나 재능은 없었던 남자.'

뭐 이런 거였단 말임.



그래서 신속의 고동이랑 스피드 포스 집어서 걍 뒤 안 보고 선턴에 먼저 나서서

잡졸들 다 썰어버리고(※근데 실제 플레이에서는 썰어버릴 잡졸이 없었음)

보스로의 활로를 열어준 다음에


"가라 소년...! 나로서는 과거를 짊어질 수 있었을 뿐, 세상을 구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너라면... 우리에게, 미래(아시타)를...!"


뭐 이딴 대사를 치고


그 후에 주인공이 보스 썰어버리는 걸 구경하면서

그 압도적인 재능 앞에서, 자신이 시대에 뒤쳐져 버렸다는 것에 슬퍼하면서도

동시에 안도감을 느끼는... 뭐 그런 컨셉을 생각했고



실제로 참가자들끼리 심상이 잘 맞아서 그런 느낌으로 흘러갔던 걸로 기억함.




이거 되게 변명 같은 이야기기는 한데,

내 의도치 않은, 크리치 막 깎는 방식을 생각 못하고 건실하게 침식치까지 걱정해 가며

주사위를 쌓아올리는 '약빌'이야말로


지인팟이 공유했던 '시대에 뒤쳐진 재능 없는 스승'의 심상에 되게 잘 부합했던 거였다고 생각하거든?


내가 약빌을 해 갔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름 그놈의 '진심'을 보이려 했다고 생각함...



이게 걍 팀을 잘 만났고 단편이었으니 망정이지,

장편이었으면 그 컨셉만으로 어디까지 해먹을 수 있었을 거 같냐 같은 말을 하면

솔직히 반박할 말은 없긴 하지만서도,


일단 어디까지나 이론적으로는, '약빌은 게임 제대로 할 생각이 없는 놈들이다'라는 말에 대한

내 경험적 반론은 될 수 있을 거 같아서 좀 꺼내봤음.




그리고 이 경험에서 알 수 있는 중요한 게 뭐냐면




덥크 밸런스는 우주로 갔다는 거임...

아니 쉬벌 약빌을 했다치더라도 판정 결과가 자릿수부터 다른 게 말이 되냐???

아니 HP를 찍으면 뭐해 어차피 한방컷에 리저렉트 ON인데 ㅋㅋㅋㅋ




근데 오히려 그게 내가 약빌을 해도 별로 티가 안 나게 되는 중요한 점이었다고 생각함.


막말로 지 나름대로 컨셉 지켜서 파빌을 해 봤자, 또 다른 파빌한 캐릭터와 비교해 보면

어차피 약빌한 캐릭터랑 거기서 거기일 테고,

아니 그보다 애초에 익스플로시브 다이스를 쓰는 시점에서 그 말도 안 되는 파워도 운에 의존하는지라

재수 없으면 평범한(?) 약빌이랑 같이 붕쯔붕쯔 할 확률도 있지.

어차피 뒤지고 부활하는 게 당연한 룰이니까, 방어 관련된 수치를 섬세하게 조종할 필요도 없고.


그러니까 뭔 대놓고 트롤링용으로 시너지 없는 이펙트들을 마구 섞어놓는 수준만 아니라면야

컨셉질을 위해서 주사위 기댓값을 어느 정도 포기하는 것 정도는

솔직히 룰 자체의 망가진 밸런스에 비하면, 티도 안 나게 된다 이거지. 




근데 댄디 5판은, 잘 만든 룰이잖아.



건강 덤핑이 갤에서 욕을 처먹는다는 게 결과적으로 무슨 뜻이겠음?


'댄디는 능력 수정치 +1으로 죽고 사는 게 갈리는, 능력치 배분의 선택지가 유의미한, 잘 짜인 룰이다' 는 의미 아니겠음???




근데 그 선택지가 유의미하다는 건, 결국 '뭐 까짓거 +1 정도야' 라고 덤핑해버리면

즉시 팀원의 홧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소리기도 한 거고.




그래서 나로서는 약빌하는 놈들은 의욕이 없는 놈들이다 같은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약간 그런 기분임.


자신들이 공정하게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게임을 하고 있다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 버려서

그게 얼마나... 특별한? 경우인지를 미처 생각 못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기분이 든다고 해야 하나.



뉴비가 약빌을 해 오는 건, 이걸로 인해 생기는 플레이의 방해 요소는 니들이 알아서 해결하셈 같은 게 아니라,

진짜로 이게 플레이에 방해 요소로까지 섬세하게 작동할 거라는

예상, 아니 노골적으로 말해, 기대 자체를 못 하는 거에 가까울 거라 생각함...

막말로 그 뉴비가 해왔을 던월도 페코도 덥크도 그렇게 '섬세한' 변화를 줄 수 있을 만큼 정교한 룰이 아님;;


심지어 그 섬세한 변화가 플레이에서 실제로 작동했다는 걸 스스로 체감하는 것부터가

몇십 세션을 박아보면서 룰에 대한 이해도가 올라가야 가능한 영역일 테고...




그래서 여기서 약빌에 울분을 토하는 것부터가, 솔직히 5판 단편 몇 판밖에 안 해 본 입장에서 말하자면


토끼공듀들이 "아 이 뉴비 싹수가 노랗네... 벌써부터 마스터 부려먹으려 하네..."

내지는 "그게 뭐가 파빌임... 3.5가 현역이었던 라뗀말여..."

하는 썩은물 대화 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요...;;



썩은물 입장에서 그게 진짜 울분에 찰 만한 일이라는 거 자체는 이해가 됐는데,

그 이해를 무작위 구인에서 당연한 걸로 여기면... 솔직히 좀 너무 빡세다는 기분이 든다.

턀갤 안 하는 평범한 카페 출신이 자기 빌드에 그놈의 '진심'까지 담아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는 건, 

좀 어렵지 않을까...




그래서 솔직히

뉴비는 뉴비들끼리 썩은물은 썩은물들끼리 노는 게 좋은 거 아닌가 싶음...

이거 솔직히 보는 세계가 너무 다름...




그러니 우리 모두가 뉴비인 건독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