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봄


일단 내가 파악하기로는 AWE의 혁신성은, '캐릭터들이 속해 있는 세상이 어떠한 곳인지,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캐릭터들이 그와 어떻게 얽히는지'에 대해 결정할 권한을 마스터에게 몰아주는 대신 플레이어들에게 배분하고 그걸 적극적으로 게임 내에 반영할 수 있도록 등을 떠미는 구조를 확립했다는 점이라고 본다. 21세기 이후로 나오는 RPG룰들의 경향성이 대체로 이렇긴 한데(마스터와 플레이어를 막론하고 참가자들 전반이 새로운 설정을 만들고 끼어넣을 수 있도록 배려, 데이터적인 명확한 규정 대신 서술형으로 맥락을 해석하는 걸 중시하는 룰링... 등) AWE는 그 중에서도 아방가르드하다고 생각함. 그러한 설정 끼워넣기 과정에 있어 '이게 이전의 떡밥과 어떻게 엮일지, 나중에 어떻게 연결해야 할지'를 일일이 고려하지 않고 생각나는 걸 좀 막 던져도 왠만해선 국면이나 카운트다운 시계에서 규정된 사항들로 수렴됨으로써 시나리오가 산을 넘어 우주로 가는 걸 막아주거든.


전에 김사장님이 AWE에 대해서 '구조가 아니라 순간을 쌓는 시스템' '그렇게 막 던진 게 쌓여서는 꽤 근사한 탑을 만든다'고 표현한 적 있지.


그러한 AWE의 특성을 고려해봤을 때... AWE로 돌리기 좋은 장르는 논리성이나 이야기 내적 인과 관계 같은 부분을 좀 희생하고 그 대신 순간 순간의 극적인 스릴이나 강렬한 연출 같은 걸 중시하는 장르인 거 같음. 딱 펄프 픽션에서 다뤄지는 거. 좀 더 구체적으로 예를 들자면.... 스타워즈 같은 (고증을 별로 안 따진) 스페이스 오페라, 인디아나 존스풍 (역시 당대의 시대상 고증 같은 건 대충 하고 클리셰를 충실히 따르는) 모험 활극, 씬시티처럼 뒷골목 2류 암살자와 무면허 의사와 마약상과 매춘부와 갱이 나오는 범죄물 등... 대체로 엄근진한 주제의식 같은 건 별로 없고, B급 영화스러운 정서가 녹아 있고, 액션과 빠른 전개가 중시되고, 이야기에 구멍 좀 있어도 별로 신경쓰는 사람 없고.... 뭐 그런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