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잘데기 없는 pdf들에 꼬박꼬박 재화를 탕진해서 읽어야 할 pdf들이 쌓여있기도 하고,


생각보다 지난번 샌드박스 글을 썼던게 즐거웠기도 하고, 


산 책들의 내용을 좀 잘 이해하고 싶기도 해서 몇 자 적어봄.


객관적인 리뷰글보다는 감상문에 가깝게 썼음.


세션을 안돌리는 날들이 길어지면 더 쓸 거임. 



지난달 게재된 논문(ㅈㅈㅈ.네이쳐.com/articles/s41598-023-35151-2)에 의하면 사람들이 가상 세계에 열광하고 좋아하는 이유는


인류의 선조들이 세계 곳곳으로 퍼져 나가게한 개척 혹은 탐험 정신 때문일 것이다로 추측함. 


같은 가상 세계이긴 하지만 탐험이라는 맥락에서 성과 성의 영주가 있고, 만신전의 신들이 서로 투닥거리며, 


엘프들은 숲속에 성역을 짓고 드워프는 지하에 성채를 짓는 등의 “일반적인” 판타지 세계는 피터 잭슨의 반지의 제왕때부터 하도 머리에 때려박힌 내용이라 


무언가 특별히 새로운 곳을 탐험한다는 느낌은 없는 것 같음.


물론 포렐이나 그레이호크 기반의 세계로 게임을 한다고 해서 탐험이라는 DnD 플레이의 기둥이 무너지는 것도 아니고, 


5판 서플 반 리히텐에 소개된 소세계들을 봤을 때 참신함 원툴이 꼭 탐험에 대한 즐거움을 보장하는 것도 아님.


다만 나는 “저기 너머에는 어떤 신박한 인카운터가 있을까?” 하는 호기심이 캠페인을 굴러가게 하는 원동력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사용된다면 즐거울 것이라 생각할 뿐임.


탐험 자체에 재미가 있으려면 세팅 자체의 완성도가 어느정도 있으면서도 궁금증을 유발하도록 참신하고 신기한게 있어야 된다고 생각함.


그리고 윤-수인(Yoon-Suin)은 그런 욕망을 자극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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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겉 표지>



윤-수인에는 이질적인 환경, 이상한 크리쳐, 묘한 종족들과 그들의 문화, 그리고 다양한 위험, 그리고 약간의 남아시아의 신비주의 감성이 녹아들어가 있음.


태양 아래 노란색으로 빛나는 황성(黃城; Yellow City)이라는 도시는 세팅의 중심임. 


이 곳은 오래 지속된 부의 축적으로 인한 교양과 권태로움이 넘치지만 동시에 퇴폐적이고 더러움.


사치가 흔한만큼 슬럼가도 흔함.


이 도시에서 항상 소모되는 기호품 세 가지 중 아편과 차는 도시의 최고위 카스트인 민달팽이 인간(Slug-people)들이 수출입을 통제하지만 


쉽게 기호품으로 구할 수 있음.


차는 중요한 기호품이기에 찻집에 대한 플러프도 있으며 특유의 분위기 또한 있음.


“10,002가지 즐거움의 작은 동굴 - 굉장히 사치스럽고 값비싼 찻집. 이곳에는 투명하게 맑은 천연수가 무릎까지 차있다. 스스로의 컵을 드는 것은 교양이 없다는 것을 뜻하기에, 당신의 차는 금박이 입혀진 연꽃잎에 예식에 따르듯 제공되며, 완전히 혀가 제거된 굉장히 순종적인 사이렌들의 도움으로만 마실 수 있다”


위와 같은 식으로 묘사됨.


마지막 기호품인 지식은 도시 밖으로 나가고 싶어하지 않는 민달팽이인간들을 위해서 모험가들에게 맡겨지기에, 


연줄과 돈을 벌고 싶은 모험가들에게는 항상 기회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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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팅 지도>



도시의 밖으로 나가면 서쪽에는 희한하게 잔혹하고 사나운 것들이 많아 베일에 쌓인 라하그(Lahag) 정글이 있고, 


이 정글의 내부 지형이나, 살고 있는 각양각색의 크리쳐를 조사하고자 하는 단체들은 이에 맞춰 도시 안에서 모험가들을 찾음. 


라하그의 위에는 배 위에서 일생을 보내는 인간 부족들이 있는 라마르크(Lamarkh) 정글 습지대가 있고, 


여기를 조사하는 도중 운이 좋아 달의 산맥(Mountains of the Moon)으로 이주하는 수백만 마리의 나비들이 머무는 숲의 터를 발견하면 


나비들에게 잘 부탁해서 (곤충과 대화할 수 있는 능력 필요) 당신을 산맥까지 데려다달라고 해줄 수 있으며,


정글의 더 서쪽 너머에는 백개의 왕국(Hundred Kingdoms)이 드넓은 평원에서 그들만의 이유로 서로 투닥거리고 있음.


도시의 북문을 나가 계속 올라가면 만년설에 용들의 왕국이 있다고도 루머되고, 


악마와의 거래 때문에 신체의 오른쪽 절반만 남은 불쌍한 인간이었던 것들이 사는 유적지가 있는 장엄한 달의 산맥이 보이며,


산기슭에 도착하기 전 까지 시야를 장악하는 것은 강과 민달팽이 대귀족들의 광활한 아편 플랜테이션임. 


수많은 이름 모를 신령들과 신들에게 향하는 분향냄새와 황성에서 쏟아지는 하수도 오물 냄새가 섞인 


도시를 가로지르는 강인 신하(神河; God River)를 넘어 남쪽으로 넘어가 해안가에 도착하면, 


밀수꾼들이 많은 토파즈 섬(Topaz Isles)들이 보이고, 


운이 나쁘다면 근처 유적에서 흘러나온 마법적 기운이 담긴 해초를 먹고 잠에 빠진 게들이 집단으로 꾸는 꿈의 환상이랑 싸울 수도 있으며,


카스트 제일 하위의 게 인간들이 사는 구역을 너머 더 남쪽으로 가면 


이질적이고 잔혹한 오징어인간들과 고대 악의 현신인 크라켄들이 음모를 꾸민다는 루머가 있는 깊은 바다가 나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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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하그의 정글에서 발견되는 굴. 아래에는 먹는다는 것 이외의 행동원리가 없는 새까만 것들이 살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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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트 제일 아래의 게 인간과 카스트 제일 위의 민달팽이 인간.
게 인간의 경우 몸에 주인이 누군지 알아볼 수 있도록 표식이 그려진 경우가 많음.>




이 세팅에는 캠페인을 이끄는 네 가지의 미스테리가 DM의 재량에 따라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음.  


그 미스테리 중 두 개는 간간히 들리는 윤-수인의 민중들에 섞여서 살아간다는 아웃사이더에 대한 소문과 설산위의 용들이 꾸미는 모략임.


서양 판타지가 지루하다면 추천함. 모 룰의 “세팅 관련 DLC를 다 사야 하나로 완성되는 게임” 같은 느낌의 세팅 서플과는 전혀 다른 그 자체로 완성된 세팅임.


너무 이상한 클래스가 추가되지도 않고, 이상한 주문이 추가되지도 않고, 룰이 바뀌지도 않고.


기존 디앤디에서 딱 재미있을 만큼만 벗어나있다. 


약간 씹스터 감성이긴 함.


OSR 책임. 


2판 킥스가 얼마 전에 끝나서 기다리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