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우리 플레이어 분의 설명을 빌리자면, 이 룰은 진입장벽이 만리장벽에 가까운 룰이다. 원작 팬메이드+649페이지 짜리 중국어 룰이라는 장벽이 있으니까. 

근데 그래서 건드리지도 못할 물건이냐... 하면 아니다. 당장 나만 해도 중국어 1도 모르는데 헤딩팟 모집해서 잘 돌아가고 있으니까. 

중국어 모르는데 그걸 어떻게 함!이라 할 수도 있지만 우리에겐 문명의 이기가 있다. 요즘 번역기들은 번역 퀄이 올라가서 생판 모르는 외국 룰도 돌릴 수 있더라고.

페이지 복사해서 딸깍, 딸깍 딸깍 세번 하면 금세 한국어로 완역되는 세상에 태어난 것을 감사한다...


간단 소개

신비의 제왕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룰북에선 서문에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중세+빅토리아+스팀펑크+크툴루+SCP 재단

뭐지 싶겠냐만은 진짜로 정확한 설명이다. 아래는 서문 일부를 인용했으니 한번 읽어봐라.


《신비의 제왕》 원작을 읽지 않은 조사자들을 위한 설명입니다. 이 세계를 대략적으로 이해하고 "신비의 제왕" TRPG의 재미를 누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 세계관은 전통적인 의미의 빅토리아 시대, 즉 유럽의 근대 시기인 제2차 산업혁명 이전을 배경으로 합니다. 이 세계관은 중세+빅토리아+스팀펑크+크툴루+SCP 재단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위의 개념들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면, 이 세계관의 전반적인 모습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크툴루와 SCP 재단, 그리고 스팀펑크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걱정하지 마세요. 이는 마법의 요소가 있는 중세적인 세계관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스타일적으로는 빅토리아 시대에 속하며, 초능력을 얻는 방법은 "마법약"을 복용하는 것입니다. 모든 초능력은 마법약에서 비롯되며, 마법약을 복용함으로써 초인적인 능력을 갖춘 "초월자"가 될 수 있으며, 계속해서 "승급"할 수 있습니다.

이 세계관에서 볼 수 있는 화면 스타일을 일단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으로 정의해봅시다. 이곳은 부와 가난의 격차가 크며, 귀족들이 권력을 행사하는 번영한 시대처럼 보이지만, 그 뒤에는 수많은 빈민들이 자본에 압도되어 어두운 구석에서 조용히 사라집니다.

주민들은 빈민으로 전락할 수 있으며, 빈민들은 이전에 주민이었던 사람들입니다. 사실 두 그룹 간에는 차이가 없습니다. 오직 귀족들만이 변하지 않는 존재입니다.

지금은 최고의 시대이자 최악의 시대입니다.


신은 만능이 아니며, 이곳의 신들은 모든 것을 알지 못합니다. 신들은 인간들을 신경 쓰지 않습니다.


이 세계의 본질은 광기와 혼돈입니다.


기본적인 규칙


룰의 풀네임은 诡秘之主扩展规则-琉璃版(궤비지주확전규칙-유리판). 

중국어라는 장벽을 뛰어넘어 룰을 뜯어보면 댄디에다가 크툴루를 끼얹어 놓은 느낌으로 되어 있음.

기본적으로 D20을 굴리고 여기에 능력치와 기능 점수를 더하는 식으로 판정한다. 기능 목록은 COC에서 참고한 느낌.

여기에 능력치에서 파생되는 생명력, 영성(마나 느낌), 이성 등의 보조 능력치가 있고, 여기서 이성은 COC처럼 SAN치 판정을 하는데 쓰인다.

이성이 떨어지면 미치고, 엄청 많이 떨어지면 통제불능 상태에 빠져 인외의 존재가 된다는 점에서 COC의 향이 짙게 느껴짐.


여기에 더해서 클래스랑 비슷한 느낌인 22경로 중 하나를 선택하면 그 컨셉에 맞는 초능력들을 추가로 얻게 되는 식으로 구현되어 있다.

사실 룰북 분량의 대부분을 22경로에 대한 능력 설명이 차지함. 각 경로 별로 또 레벨이 11단계로 나뉘어서 22*11=242개의 클래스가 존재하는 셈이니까. 

그래서 플레이어가 실질적으로 봐야 할 부분은 두꺼운 두께에 비해서 그리 많지 않다. 한 40페이지 정도? 시간만 있으면 충분히 돌릴 수 있는 난이도임.


그래서 이 룰로 즐길 수 있는 게 뭔데?


위의 레시피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룰은 각 장르에서 맛있는 부분들 만을 섞어 놓은 것 같은 룰이다. 비유하자면 김피탕 같은 룰.

그래서 맛있는 부분들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악의 시대이자 최고의 시대라는 빅토리아 시대의 분위기에서(스팀펑크), 

초월자가 되어 더 높은 서열로 승급하기 위해 다른 초월자들과 싸우고(능력자 배틀), 뒷세계의 감춰진 비밀과 비밀결사들의 암투에 휘말리고(어반 판타지),

금지된 고대의 비밀을 탐구하며 초월적인 광기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고(크툴루), 뒷세계에서 일어나는 신비스러운 사건들을 PC들이 해결하기도 한다(SCP 재단). 이 모든 걸 룰 하나로 즐길 수 있다. 그렇다면 먹을만한 가치가 충분하지 않을까??


단점


단점이라면 역시 앞에서 설명했던 요소다. 원작이 있어서 어느 정도 숙지하고 있어야 하는 설정이 많다는 점과, 중국어로 되어 있어서 언어의 장벽이 있다는 점.

그리고 여러가지 요소를 한데 그러모아 놓은 룰이기 때문에 난잡한 거 안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취향에 안 맞을 수도 있음. 

그리고 무엇보다 QQ(중국판 디스코드)에서 배포하는 룰이라 접근성이 심하게 떨어진다는 것.


결론


사실 이 룰을 돌릴 사람이 나올지는 모르겠고 그냥 이런 룰도 있다- 알-리고 싶어서 쓴 글임.

현재 파티 멤버는 매장꾼-자정의 시인-기계-고고학자로 이름만 봐도 극내향형인 데다가 멤버 중 둘이 유령퇴치 특화인(언데드+밤) 고스트 버스터즈 조합이다.

보기만 해도 설정짜는 재미가 꿀잼이라서 벌써부터 어떤 세션이 될지 기대된다.

그리고 원작 작가가 가능충인 건지 중간에 남자에서 여자로 TS하고 잘하면 다시 TS해서 남자로 돌아올 수 있는 경로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