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격주로 하게 된 패파2판 PC. 대면으로 진행하는데, 코로나 터지고서는 한참 못하다가 오랜만에 하게 됨.
배경은 게브고, 그 이름은 기억이 잘 안나는데 어드벤처 패스를 사용함.
파티는 구울 용병단 잔당들. 지난 임무에서 괴물 지네에게 베테랑 구울들이 다 뒤지고 PC들만 남음. 어찌저찌 연을 얻어서 다시 명예와 부를 얻게 되는... 그런 전개?

PC 이름은 "황새치" 고르디오 (Gordio, "Swordfish"). ABC는 Skeleton (Podder Skeleton), Deckhand, Swashbuckler (Gymnast).
본래 생전에는 중립 악-NE이었다가 여러 일을 겪고 죽은 이후로는 한 칸 움직여서 진정한 중립-TN이 됨.
첼리악스 출신이고, 그러다보니 신앙은 아스모데우스지만 아주 신실하지는 않음. 뭐, 대부분의 중세 판타지의 소시민 수준으로 냉담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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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새치" 고르디오는 첼리악스 출신의 칼잡이입니다. 그는 자신에게 닥친 곤경을 피해 딸과 함께 게브로 몸을 피했지만, 뒤쫓아온 현상금 사냥꾼들을 쓰러뜨리고 자신도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그 이후 해골로 되살아났지만, 그 과정에서 고위 네크로맨서에게 빚을 지게 되었습니다.


언데드로 되살려진 후로 시간이 좀 지났지만, 아직 그는 게브의 일에 대해 비교적 '인간적으로' 반응하는 편입니다. 외부 출신이며, 인간으로서 살아왔던 기간이 훨씬 기니까요. 하지만 어느 정도는 언데드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많은 일에 열정적이지 못하고, 한발짝 떨어진 태도를 취합니다.
이는 용병 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맡겨진 의뢰를 완수하려 노력하지만, 요구된 것 외에 더 큰 성과를 보려 하진 않습니다. 주변인을 어느 정도 배려하기는 해도 상대의 편의를 위해 크게 노력을 기울이진 않습니다. 지독한 냉혈한은 아니지만 다른 이의 일에 깊게 공감 또한 하지 않습니다.


젊은 고르디오는 해적, 밀수꾼, 사기꾼, 청부업자, 그리고 악당이었습니다. 방탕하고, 대책 없이, 미래가 없는 삶을 사는, 오늘만을 사는 자였죠. 이너 시를 누비며 그는 수많은 적, 경쟁자, 원수를 만들었습니다. 결국 좋지 않게 보내었던 세월은 그에게 마침내 그 값을 받아내고자 찾아왔습니다.
한 번의 실수가 동업자들의 배신을 불렀습니다. 고르디오가 수배되자 이제껏 친구라고 생각했던 이들이 현상금을 찾아 뒤쫓아왔습니다. 그는 숨을 곳을 찾아 옛 인연들을 되짚었습니다.
누군가는 약간의 금전을, 누군가는 식사와 잠자리를, 누군가는 밀항 배편을 제공해주었지만, 그와 진정으로 함께 싸워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고르디오가 찾아갈 수 있는 인연은 점차 그 수가 줄어들었습니다.
고르디오는 마지막으로 한 때 그의 애인이었던 키아라에게로 향했습니다. 그가 기억하기로 그녀는 신전에서 일하던 견습사제였죠. 그 뒤로 한 번도 본 적 없는 두 사람이었지만, 이제 그가 찾아갈 수 있는 상대는 그녀 뿐이었습니다.

그 때 있었던 일은 두 사람이 함께 벌인 일이었지만, 고르디오가 멀리 떠나 돌아오지 않는 동안 그 대가는 키아라 그녀 혼자 모두 받았습니다. 고르디오가 떠난 후 임신한 것이 밝혀진 그녀는 신전에서 쫓겨났었습니다.
그녀는 고르디오가 안겨준 아이 리치아와 함께 남은 일생 동안 저급한 일을 하다 몇 년 전 목숨을 잃었습니다. 고르디오가 찾아간 그녀의 집에는 홀로 밥벌이를 위해 온갖 잡심부름을 하는 리치아만이 남아있을 뿐이었죠.
고르디오는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마침내 그는 지금 처하게 된 이 모든 상황이 자신으로 인한 것이란 사실을 실감했죠. 이미 쏟아져버린 물은 다시 주워담을 수 없습니다만, 다른 양동이마저 엎어뜨릴 수는 없는 법이었습니다.
고르디오는 리치아에게 함께 떠날 것을 권했습니다. 도망자였던 고르디오가 이곳에 남아 아이를 돌볼 수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내버려둘 수는 없었으니까요. 리치아는 어머니가 죽은 뒤에서야 뻔뻔스럽게 자기 살 길만을 위해 찾아온 아버지에게 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이곳에 남아봤자 크게 희망은 없다는 것 정도는 어린 아이인 그녀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살기 위해 아버지를 따라가기로 했습니다.

더는 남은 연줄이 없었던 고르디오는 리치아를 데리고 이너 시를 벗어났습니다. 그저 책임감만으로 딸을 데려왔던 그였지만, 항구 여럿을 거치며 점차 부성이 생겨났습니다. 젊었던 불한당이 뒤늦게 나이 먹은 아버지가 되어가는 것이었죠.
게브까지 온 그들은 오랜만에 뭍에 발을 디뎠습니다. 아직 항구였기에 살아있는 자들도 많이 보였지만, 눈에 들어오는 대부분은 죽은 자들이었습니다. 정말 낯설고 기묘한 곳이었지만, 이 정도로 멀리 왔다면 이제 쫓아올 사람은 없으리라고 고르디오는 생각했죠.
과거 자신의 모습을 잊은 것일까요. 쓸데없는 일에서건 끈질겨지고 구질구질해지는 것은 저급한 악당들이 흔히 보이는 모습이죠. 그를 뒤쫓던 현상금 사냥꾼들이 딱 그러했습니다. 항구 근처에서 긴장을 풀고 한숨을 돌리던 고르디오는 그들의 습격을 받았고, 곧 칼부림이 이어졌습니다. 이너 시 칼잡이들의 싸움에, 구경꾼들이 몰려들었습니다.

고르디오는 무뢰한들을 물리쳤지만, 자신도 깊은 상처를 입고 말았습니다. 그는 싸움을 지켜보던 이들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도움을 줄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응급처치를 한다고 해도 겨우 조금만 더 숨을 붙일 수 있는 수준의 부상이었고, 치유 주문은 게브에서 금지되어 있었으니까요.
그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널부러진 채로 방법을 찾으러 눈알을 굴렸습니다. 그는 자신의 싸움을 구경했던 이들 중 기품 있어 보이는 복장을 한 리치가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그쪽으로 기어가 애원하기 시작했습니다. 리치라면 죽은 자를 지성이 있는 채로 되살리는 것을 할 수 있을 것이니 도와달라고 말이죠. 자신은 사정이 있어 지금 죽을 수는 없으며, 지금 가진 것으로 목숨값을 치르고 부족하다면 되살아나서도 갚을 것이니 부디 자신의 시체를 도로 일으켜 달라고요.
고르디오는 운이 좋았습니다. 마침 그 자는 게브의 고위 네크로맨서, 엘프 리치 이오피엘이었으니까요. 리치는 재미있다는 듯 웃고선 하인을 시켜 펜과 종이를 꺼내오도록 했습니다. 그녀는 고르디오에게 이름과 신원을 묻고선 곧 계약서를 적어 죽어가는 그에게 내밀었습니다. 고르디오는 흐려져가는 눈으로 적힌 내용을 천천히 읽어내려갔습니다. 그러고선 자신의 옆구리에서 쏟아져나오는 피를 엄지를 푹 담구고 계약서에 찍어냈습니다.

고르디오는 그렇게 지성 있는 해골으로 되살아났습니다. 게브에서의 삶을 시작한 그는 여러 일을 해보았습니다. 이오피엘은 수명에서 벗어나 버린 이제는 시간이야 많으니 빚은 느긋하게 갚으라 했지만, 그는 죽은 자들의 시간만을 따질 수 없었습니다. 그에게는 딸이 있었으니까요.
결국 그는 자신이 가장 잘 하는 특기를 살리기로 했습니다. 칼질 말이죠. 고르디오가 다시 칼을 잡자, 이오피엘은 그에게 적당한 일자리를 주선해주었습니다. 건트 컴퍼니, 구울으로 주로 구성된 용병단이었죠. 그녀는 고르디오가 용병단에서 일하는 동안 딸을 맡아서 교육시켜주겠다고도 말했습니다. 대체 왜 그 높으신 리치가 자신을 이렇게 배려해주는지는 몰라도, 모든 것이 아쉬운 그로선 거절할 이유 없는 제안이었습니다.

그리고 고르디오가 용병단의 일원이 되고 수 년이 지난 지금, 지난 번 임무로 건트 컴퍼니는 대부분의 베테랑을 잃었습니다. 고르디오가 뼛조각이 되어 사막에 뿌려지지 않은 것은, 이번에도 운이 좋았던 덕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