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당시 내가 했던 캐릭터는 씹덕 아카데미물의 '허당이지만 진지해지면 유능한 위저드 가문의 아가씨' 캐릭이었어

마스터는 입학식 날이니까 이론 시험을 보겠다면서 수사학 역사학 자연학 종교학을 한 번씩 굴려보라고 했지

위저드 가문의 아가씨지만 태생적 이유로 소서러였던 이 허당 아가씨는 능지를 덤핑한 탓에 보정치가 -1이었어

때문에 나는 내 캐릭이 입학식에 시험을 본다는 사실을 까먹어버린 탓에 비상용 찍기연필을 꺼내 굴린다는 rp를 한 뒤에 주사위를 굴렸지

결과는...


20(-1)

1(-1)

1(-1)

20(-1)


크리 펌블 펌블 크리

덕분에 답안지를 받아든 교수는 채점을 하는 도중에 따로 나를 불러내서 "만점 두 개랑 빵점 두 개? 너 일부러 이렇게 낸 거지? 혼날래?"라며 쓴소리를 했고

찍기 연필을 굴린 죄밖에 없는 내 캐릭은 "그... 글쎄요...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모르겠군요, 교수님..."라고 센 척을 할 수밖에 없었어


이 다음은 실기 시험을 봤는데, 수정구에다가 무기로든 마법으로든 딜을 넣으면 그걸 흡수해서 점수로 수치화시켜 보여주는 딜딸 시험이었어

우리 파티에는 내 캐릭터와 죽마고우인 파이터 아가씨가 있었고 그 친구는 자기가 이 테스트를 끝내버리겠다면서 의기양양하게 수정구 앞에 섰지

파이터 아가씨는 재상인 아버지에게 애교를 부려서 받아낸 돈으로 제련한 매직아이템(쌍권총)을 꺼내들어 수정구를 향해 쐈는데

대충 한 턴만에 140딜 정도를 넣고 수정구는 딸피가 되어버렸어

이 친구는 수정구를 폭파시켜버릴 생각으로 쳤는데 기가막히게 실피가 남은 걸 확인하고 혀를 차며 아래로 내려갔지

근데 이 친구 다음 차례가 나였어

우리는 수정구의 상태가 어떤지 캐릭터들이 알까에 대한 통찰 굴림을 굴렸지만 골때리게도 다 실패했고

내 캐릭은 파이터 다음이 자기 차례라 서로 비교당하는 거 아니냐면서 농담 따먹기를 하며 수정구 앞에 섰는데

챙그랑!!

가이딩볼트를 한 대 맞고 수정구가 폭발해버렸어

잠시 주변에 정적이 찾아오고 곧 웅성거리는 소리가 시험장을 잠식했어

내 캐릭은 또다시 교수한테 불려가서 위저드 가문에서 또 괴상한 애를 내놓았다면서 한숨을 쉬게 만들었는데

내 캐릭은 정말 당황스럽고 억울하지만 특유의 아가씨 프라이드만은 유지하기 위해서 "후후... 저도 수정구가 깨질 거라곤 생각을 못했는데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교수님."라며 또 센 척을 했어

그렇게 내 캐릭은 허당이지만 진지할 땐 유능해지는 귀족 아가씨에서 주사위 신의 인도를 받아 모종의 이유로 힘을 숨기고 있는(안 숨김) 실눈 마법사로 전직해버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