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론적으로는 좋은 플레이를 만드는 방법들을 다 알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두 가지만 이야기해볼게요.
1. PC의 배경, 성격을 스토리에 잘 반영하고 돋보일 순간들을 준다.
2. PL의 선택과 생각, 대사를 잘 반영한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그런데, 사실 대부분의 플레이는 이렇게 진행되지 않습니다.
플레이어를 위해 저런 배려를 해주고 플레이어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해주는 스토리는 잘 없습니다.
마스터들은 PC들이 자신의 캐릭터를 돋보이게 할 장면을 주지 않고, 그에 따라 PL들은 분량을 알아서 챙겨 먹기 위해 맥락없는 게임 캐릭터의 반복 대사 같은 이야기만 계속해서 PC간의 의미 있는 대화는 애당초 존재하지도 않고 더 나아가 집단적 독백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마스터가 크게 의미 있는 선택지를 주지 않고 플레이어가 뭘 해도 상관없이 진행되는 무미건조한 장면들이 이어지는 경우도 많죠.
마스터들이 정말 저랬다간 당장 욕먹고 사람들이 재미없다고 까면서 탈주하지 않겠냐고요?
의외로,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마스터들은 저런 이론과 별개로 플레이어들이 바라는걸 플레이에 반영해서 재미와 만족감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강한 캐릭터를 원하는 PL에게 강력한 아이템과 특수한 능력을 줘서 즐겁게 해줄 수 있죠.
항해, 우주탐험, 학교 생활을 반영한 독특한 하우스룰로 룰적 변주를 통해 재미를 줄 수도 있습니다.
또 플레이어의 엉뚱해보이는 발상을 잘 반영해서 무언가를 이뤄냈다는 걸 보여줘서 즐거움을 줄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 경우의 예시로 적을 변소에 낙하시킨다던지, 숲에 불을 지른다던지 하는 행동이 있겠네요.)
앞서 소개한 '이론적' 요소들을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는 경우는 그러면 어떤 순간일까요?
바로 플레이어들을 즐겁지 못하게 해 플레이어가 불만이 생겼는데 자신의 불만을 정확히 표현하지 못할 때 입니다.
평소엔 신경도 쓰지 않던 이론들을 자기가 심기가 불편하다고, 남을 공격하기 위해서만 쓰는 일이 빈번하다 보니 피드백이 건설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렇다면 왜 마스터들은 저런 이론상 재미를 위해 중요한 요소들을 활용하지 못하는걸까요?
그건 이유가 세 가지 정도 있습니다.
1. 매주 플레이를 준비하는 부담이 적어진다.
플레이마다 쪽대본을 만들고 진행하는데 무리가 없으려면 어렵게 고민하고 설계하는 부담을 덜어야 합니다.
2. 진행상 리스크가 적으니까.
플레이어들에게 그러면 정말로 배경을 활용해서 스포트라이트를 적절히 분배하기 시작하며,
플레이어들의 선택에 따라 이야기가 크게 크게 전환되는 이야기를 정말 한다면 플레이어들이 무조건 행복해할까요?
그렇지도 않습니다.
그런 요소가 없는 플레이에 익숙해진 상태라면 이런 상황에 뇌정지가 오기 십상입니다.
또 선택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문제와, 배경을 활용한 드라마틱한 장면이 그 플레이어의 취향에 안맞으면 꽝이기 때문에 이런게 마스터에게 큰 부담이 됩니다.
3. 설령 실패해도 비난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정말 플레이어들에게 저런걸 하겠다고 이해를 시키고나서 진행을 하다가 재미 없는 세션이 되면 마스터는 엄청난 비난에 직면합니다!
저런 플레이를 하기 위해서 마스터는 플레이어들에게 다양한 부담을 주게 되고, 기대 수준을 높이게 되며 플레이어들의 협조를 요구함으로써 스트레스를 일으키기 때문이죠.
그런데 플레이가 마스터로 인해서건, 플레이어로 인해서건 재미가 없어진다면?
화살은 보통 직접적 책임자인 마스터에게 결과론적으로 쏟아집니다.
이런 이유들로 마스터들은, 필연적으로 저 훌륭한 '이론적' 요소들을 활용하지 않게 됩니다.
안타까운 일이죠.
그러면, 이런 이론적 요소들은 정말 저 모든 위험을 무릅쓸 가치가 있을까요?
전 있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다른 방법들로 추구하는 재미와는 다른 훌륭함이 있으니까요.
정말 즐길만하고 재밌는 이야기를 만든다는 것은 그 자체로 대단히 즐거운 일입니다.
하지만 어려운 일은 어려운 일이니까, 그러지 않는다고 해서 문제는 전혀 없습니다.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 옳은 일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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