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거창하지만 실질적인 내용은 ‘내가 어떻게 오픈월드 샌드박스 캠페인을 돌렸는지’에


‘내가 좀 생각한 바로는 이렇게 하는 게 좋겠다’를 끼얹은 오버뷰같은 글이 될 것임. 


내가 적은 방법과 딱히 비슷한 것 없이 돌렸는데 테이블에서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면 딱히 내 말을 반영할 필요는 없음.


(다른 방향으로 “이 당연한 것들을 뭐 이리 길게 썼지?” 라는 생각이 든다면 나를 위해 세션 좀 열어주셈,,)


글을 쓰기에 앞서 나는 오픈 월드나 샌드박스나 결국 비슷한 뜻으로 쓰기 때문에 샌드박스라는 단어로 통일해서 표현하겠음.


내가 말하는 샌드박스는 PC들이 활동할 공간을 던져놓고 거기서 PC들이 환경과 상호작용을 하고 그 상호작용의 누적이 플레이의 골조가 되는 게임의 형식임. 


글을 쓰기에 앞서 내 주된 RPG 경험은 5판에서 왔고, 요즘 읽는 어드벤처들과 파고있는 룰이 OSR룰이기 때문에 예시 같은 것들은 그쪽으로 치우쳐져 있다는 말을 하겠음. 




0. 가장 중요한 것


샌드박스 캠페인을 잘 돌리기 위한 수많은 격언들과 지혜가 있겠지만 내가 보기에 딱 하나만 명심하면 됨.


그건 바로 Godbound 룰북에서 말하듯  “딱 다음 세션까지만 준비하라”


샌드박스 게임을 해야할 때 제일 중요한 것은 마스터 본인의 번아웃을 방지하는 것 뿐임. 


항상 세션이 끝나면 PL들에게 “님들 다음 세션에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라고 물어보고 답을 들어라.


그리고 다음 세션에는 그 곳과 그 곳에서 이어질 수 있는 영역을 준비하면 됨. 


'이미 모든 곳이 다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어서 PL들이 중간에 어디를 가던간에 구현이 되어있게 하겠다'


라는 마음가짐은 좋긴 하지만 번아웃만 부를 뿐임.


그렇지 않아도 생각할게 많고, 준비해야할 게 많은 플레이 방법인데,


마스터 의욕이 떨어지면 정말로 너무나도 확연히 퀄리티의 하락이 보인다. 


플레이어가 탈주하면 보충이 가능하지만 이 샌드박스를 돌릴 수 있는 것은 너 뿐임.



1. 스토리


샌드박스 준비를 시작했다는 것은 대충 굴리고 싶은 캠페인 이야기나 분위기 같은 것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함.


그것에 따라 배경 컨셉 같은 것을 정하자.


샌드박스 자체를 만들기 이전에 이끌어가는 스토리를 끼얹을지 말지 하는 것을 정해야하는데,


샌드박스 순혈주의자가 들으면 격노하겠지만 무난하게 하고 싶다면 스토리를 만드는 게 좋음. 


예를 들어 타이머가 걸린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고대악의 봉인을 해야한다거나,


곧 닥치는 악을 무찌르기 위해 흩어진 고대 문명의 지식 파편을 모아야 한다거나 같은 것들이 스토리가 됨.


스토리라인이 있다면 마스터의 입장에서 방문할만한 장소들을 쉽게 떠올릴 수 있게 해주고,


플레이어들에게 어떻게 진행을 해야할지에 대한 감을 줌.


반대로 어떤 관통하는 이야기가 없는 샌드박스에는 (기적의 단어인) ‘자유도’가 보장됨.


하지만 플레이어 쪽에서도 상당한 능동성과 본인들이 즐겁고 원하는 바를 알아서 찾아서


실천하는 것이 요구되기에 플레이어들의 능력에 따라 재미와 퀄이 많이 바뀜.  


하지만 정말로 ‘탐험’이나 ‘내가 만드는 이야기’ 컨셉을 살리고 싶다면 시도해봄직 싶음.


(나 개인적으로는 충분히 재미있는 세계라면 스토리 따위 없는게 좋음. 난 저 포탈 너머에 뭐가 있는지 꼭 봐야겠거든)



2. 샌드박스 준비 


그러면 이제 생각해둔 내용을 기반으로 장소를 채우기 시작하면 됨.


에버론이나 Cy등 이미 기반되는 세계를 사용한다면 그것을 가져와서 네 캠페인에 맞게 깎으면 되니 이 부분을 생략하겠음.


정해진 것이 없는 랜덤 제네레이터의 사용이나 백지부터 시작한다면,


제일 먼저 PC들의 위치(혹은 시작점)를 기준으로


바로 다음 몇 세션 안에 PC들이 방문할 수 있을 지리적(혹은 사회계급적) 범위 안에 있을 법한 장소들을 3~6개 만들자. 


1레벨 PC들로 시작하는 캠페인인데


대도시를 지배하는 3대 기업의 총수들이 옛 전쟁 시대 때의 군수 과학에 대해 논의하려고 모이는 지하 벙커 회의장이나,


머나먼 해안에 덩그러니 있는 역사에서 잊혀진 신의 신전-무덤을 만드는 것은 시간과 노력의 낭비임. 


장소를 만들 때 생각하면 좋은 것들은 당연히 뽕이 차는 것들이겠지만 PC들 근처의 일반적인 지형들이 오히려 범용적으로 사용될 수 있음.


장소를 준비할 때는 “세션을 돌릴 수 있을 만한 내용이 있나?”와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범위안에 들어가 있는가”를 생각해야함.


전자를 무시하면 실제로 이 장소를 파티가 방문하면 세션 준비때 아이디어가 안나오며, 후자를 무시하면 들였던 노력이 버려지게 때문임.


이 장소들이 정해지면 장소의 이미지가 바로바로 떠오르게 2~3개의 특징들을 간단하게 적으면 됨.


이 적어둔 특징들은 세션 준비하면서 참고하면서 사용이 되지만 세션 중 플레이어들에게 흘릴 수 있는 정보로도 활용됨. 


Graveheart Mountains라는 저레벨 어드벤처에서 적혀진 장소의 예시를 두 가지만 들어보자면 다음과 같음. 


산길 

-테마: 위험천만함. 

-특징: 가파른 절벽, 위험하게 좁은 길목, 불안정한 암석 구조

-지배하는 팩션: 고블린 약탈자

-소리&냄새: 울부짖는 바람, 소나무


호수 마을

-테마: 풍요로운 무역의 중심

-특징: 북적북적한 시장, 아름다운 호수변, 번성하는 길드 건물

-지배하는 팩션: 인간 상인 길드

-소리&냄새: 상인들이 “신선한 생선!”이라 외치는 소리


위 예시 중 산길이라는 곳은 100% 구체화되지 않더라도 세션에서 캐러반 호위나, 통과 도중 습격 등을 위해 충분히 활용될 여지가 있고,


판타지 세계에서 살아가는 모험가들 이야기 안에 포함을 시킬 수 있음.


호수 마을이라는 곳은 PC들이 오래 탐험할 도시는 아닐테지만, 간단하게 퀘스트를 받는 인카운터가 있거나,


불운하게 괴물들에게 습격을 당하는 마을이 될 수도 있음. 


특정 느낌을 주고 싶거나 이벤트를 위한 정말로 특별하고 뽕차는 장소들도 있어야 하지만,


이런 것들을 남발하면 이런 특별한 장소들을 매번 고안해야하고,


강조를 하고 싶으면 이전 특별한 장소보다 더 특별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난점이 있음.


특별한 장소들이 얼마나 많은지는 캠페인의 스타일이나 느낌에 따라서 적절히 만들어서 포함시키셈.


장소를 준비할 때 어떤 인카운터를 준비하면 좋을까도 생각하면 좋긴 한데


자세한 것은 세션을 준비할 때 해도 되기에 느낌과 “대충 이런 인카운터를 넣어야 겠다” 정도로만 생각해도 문제가 없음.


샌드박스를 만드는 것은 하나의 소우주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드는 거임.


그레이호크도 지금이 되니 하나의 세계로 확장되긴 했지만, 시작은 그냥 캐슬 그레이호크 던전과 마을이 하나 있었을 뿐임. 


“태고에 지고신이 있었고… 100년 전 마법과 기술의 발전을 동시에 도모한 천재 마도과학자의 탄생으로 마도공학이 발전하여 …”


부터 시작하면 네캅 RPG 창작물 게시판에 수 없이 올라와있는 판타지 소설가 꿈나무들의 버려진 세계들 밖에 안됨. 


샌드박스는 실제 플레이에 사용되는 장소이며, 게임의 컨텐츠가 됨.



2-1 왜 장소와 인카운터를 따로 준비하나여 


세션 준비의 편의성을 위한 두 가지 정도 이유가 있기 때문임.


물론 “용족을 대변할 수 있을 정도의 강자인지를 확인하는 시련의 동굴”과 같이


장소(던전)와 인카운터(던전 통과)가 엮여있는 케이스라면 그냥 그것을 준비하면 됨.


첫 번째 편의성은 장소와 환경을 생각한 이후 인카운터를 생각하면 좀 더 재미있어 보이는 상황등을 생각하기가 편하기 때문임. 


산적 조우 인카운터를 넣고 싶다고 하자. 산적을 만나면 추상적으로 산적이 습격을 하거나 통행세를 요구한다 정도가 상상되는데


장소가 숲속의 샘이라면 때마침 미역을 감는 산적들을 PC들이 먼저 발견해서,


망보는 산적을 조용히 먼저 처리하고 습격해서 이득을 볼 수도 있겠고 


만약 숲속의 샘에 네레이드같은 것들이 산다면 산적들은 물에 있는 동안 네레이드에 의해 매료돼서


수하가 된 상황을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음.


이렇다면 단순한 ‘산적 조우’라는 인카운터에 장소만 끼얹음으로써 좀 더 살이 붙을 수 있게 되고,


10분짜리 산적 조우라는 소셜/전투 인카운터 분량이 늘어나서 비교적 수월하게 세션을 준비할 수 있게 됨. 


두번째 편의성은 세션 도중 PC들이 한 행동이 유의미한 변화를 불러올만 하면


그것을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인카운터 준비는 항상 실제 플레이 이전에 가깝게 하는 것이 좋기 때문임.


똑같이 산적 조우를 예시로 들어보면, 지난 세션 중 여차저차해서 산적 한 두 명을 네레이드로부터 구출했다면


산적 조우 인카운터는 전투가 아니라 적당히 감사를 표하며 덕담을 나누거나


마스터의 취향에 따라 추가적인 퀘스트로 이어지는 인카운터가 될 수 있기 때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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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에 다 쓰려고 했는데 글자수 제한에 걸려서 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