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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의 역할에 대해서 개인적인 생각을 담아봤다. 본질적으로 마스터란 무엇인가. 내가 만든 개쩌는 이야기를 플레이어들에게 일방적으로 수용하라 강요하는 작가충인가? 아니면 플레이어들에게 끌려다니면서 자캐딸치는걸 관망하는 노예인가?

TRPG의 근본으로 따지자면 던전 앤 드래곤만큼 근본인 룰은 없을 것이다. D&D의 최신 판본인 5e의 던전마스터 가이드의 서문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You're the DM, and you are in charge of the game. That said, your goal isn't to slaughter the adventurers but to create a campaign world that revolves around their actions and decisions, and to keep your players coming back for more!


DM의 역할은 모험가들을 학살하는 것이 아닌, 그들의 '선택과 결정'을 중심으로한 세계를 만들고 플레이어들이 계속해서 플레이를 하고 싶게 만드는 것.

그렇다면 서사룰의 대표주자인 AWE엔진의 던전월드에서 마스터의 역할을 어떻게 보고있을까?
던전월드에서 마스터는 강령이 목적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강령이 무엇인가?


던전월드의 마스터라면 누구나, 항상, 꼭 지켜야 할 세 가지 법칙이 있습니다:

• 환상적인 세계를 표현한다.

• 캐릭터들의 삶을 모험으로 채운다.

• 플레이를 해서 알아낸다.

마스터가 던전월드에서 하는 모든 말, 모든 행동은 모두 이 세 가지를 위하여, 이 세 가지만을 위하여 이루어집니다. 위에 나오지 않은 것은 마스터의 목적이 아닙니다. 플레이어들에게 이기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복잡한 퍼즐을 푸는 능력을 시험하려고 하는 것도 아닙니다. 자기가 공들여 만든 세계를 플레이어들에게 탐험시키려고 하는 것도 아닙니다. PC들을 죽이려고 하는 것도 아닙니다. 자기가 미리 만든 이야기를 플레이어들에게 풀어 놓으려고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중략-

다른 많은 RPG의 시나리오와 달리, 던전월드에서는 플레이어의 행동을 예측하지 않습니다. 던전월드에서는 살아 움직이는 세계, 그리고 그 안에서 각자의 목적을 추구하는 크고 작은 사람들과 세력들을 묘사합니다. 이 세계와 그 주민들이 PC들과 부대끼면 사건은 벌어지기 마련입니다. 마스터의 역할은 그 사건의 결과를 정직하게,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플레이를 해서 알아내는 것입니다. 자신이 묘사한 세계와 주인공들이 어떻게 서로 작용하고 어떻게 서로 변하는지는 플레이를 해야 알 수 있습니다. 마스터도 플레이어도 앞날이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그러니 준비를 너무 철저히 하지는 마십시오. 그러면 룰이 수시로 방해가 될 것입니다. 다른 RPG를 많이 해 본 사람은 믿기 힘들 수도 있겠지만, 일이 어떻게 풀리는지 두고 보는 것은 그 자체로 재미가 있습니다.


던전월드에서 마스터의 역할은 미리 만든 이야기를 플레이어들에게 풀어 놓는 것이 아닌 국면이라는 커다란 세팅을 짜고 플레이어들을 던져둔 뒤 어떻게 되는지 AWE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규칙으로 알아보는 것인 것 같다.

마스터라는 역할을 맡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해야해서, 내가 만든 이야기로 플레이어들에게 감동과 교훈을 주기 위해서, 내가 구상한 세계설정과 모험을 플레이어들과 함께 경험하고 싶어서 등등...

마스터라는 역할은 많은 권한이 주어진다, 그리고 스파이더맨의 명대사처럼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는 법이다. 자신이 만든 플롯과 이야기로 수직적인 플레이를 하고 싶은 욕구가 들 때도 있다. 플레이어들이 내가 예상한 이야기의 흐름을 타지 않고 돌발적인 행동을 할 때도 있다. 플레이어들을 좆같은 인카운터로 학살하고 희열을 느끼고 싶어질 때도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TRPG 서적에서 이야기하듯이, 결코 플레이어의 선택과 결정을 무시해서는 안되며 을의 입장이 되게 해서는 안된다. 이야기의 흐름을 통제하는 것은 흐르는 강에 썩은 나무로 둑을 쌓는 것이며, 그런 플레이가 아무런 문제 없이 굴러가길 바란다는 것은 오만한 것이다. 마스터가 존중받아야 함과 동시에 플레이어 역시 존중받아야하며 모든 변인을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나도 오랜 시간 마스터링과 플레이어를 해왔었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 플레이를 했었다. 내 경험상 플레이어들이 만족하며 좋은 시간이었다고 복기 되는 플레이들은 공통적인 특징이 있었다. 놀랍게도 처음부터 빡세게 준비한 철학적인 딜레마가 담긴 이야기나, 전문 시나리오 작가가 쓴 레일로드형 시나리오가 아니였다. 소박하게 탁자에 앉아 플레이어들에게 정직하게 세계를 묘사하고 많은 상호작용을 제공하며, 이야기의 흐름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길 독려했던 세션이야말로 내가 찾아 해매던 원피스였던 것이다.

혹자는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다.
"그거 팀바팀 사바사 아님? 난 내가 만든 개쩌는 이야기만 따라오게 해도 치야호야 되던데 ㅋㅋ "

물론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며, 나는 내 말이 진리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마스터링이 막연하게 생각되거나, 플레이어들에게 장문의 피드백을 받고 뇌수가 터져버린 마스터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기쁠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