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그때 갑자기 닌자...는 아니고
여무사와, 앞에서 츠루기와 혈전을 벌였던 무사시보가 나타났다.
아무리 시간이 늦었어도 전투 한 번 정도는 겪어보라는 마스터의 배려였으리라.
그러면 사양할 수 없지, 전투 돌입 액션!
정면 돌진은 +심장을 쓰니까 잇코쿠 베드로가 기세와 우선권을 가지고 시작하기 좋...
아 진짜 좀
기세 쌓아놓을걸 같은 소리도 못하겠네;;(2)
드디어 일치가 발생했으므로 상황이 급변하게 되고
졸지에 남들이 싸우는 동안 성룡 영화를 찍는 꼴이 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싸움은 실로 처절한 난투라고 할 법했다.
난투가 될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걸 이 상황이 되고 나서야 깨달았다.
왜냐하면, 지금 나와 츠루기, 특히 내가 캐릭터를 설계해 놓은 모양새가
현 상황에서 영 거시기했기 때문이다!
잇코쿠가 선택한 전투 재능은 싸움꾼.
전투 중 무쇠로 이점 확보를 하는 것에 +1 수정치를 받고, 덤으로 +1 피해도 입히는 효과.
어차피 맨주먹의 기본 피해가 +1이므로, 기세를 쌓으면서 짤짤이 대미지를 넣다가
화끈하게 대성공을 노리는 식의 진행을 상상했었지만...
분명 앞에서 악덕영주에게 덤비다가 실패가 떠서 기세가 +0까지 깎였던 게 기억나는가?
그리고 츠루기가 맞다이에서 왜 맞딜을 선택했는지도 기억날 것이다.
그렇다, 기세는 한 번 깎이면 그만큼 채우는 데 시간이 걸리고...
따라서 전투 전에 미리 기세를 채워놓은 게 아니라면, 전투 중에 기세를 쌓는 건
그리 효율적인 짓이 못 된다는 걸 내가 간과했던 것이다.
근데 그렇다고 잇코쿠도 다른 PC들처럼 맞딜을 하자니,
맨주먹은 무기가 아니라서 기본 피해가 2가 아닌 1, 말 그대로 반쪽자리 모기딜!
이 부족한 딜을 벌충하기 위해서 들었던 것이 예리 의식이었지만
예리 의식은 ‘무기를 들고 이것이 죽인 이들을 위한 애가를 부를 때’ 사용할 수 있는 의식...
근데 지금까지 이 주먹으로 아무도 못 죽였어!
지금 눈앞에 있는 둘은, 룰적으로 하나의 적대 NPC(극단적 난이도)로 묶여 있는 상태였다.
결국 누구를 점사해서 죽이고 버프를 돌린다는 선택지도 불가능했다.
아니 그러면 어차피 가망 없어 보이는 어르신을 죽이고 버프를 돌리겠냐고 ㅋㅋㅋ
그리고 신앙자 자산도, ‘기도로 이점 확보’를 할 때 작동하는 효과인데
정작 전투 중에는 주먹으로 이점 확보를 하고 있는 상황이니, 사용할 짬이 전혀 나지 않는 상황이었다.
즉 잇코쿠는 ‘준비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복수의 적을 상대할 때’ 활약할 수 있는 타입이었고
‘불리한 상황에서 보스몹 한 명과 싸우는’ 상황이 되자, 자산들이 서로 발목을 잡으며 썩는 꼴로 전락했다.
사실 자산이 썩는 것 자체는 츠루기 역시 매한가지였다.
츠루기가 선택한 ‘검의 달인’ 전투 재능은 기세를 불태울 때 피해에 +2를 더하고 다음 동작에 +1을 받는 효과로
달리 말하자면 기세를 불태우지 않으면 전혀 효과가 없다.
츠루기는 전투 과정에서 기세를 조금 받았긴 했지만, 건강 트랙이 너덜너덜해진 상태였다.
그리고 아이언스원에서 건강 트랙이 0인 캐릭터는 동료 피해 견디기라는 액션을 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넘치는 피해는 모조리 기세를 깎아내도록 되어 있다...
즉 그 쌓아놓은 기세들은 한 대 맞자마자 모조리 날아가 버렸고
이후로 츠루기는 아예 기세가 음수인 상태로 계속 싸워야 했다.
당연하지만 폭딜로 정리하는 것도 불가능했던 츠루기는
결국 피해 견디기에 실패하고 부상과 장애를 받...
...지 않고 좀비처럼 벌떡벌떡 일어났다. 역시 무쇠 +3, 강하다;;
그렇게 츠루기가 필사의 탱킹을 하면서 계속 맞딜을 하고,
코마루도 새총으로 꾸준히 딜을 누적시켜 준 덕에...
우리는 최후의 추격자였던 이 둘을 쓰러트릴 수 있었다.
...커다란 희생이 따라야 했지만.
7.
내가 룰을 체험하는 걸 중심으로 후기를 쓰다 보니
후반부 활약이 부실했던 걸 좀 강조하는 꼴이 되긴 했는데
사실 그게 뭐 대단히 아쉬웠다는 이야기는 전혀 아니다.
전투에서의 활약이나 딜미터기에 크게 만족감을 느끼는 성격도 아니고. 버스 달달하게 타면 오히려 좋아.
애초에 소셜 담당 캐릭터라 생각하면서 시트를 챙겨가기도 했고.
단지, 처음 하는 룰이다 보니 디자인 의도를 잘 따라가지 못한 건가 싶어 아쉽다 같은 이야기다.
내일 출근해야 한다고 절규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이야기를 순서대로 진전시켜 주고
전투까지 경험시켜 준 분위기 잡기 원탑 마스터,
턀갤닉 Kuma에게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표하고 싶다. 정말 만족스러웠으니까.
그리고 같이 플레이한 PL 두 분에게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마스터가 의욕적이라 할지라도, 두 분이 세션에 참가해 주지 않았다면,
그리고 그 안에서 열정적으로 플레이해 주지 않았다면
내가 아이언스원이라는 룰을 충분히 경험할 수 없었을 것이니까.
그러므로, 사실 제일 아쉬운 건 나 자신에게 있었다.
솔직히 최후반부쯤 되니까... 너무 지쳐서 집중력이 떨어졌던 게 사실이거든.
아마 티가 좀 났을 거다. 이 점에 대해서는 같이 플레이한 분들께 새삼 미안하다.
변명을 좀 하자면, 세션이 끝난 시간은 2시 49분,
마스터가 예상한 시간에서 1시간 49분이나 더 진행되었단 말임...
예전에는 단편 2~3시간쯤 늘어져도 잘만 버텼는데??? 싶지만
생각해보면 단편 자체를 엄청 오래간만에 하는데, 그 시절의 체력과 정신력이 남아있을 리가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놈의 조선족 말투 <<<- 이게 만악의 근원이었다.
RP에 쓰는 정신력이 두 배가 됐는데 당연히 더 빨리 지치지;;
그렇다. 뇌절은 만악의 근원이다. 여러분 백스는 적당히 쓰세요...
이걸 강조하고 싶어서 백스 짜는 과정을 일부러 장황하게 썼다.
누군가에게는 반면교사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8.
누군가 질문할지도 모르겠다.
왜 14일에 한 플레이의 후기를 이제야 올리느냐고.
물론 가장 큰 이유는, 그냥 글이 안 나와서다.
웹소 쓰는 사람들은 어떻게 매일 6천자를 써내는 건지 진짜 모르겠다...
이게 진짜 글 빨리빨리 쓰는 법만 누가 가르쳐주면 그거 배워서 마스터링도 해 보고 할 텐데 말이지.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플레이 다음 주에 면접이 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면접 준비를 뭐 단단히 했냐면 그건 아니지만, 긴장이 과했는지 그냥 글이 손에 안 잡히더라.
그리고 21일. 일주일 전, 잇코쿠 베드로의 시트를 완성했던 그 때쯤에 전화가 왔다.
2차 면접 합격. 다음 주 월요일부터 출근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내일이면 나는 직장인이 된다. 정해진 출근 시간과 퇴근 시간이 있다.
업종 특성상 올해는 야근이 좀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니 평일 밤에 세션을 잡는 건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주말에는 안 부를 거라고 생각한다.
장기플은 일자리를 구하고 나서 찾아보자고 몇 년 전의 나는 결정했다.
이제 진짜로 찾으면 되겠구나. 구직 면접 대신 세션 면접을 보는 거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데, 첫날이라 일찍 출근해야 하는데 잠이 안 온다.
왜인지 내일 출근해야 한다던 마스터의 절규가 생각난다.
어느 날, 다시 그 절규를 다시 들을 수 있기를.
그리고 언젠가는 내가 그 절규를 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면서
이만 아이언스원 후기를 마치고자 한다.
=====
근데 단편 후기도 이따구로 길어지는데 장편 후기는 대체 어케 써야 하냐???
글이 잘려가지고 다시 썼네 야발;;
재밌네 개추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