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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벤이 이상한 행동을 해요."


로리는 잠시 졸았던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꼈고, 그녀의 무릎 위에 놓아두었던 책이 모래 위로 나뒹굴고 있었다. 그녀는 한낮의 햇살이 눈에 내리쬐어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제시가 가리키는 곳을 향해 걸어 나갔다. 그녀의 아들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등을 돌린 채 서 있었고 막 걸음마를 뗀 아이가 그러듯이 위태롭게 휘청이고 있었으나, 한편으로는 그 자리에 못 박힌 듯이 서 있었다. 벤은 물가로 부터 멀찍이 떨어져 있었으나, 어째서인지 로리의 등에 한기가 타고 올랐다.

"네가 벤을 잘 보고 있었어야지!" 로리의 두려움이 짜증으로 변해가는 것을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녀는 다리에 묻은 모래를 털어내며 자신의 시선 아래에 있는 항복한다는 듯이 두 팔을 벌린 채 서 있는 벤의 누나를 노려보았다.

"잘 보고 있었어요!" 제시카가 말했다. "말 그대로 조금 전까지는 벤은 모래성을 만들고 있었다고요, 그러더니 갑자기 일어서더니 뒤돌아서 저기로 걸어갔어요. 제가 그냥 벤이 물 가까이 걸어가게 둔 것이 아니라고요. 진정해요, 엄마."

"잘했다, 제시." 로리가 말했다. 그러나 그녀의 짜증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지 오래였고 그 자리에는 잠에 들어 아이들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죄책감만이 남아있었다. 로리는 어째서 제시가 벤이 사라지는 것을 막지 못했는지, 제시가 벤을 멈춰 세우지 못했는지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다. 벤은 종종 로리만이 위로할 수 있을 것만 같이 느껴지고는 했다.

오늘은 벤이 유난히도 신경질적으로 굴었다. 로리가 필라델피아로 오는 길에 뒷좌석에 앉은 벤을 진정시키기 위해 제시와 강압적으로 자리를 바꾸게 하였으나, 그런데도 벤을 진정시키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으며 매트는 농담 삼아 벤을 소나무가 잠재한 불모지에 살아가는 코요테 떼와 함께 살게 두어야 한다고 했다. 로리는 쌍둥이를 미니 골프에 데려가는 것이 벤을 진정시킬 방법이라는 것에 대해 미심쩍어했다. 매트가 입 밖으로 낸 적은 없지만, 벤이 로리만을 고집한다는 것과 벤의 그런 점이 매트를 괴롭게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벤, 우리 아가." 로리가 그녀의 바로 옆에 벤을 두고 선 채로 말했다. 평소라면 벤이 로리를 올려다보며 웃으며 그녀의 두 다리가 나무줄기라도 되는 것처럼 맴돌았을 테지만, 벤은 고개조차 올려보지도 않았다. "뭐 하고 있니?"

벤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어디 아픈 곳은 없니, 우리 아가?" 로리가 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벤은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벤은 정면을 똑바로 바라본 채로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고 입술은 소리 없이 움직였으며 작은 손을 쥐었다 폈다 하고 있었다.. 로리는 벤의 곁에 주저앉았다. "뭘 보고 있는 거니?"

"어머니." 벤이 말했다.

로리는 눈살을 찌푸렸다. 벤은 자신을 그런 식으로 부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로리는 언제나 '엄마'였다. "엄마 여기 있단다, 아가야." 로리가 손을 아래쪽으로 뻗어 벤의 손을 붙잡았다.

마침내, 벤이 로리를 향해 시선을 돌렸을 때, 벤의 눈은 환하게 빛나며 행복으로 가득 차 있었고 로리에게 비밀을 나눌 때처럼 수줍게 미소 짓고 있었다. 벤이 짧고 퉁퉁한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어머니가 물속에 있어요."

로리는 물결을 바라보았으나,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으며 그것이 그녀가 볼 수 있는 전부였다. 로리는 억지로 목소리에 쾌활함을 담아내려 노력했다. "음, 그녀에게 작별 인사 하려무나. 왜냐하면 이제 점심을 먹으러 갈 시간이니까. 확실히, 시간이 눈코 뜰 새 없이 지나갔네. 가서 샌드위치를 먹으러 가자, 알았지?"

벤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로리의 손을 붙잡았다. "잘 가요, 어머니." 벤이 물결치는 바다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날 밤 로리는 몇 시간 동안이나 깨어있었고 그녀가 본 벤이 작별 인사를 하던 검은 형상이 그저 바다 위에 비친 햇살로 인해 생긴 환영이라 스스로를 타일렀다. 정확히 수면 아래에 드리워져 있던 존재할 리가 없는 거대한 형체가 해안가의 근처에 더욱이 그리 가까이 있었을 리가 없었다며.

그럴 리가 없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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