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링 하는 사람, 특히 DnD의 DM이라면 1레벨에서부터 20레벨까지 진행되는 캠페인을 한 번쯤은 진행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볼 것이라고 생각함.
각자 사연이 있거나 복잡한 것과는 연이 먼 순박한 PC들이 모여 마을을 위협하는 산적들로부터 시작해서 이세계에서 넘어오는 악마를 거쳐
마지막에는 결국 세계를 파괴하려고 하는 범 세계적인 위협을 제거하고 승리를 쟁취해내는 서사시를 솔직히 써보고 싶잖슴.
이런 내용은 당연히 클리셰겠지만 일련의 과정에 녹아들은 시간과 노력이 빛나기에 가장 적합한 이야기의 형식이 이런 서사시가 아닐까 생각함.
어찌됐든 DM을 그래도 몇 년 해본 사람으로 1-20 캠페인에 도전을 해봤고 끝을 냈음.
Kanon (Keith Baker canon)에 근접한 에버론 샌드박스 캠페인을 원없이 돌려보는 게 몇년 전부터 꿈이었기 때문에 에버론으로 돌렸으며,
이제 충분히 맛본 지금 더 이상 에버론을 안해도 될 것 같음.
1년 3개월, 52세션만에 PC들은 오리엔 가문의 라이트닝 레일 열차에 동승한 인연으로
꿈꾸는 어둠이 델키르들이 남긴 힘을 이용해서 코베어를 쿠오리들의 지배하로 두려고 하는 것을 막고,
벨 샬로르와 락 툴케시, 둘의 락샤사 라자들을 꺾고, 그들의 힘을 이용해서 새로운 세계의 신이 되고자한 메릭스 드 캐니스를 무찌르는 것으로 이야기를 끝냄.
사실 52세션에 끝낼 내용은 아니었고, 제대로 한다면 6~70 세션까지 지속될 내용이긴 했으나
약간 늘어지는 감이 있어서 10 세션 정도의 일어날 내용을 압축 요약해서 한 세션만에 말로 진행하고 최종 전투를 한 번 보고 끝을 냈음.
플레이어들간의 합의도 있었고, 나도 이 정도면 하고 싶은 것을 다 했다 싶었고
캠페인에서 해야할 남은 것들이 네임드들과의 전투 밖에 안남은 시점이 되어와서 미련이 없었음.
<근데 로고들이 실제로 진행된 내용과 100% 일치하지는 않더라>
3. 캠페인 진행
샌드박스 + 지점 기반 진행 형식으로 진행했음.
각 지점에서 어느정도 정해진 장면이 일어나게 되겠지만, 어디를 가고 싶은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는 플레이어들에게 선택권을 줬음.
그리고 다음 어드벤처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는 세션의 막바지에 줬음.
예를 들면 2~3번째 세션에서 나는 PC들에게 비행선을 주고 그 세션의 끝에 다음 세션에 갈 수 있는 장소들을 주고 고르게 했다:
하늘 관측소, 엘프들의 사막 왕국, 그리고 전설의 검이 있다고 하는 장소.
그리고 이곳에서 PC들은 선택을 하게 되고 나는 플레이어들이 가겠다고 하는 장소에서의 어드벤처를 다음 세션때까지 준비하면 됨.
그러면 나도 3가지 장소의 어드벤처를 동시에 준비하는 것 보다 한 장소의 어드벤처만 준비를 하면 되기에 할 일은 줄어들면서
나름 샌드박스의 느낌을 줄 수 있었던 것 같음.
이렇게 하니까 당연히 내가 원하는데로 진행이 안됨.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생각하지도 못한 것들을 준비해야하고 임기응변으로 때우고 이것들을 메인 스토리에 녹여내려고 하는 과정이 즐겁지 않았나 생각함.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게 월드맵 이동 시 딱히 플레이어들이 어디로 당장 가야할 당연한 이유가 없을 경우, 이동 경로가 가장 짧은 곳으로 가더라.
<캠페인 도중 PC들이 이동한 경로를 표현한 지도. 우측 하단으로 확 빠진 것은 다른 대륙인 아르고네센으로 향해서.>
4. 캠페인에 썼던 핸드아웃들
- 중후반?까지 계속 만들었던 신문들. 작중 6개월이 약간 넘어가는 어드벤처였지만 지금보니 만든 신문 수는 21개네.
- 캠페인 종반부에서 실시간으로 매일 멸망해가는 세계.
- 플레이어들이 발견한 무수히 많은 일지 몇 개.
5. 캠페인 중 던지고 싶었을 때
자작 캠페인을 돌린다는 것은 정말 시간이 많이 잡아먹는 일 같음. 솔직히 일요일 저녁쯤 아이디어가 없어서
준비가 지지부진하고 뭔가 안 떠오를 때는 던져버리고 싶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음.
ㄹㅇ로 일요일 오후를 마스터링 준비로 통째로 날려버리면 현타가 안올 수가 없음.
하지만 간간히 마스터링 하면서 즐거웠던 순간들과 책임감 비슷한 것으로 밀었다.
물론 중간에 현생을 포함한 몇몇 이유로 플레이어가 나갈때마다 중요 이야기의 핵심 요소들을 변경해야 해서 약간 어거지가 되거나
재미있다고 생각해서 준비해놓은 부분이 바뀔 때 특별히 현타가 오긴 했음.
6. 마치고 나서 드는 자투리 생각 몇 개
- 그래서 이런 것을 1년쯤 하면 후회함? 이라는 질문을 한다면 당연히 ‘아니오’임.
매순간이 항상 재미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마스터로서의 모든걸 쏟았다고 말하고 싶음.
계속 똑같은 캐릭터들로 이야기를 해야한다면 던전 크롤, 추리, 정치, 전투위주의 어드벤처, 도시 어드벤처,
야생에서의 생존 등 정말 다양한 종류의 어드벤처를 할 수 밖에 없음. 안 그러면 지루해지니까.
- 각각 다른 목표를 가진 n개의 세력들이 본인들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사건에 대해 어떻게 반응을 할 것인지는
자리에서 즉각적으로 생각이 나지는 않더라.
- 나는 ‘모험’이 좋을 뿐이지 딱히 전투를 하는 것이 취향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음.
전투도 나름 할 것들이 있고 PC들도 어느정도 강한 2티어 초반이 가장 재미있을 때 인 것 같다.
-나 본인을 갓 마스터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내가 캠페인을 준비할 때 넣거나 빼는 기준은 단순하게 “내가 플레이어라면 재미있을까?”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즐거운 게임은 아니란 점을 다시 느꼈다.
내가 핸드아웃 제작을 포함한 이런저런 준비를 많이 하는 편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만큼 이것저것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어서 줄거리나 정세가 복잡하고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고,
몇몇 플레이어들은 이것에서 재미를 느끼지 못함.
- 이 캠페인을 마침으로 댄디 5판을 할만큼 지난 몇년간 했으니 나는 미련 없이 탈댄디를 하고 다른 룰로 넘어갈 것 같다. OSR 하실?
7. 캠페인의 숫자
작중에서 의미있게 등장한 NPC 숫자: 52
사용한 내가 만든 지역 맵 및 배틀맵 카운트: 30
사용한 다른 사람이 만든 배틀 맵 카운트: 88
보여준 배경 그림 카운트: 156
총 캠페인에 걸쳐서 한 세션이라도 플레이한 총 플레이어 수 : 6
최종 플레이어 수 : 3
나랑 마스터링에서 추구하는 바가 상당히 비슷한 것 같아서 읽는게 재밌었다. 나도 캠페인 준비하면서 canva랑 포토샾 써보면서 로고도 만들어보고 단서나 지도 같은 것들 준비해보고… 플레이어들이 몰입하면서 즐거워하면 성취감 때문에 세션 약속 잡은 날도 기다려보고.. 추억이 생각나네. 플레이어들이 1레벨부터 20레벨까지 성장할 때까지
마스터링 해보는게 나름 로망이었지만 최고로 가본게 12레벨이었음. 10레벨 넘으니까 다들 지쳐하는 것 같기도 하더라.
OSR 돌릴 생각이면 Old School Essentials 추천함. 룰북이 깔끔하고 Ascending AC도 지원하기 때문에 초보 플레이어가 접근하기도 유연하고 종족별 레벨 제한 / 만렙 14로 고정해놔서 캠페인이 지나치게 늘어지기도 힘들고, 몬스터 메커니즘도 상당히 단순함. 대신에 5판을 너처럼 저렇게 지극정성으로 마스터링 해왔던 사람이 이런 가벼운
OSE는 할배취향이잖아~~~
룰로 성에 차는 플레이가 가능할지는 모르겠당
말대로 OSE는 내 취향이 아니라서 얼마전 번역한 Worlds Without Number를 사용 예정인데, 한동안 뭐 안돌릴 예정이라 몰?루
에버론추
재밌게 즐긴 갓세션이라 그런지 로그 너무 궁금한걸
보플이라 없음 ㅋㅋ
캬 이 에버론 세계는 선의 승리구나 우리 에버론은 혼돈의 구렁텅이인데 ㅋㅋ 같은 세계관인데 확 다른게 재밌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