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더 씨부리기 전에 나는 서사룰이 데이터룰보다 더 재미있다, 혹은 더 어렵다는 소릴 하려는게 아님. 오히려 난 서사룰이 데이터룰보다 더 추상적이기 때문에 불편한 것에 가깝다고 봄.

정확하게 말 하자면, 데이터룰은 룰북을 익히고 읽고 캐릭터를 만들고 세션을 시작하기 전의 과정이 복잡하고 좆같다면 서사룰은 룰과 캐릭터 메이킹이 단순한 대신에 세션에 들어가면 좆같아지는 타입임.

그래서 던월같은 룰이 오히려 함정 취급을 받는거임, 캐릭터 만드는건 존나 단순해도 정작 시작하면 허허벌판에 놔둔 느낌이 들거든. 이건 어렵다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함. 튜토리얼이 좆병신같은 게임을 어렵다고 안 하잖음?

이런 상황이 생기는 이유는 던월과 같은 서사룰은 룰 사이사이 빈 공간을 플레이어와 마스터의 창의성으로 대체하려고 하기 때문임. 던전 앤 드래곤에서는 이미 공간을 점유하고 있는 적을 지나갈때 '기회공격' 이라는 룰이 존재하기 때문에 룰을 숙지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지만, 던전 월드에는 그런 룰이 없음.

그렇기 때문에 결과는 둘 중 하나임, 그런 룰이 없으니 묘사도 없고 상황 발생도 없던가, 마스터가 센스있게 그런 상황을 묘사해주던가. 이런 것들을 묘사하기 위한 장치가 부분 성공이라고 생각함. 완전 성공이라면 반격의 기회도 없이 재빠르게 지나간거고, 부분 성공이라면 옆의 적에게 공격을 받는거지.

이런 상황을 경험하는 마스터는 자신이 제시한 상황에서 얼마나 상황을 재미있고 예측할 수 없게 끌고갈지 고민하게 됨. 어둠속의 칼날의 부분 성공은 '기회 강탈' 혹은 '효과 감소', '피해' 등등, 여러가지 좋지 않은 상황을 상정하고 마스터가 상상력을 발휘하게 만듬. 붉은띠단 졸개 네명에게 둘러쌓인 캐릭터가 '접전' 상황에서 부분 성공을 띄웠다면 어떻게 묘사해야할까?

그냥 진전 시계 6칸짜리 띄워놓고 효과 감소니까 한칸만 채우는걸 계속 하는건 재미없지 않음? 그러니까 상상하게 되는거지, 이 캐릭터가 마주하게 될 새로운 골칫거리는 무엇일까, 적에게 가한 공격이 빗나가 넘어져서 시장바닥 한 가운데로 떨어졌고, 추적 상황이 벌어졌다고 하면 어떨까? 완벽한 연계는 아니더라도 효과 감소보다는 훨씬 재미있고 다른 이야기로 연결할 방법도 여러가지지.

물론 데이터룰에서 이런걸 할 수 없다는건 아니야, 하지만 서사룰은 이런 상황을 '유도' 하고 '권장'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 즉, 서사룰을 즐겁게 즐기려면 이러한 창의성을 발휘해야만 한다는 거야. 그렇기 위해서 룰이 너무 복잡하지 않은거고. 난 물론 데이터룰을 즐기는 사람도 존중하고 나도 좋아하는 편이지만 서사룰의 재미를 알게되면 그건 그것대로의 맛이 있다고 생각함.

그러니 우리 모두 '어둠속의 칼날' 해보는게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