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TRPG에서 롤플레잉을 할 때 가장 많이 벌어지는 실수가 있어. 바로 일방적인 표현이야. 다른말로 하면 혼잣말이지.


가령 세션이 시작하자마자 자기 혼자 "턀붕이의 세상이 무너졌어" 같은 헛소리나 하고 있으면 그게 얼마나 휘황찬란한 문장이라도 다른 플레이어들이나 마스터가 대답하지 않을거야. 왜냐하면 그 다른사람들도 똑같이 혼잣말을 하고있거든. 집단적 독백에 시작이지.


즉 일방적인 표현은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 하는 게임에서 상호작용을 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어.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 실수를 간과하지. 하고싶은 롤플레잉이 있으면 마치 내 캐릭터가 대사만 치면 된다는듯이 일방적으로 자기 할말만 하고, 남의 것에는 관심이 없어.


근데 남의 것에 관심이 없다는걸 문제로 지적하는게 아니야. 이건 인간의 본성이거든. 오히려 가장 중요한 요점은 이거야. "우린 남의 반응이 필요해"


예시를 들어보자. 늑대인간으로 변신하는 내 캐릭터가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열심히 묘사했는데 다른 pl들은 내 이야기를 듣고있는게 아니라 새로 주운 마법물건을 가지고 토론중이라면? 팔라딘이 용맹한 기도문을 외우고 악마들 사이로 뛰어드는데 아무도 반응 안하고 주사위만 굴리는건? 내 캐릭터의 백스토리에 담긴 비극적인 미스터리가 풀린 그 순간 스포트라이트를 받곤 혼신의 롤플레잉 했는데 다른 pc들은 유튜브를 보고있다면?


실망스러울거야. 이렇듯 보통 우리가 하고싶어하는 롤플레잉은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 있어야만 완성할 수 있어. 우리가 원하는건 멋진 대사를 치는게 아니라 멋진 상호작용을 원하는거기 때문이야.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롤플레잉 할때 일방적 표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좋은 상호작용을 할 수 있을까?


그건 바로 남의 일방적 표현에 탑승하는거야. 


인간의 가장 큰 욕구중 하나는 바로 자기 표현의 욕구야. 이게 우리로 하여금 일방적 표현 롤플레잉을 하게 만드는 원흉이지. 즉 세션중에 나혼자 혼잣말 rp 하는게 아니야. 다른 pl들 모두가 그러고 있을거야. 


이때 다른 사람의 rp에 내 캐릭터의 rp를 얹어서 대답하면 돼.


가령 검술을 연마하는 파이터와, 마법을 연마하는 위저드가 있다고 해보자. 이 둘은 항상 자신들의 잘남에 대해 rp를 해.


파이터는 "내 검술 유파는 몇세기동안 도제로 내려오던 장인의 기교야." 라고 하자, 위저드는 들은건지 안들은건지 자기할말을 시작해. "내 마법은 테이에서 마탑을 수여받을 정도의 실력이지" 라는 식으로 말이야.


이게 가장 안좋은 경우야. 서로 상대의 이야기에는 관심 없고 계속해서 일방적인 표현으로 지할말만 하고있어.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좋은 경우로 만들까? 파이터가 "내 검술 유파는 몇세기동안 도제로 내려오던 장인의 기교야." 라고 말했을 때, 위저드가 그 말을 듣고 "만약 테이에서 검술도 취급했다면 너정도의 실력자는 나처럼 마탑을 수여받을 수 있겠는데?" 라며 상대방의 의견에 올라타는거야.


분명 방금전에는 서로 일방통행의 대화를 했는데, 이번엔 양방향 통행의 대화가 시작되는게 보이지?


이 방식의 장점은 어려운게 없으면서도 강력한 효과를 지녔다는점이야. 우린 살면서 다른사람의 말에 수천번도 넘게 대답해봤잖아? 딱 그정도만 해도 상대방의 롤플레잉을 북돋아줄 수 있게 돼. 그러면 내가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기에 상대방도 내 이야기(롤플레잉)에 귀를 기울여주겠지.


즉 우리가 원하는 "자기 표현의 욕구"와 "멋진 상호작용"을 둘 다 챙길 수 있는거지. 왜 우리가 남의 반응이 필요한지 알겠지?


그러니 앞으로 롤플레잉 할때 "혹시 지금 내가 일방적인 혼잣말만 하고있는게 아닐까?" 점검해보고 남이 롤플레잉 할때 그 롤플레잉에 올라타는 롤플레잉을 해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