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링중인 디앤디 캠페인에서 우주 함선을 점거해서 훔치려던 도중 최후의 전투에서 PC 일행 중 한명이 진압팀에게 사살 당했다.

  최근 1년 정도 동안 상냥한 방식의 마스터링을 주로 해오던 사이에 PC의 죽음이 어떤 느낌인지를 상당히 잊고 있었다.

  죽은 PC는 심연의 존재를 숭배하고 그로부터 힘을 받은 워락이었다. 그는 죽은 후 자신의 아버지의 인도함에 따라 해가 저물어가고 파도가 밀려오는 모래사장에서 눈을 뜨고, 바다에 자신의 몸을 맡기고 떠나갔다.

  부활의 기회는 있지만, 그에게는 더이상 무엇도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튼 많이 울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또 울었음 ㅋㅋ
이하는 트위터에 썼던 글이라 존댓말인건 양해 바람.



  D&D에서의 죽음은 단순한 것이 아닙니다. 그곳에는 영혼이 존재하고, 사후세계도 존재합니다. 실제로 죽어보기 전까지는, '다시 부활하면 되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죽어서 가게 된 장소에서 안식을 얻은 후에는, 여전히 내가 삶으로 돌아갈 이유가 있는지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물론, 마스터가 사후에 그 캐릭터가 보게되는 광경을 묘사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단순히 상태이상으로 취급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마스터에게는 게임 내의 세계를 생동감있게 만들 의무가 있습니다. 단순한 게임이 아닌 실제로 존재하는 세계인 것처럼 속일 필요가 있습니다.

  때문에 나는 이 부분에 방점을 두고 죽음을 처리합니다. 죽음의 위기는 언제라도 있습니다. 싸움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운이 없으면 죽을 수 있는 상황이 인생에 분포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은 이루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그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이 해당 PC가 신을 믿는 존재였다면, 신도의 신앙심에 대한 보답으로, 마땅한 책무로 신이 그에게 안겨줄 평안과 행복을 버리고 돌아갈 만큼 중요한 일일까요?

  아무리 PC들이라 할지라도, 모든 PC가 그렇게 결단적인 의지를 가지고 있진 않습니다. 어떤 PC들은 부활을 거부할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플레이어에게 사후세계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대화를 통해 자신의 캐릭터가 부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 것인지를 묻는 과정을, 저는 반드시 가집니다. 그것을 통해 죽음은 단순히 '부활시키면 되는 것'에서 '어쩌면 작별이 될 수도 있는 것' (차원을 넘어서 다시 만나러 갈 수 있겠죠.)으로 변모합니다.

  죽는 PC에게 다른 PC들과 함께했던 시간은 사실 삶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기도 하고요. 롤플레잉 게임의 특성상 저에게 이러한 과정은 몇번 겪더라도 처음 겪을 때와 같은 큰 상실감을 주게 됩니다. 하지만 작별의 순간이 있기에 만남이 더욱 가치있는 것이겠죠.




  너무 오랜만에 겪어서인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매번 이런 '감당하기 힘든' 느낌을 받아왔던 것 같다. 내 PC가 죽었을 때도, 다른 PC가 죽었을 때도.

코토8


그곳에서는 푹 쉬어라, 네이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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