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요약


1. 거합은 앉아서 칼을 차고 있는, 다양한 상황에 대응하는 법을 배우는 무술이라고 나는 이해하고 있음

2. 그래서 내가 배우면서 제일 많이 혼났던 건, 근력이나 민첩보다는 지혜랑 매력 관련된 부분이었다.

3. 따라서 거합도 쓰는 캐릭터는 이니셔티브에 장점을 받는 게 자연스러우며, 댄디 5판 기준 헥블딘으로 구현할 수 있다.




머 근데 거합 수련자라고 해도 내가 뭐 대단한 실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일본어 능력도 없으니까 관련 자료를 많이 접한 것도 아니긴 한데...



그래도 도장에서 사범님들한테 이렇게 해라, 이런 걸 유념해라 하는 걸 들은 건 있고

이게 내가 술먹고 자는 동안 돌아간 떡밥에 약간의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어설프게나마 입을 털어보려 한다.




일단 단어부터 살펴보자면,

이놈의 '이아이(거합)'이라는 단어가 어쩌다가 검술과 구분되는 

'칼을 찬 상태에서의 공방'을 뜻하게 되었는지부터가 불명확하다는 이야기를 좀 하고 싶다.



일본어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원래는 일본 궁도에서 앉아쏴 하는 걸 이아이라고 불렀는데

이게 검술에 유입되어서, 앉은 상태에서 시작하는 공방을 거합이라고 부르게 된 게 아닐까 하는 추측이 있다더라고.



이게 진짜인지는 몰라도, 이 설명은 거합에 대해서 꽤 중요한 걸 시사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서서 하는 기술들이 존재하긴 하지만,

거합을 이해할 때는 이게 일본 정좌건, 양반다리처럼 보이지만 사실 발 하나 위에 엉덩이를 싣는 되게 불편한 자세건,

각반을 차고 있는 상태를 상정해서 오른쪽 무릎을 세워놓고 앉건

기본적으로 나도 상대방도 '앉아 있다'는, 서로 의중을 감춘 상황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한다는 거.


그래서 편견 100% 내 생각으로만 보자면, 거합에서 발도술이라는 건 결국

앉아 있으면서 칼을 뽑아들고 있는 상황이라는 건 있지 않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출현하는 것뿐

거합의 본질이라고 하면 약간... 초점이 어긋난 느낌이야.




 



무쌍직전영신류의 오오모리류(혹은, 그냥 처음 배운다 해서 초전) 영상을 참고 자료로 올려본다.


앞에서는 전우좌후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수평발도 후 키리오로스 정도만 하지만

3분 55초부터는 조금씩 기술이 복잡해지고,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발도술과는 조금씩 다른 것들도 나오지?


야에가키에서는 발목 쪽으로 날아오는 칼을 막고 마무리하는 걸로 끝나고.

우케나가시에서는 말 그대로 일반적인 '받아 흘리고' 베는 동작을 앉아서 시작하는 거고.

카이샤쿠는... 그 카이샤쿠 맞음. 누군가가 할복하는 상황에 쓰기 위한 의전용 카타고.

츠케코미 할 때는 칼을 앞으로 뽑으려다가, 뒤로 빠져서 상대 공격을 흘린 다음 연격으로 마무리하고...



이런 식으로, 일반적인 '발도술'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동작들이 많고

이거는 고급 기술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더하다는 느낌이다.



내 친구는 타테히자노부(혹은 그냥 중전)를 배우고 있는 단계인데,

여기서는 상대가 칼을 뺏으려 시도하는 상황을 저지하는 동작이라던가,

베어버려야 할 놈이랑 나 사이에 우리 편이 있어서, 이걸 어떻게 피해서 베는 동작 같은 게 나오더라고.




그러니까 거합이라는 체계는 이런 식으로 

'특정 상황을 부여하고 그 상황에서 해답이 될 수 있는 동작들을 반복숙달하는' 개념이 강함.

전술 사격 트레이닝 같은 데서 상황 부여하고 조치하는 연습 하는 걸 연상하면 좋을 듯.


그리고 거합에서 상정하는 특정 상황이라는 건, 결국 '서로가 긴장 상태에서 앉아 있을 때'

'내가 기습을 당하거나' '내가 기습당하기 전에 먼저 기습을 때리는' 그런 상황이라는 거지.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서, '거합을 잘 한다'는 건... 물론 발도를 빠르고 강하게 잘 하는 것도 포함이겠지만,

내가 칼 휘두르는 것보다 더 많이 지적받은 건,

'메츠케(시선 처리) 똑바로 해라''칼에 손 가져다 댈 때 힘 너무 들어가서 다 들킨다' 이거 두 가지였다.




결국 '어 저새끼 수상한데???' 를 포착하는 그 단계에서, 비유하자면 이니셔티브 굴림은 굴러가는 거고

내가 칼을 아무리 빠르고 강하게 벨 수 있어봤자

애당초 칼을 먼저 뽑은 놈한테는 당할 수밖에 없는 게 사실임.

(발도할 때 칼손잡이를 뽑아서 상대 중심을 점유하면, 상대는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칼을 뽑는 거 자체가 안 됨)



그렇다면 내가 '저질러야겠다'고 마음을 먹을 때 너무 긴장해서 몸이 뻣뻣해지고

그게 이미 의심 중이었던 상대방에게 명확히 드러난다면?


그러면 상대방은 런을 하건, 칼을 뽑으려는 내 손목을 붙잡고 유술 싸움으로 들어가건

대응할 여지가 차고 넘치겠지? 

그러면 내 기습은 실패했다고밖에 말할 수 없겠지.



마찬가지로, 내가  한눈 팔고 있는 동안에 상대방이 칼 다 뽑고 나한테 달려들면

그것도 손쓸 방법이 되게 제한적임. 보지도 못한 칼을 어떻게 막겠냐고.



그런 의미에서, 너무나 동작이 부드러워서 칼이 다 뽑혀 나올 때까지 상대방이 눈치도 못 채는 것이야말로

최선의 발도라고 말할 수 있는 거고. 




이런 의미에서, 거합은 서로 싸움의 상황임을 인지하고 대등하게 싸우는 것과는 기반 자체가 다름.

칼이 아직 칼집에 있다, 적이 불명확하다는 비대칭적 요소가 전제되어 있는 셈이고

이 비대칭적 요소로 어떤 것들이 있을 수 있는지 하나하나 배워나가면서

결국 칼을 차고 다니는, 그리고 언제든지 칼을 맞을 수 있는 사람이 

지켜야 할 안전수칙들을 숙달하는 걸 목표로 하는 거임.


그래서 칼 안 뺏기게 잡고 있는 법, 안전하게 납도하는 법 같은 걸 강조하는 거고.



그렇기 때문에 검도나 고류검술을 하는 사람도 진검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거합을 병행하는 걸 권장했고

마찬가지로 거합을 하는 사람도, 실전의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 검도를 병행하는 것을 권장했다.


이를 '검거일여'라고 한다더라고.

발도술 쓰는 캐릭터가 꼭 발도술로만 싸우는 건, 솔직히 발도술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거라는 느낌적 느낌임...




머 이거 외에도 거합 자체가 가지고 있는 미학적 요소라던가, 

거합의 상정과 실제 암습 사이의 괴리라던가 할 말이 더 있기는 한데 너무 길어지는 거 같으니 됐고...




TRPG적으로 거합을 구현한다고 하면... 위에서 설명한 맥락 그대로

나는 이걸 (댄디 식으로 말하자면) 지혜나 매력 기반으로 구현하고, 이니셔티브에 이점을 주는 식이 

거합의 본질을 잘 구현한다는 느낌이다.





그러니까 댄디에서 이아이 수련자 같은 거 하고 싶으면 헥블딘 하셈 헥블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