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카야바라는 인물을 굉장히 싫어한다.

방금 요상한 오타를 냈는데, 고딩 때 내 친구가 카야바 빨길래 대가리를 후려쳐 준 경력이 있다.


하지만 소아온에서 카야바라는 인물이 긍정적으로 묘사된 건...

사실 작가 입장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즉 처음부터 이야기를 이 따구로 끌어 온 작가의 무능을 논할 수는 있어도,

소아온 등장인물들이 전부 다 카야바를 깐다고 이야기가 더 탄탄해지냐면, 정 반대라는 거지.



소아온은, 근본적으로 게임을 '무한 긍정'할 수밖에 없는 소설이야.

주인공이 겜덕이고, 작가도 겜덕이지.

심지어 작가는 일본에서는 극히 드문 스타크래프트 플레이어인데다 한국 MMORPG도 몇 개나 해봤다고 언급했다.


작가의 성향으로나 주인공의 성향으로나, 여기서 주인공 입으로 '게임 나빠요'를 논할 수는 없다는 거다.

심지어 논해봤자 '순간적인 상황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 하고~' 같은 소리밖에 더 되겠냐.



근데 정작 소아온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은, '게임 내'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음.

그러니까 당연히 극적 모순이 생겨나지.



극 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건들의 근본적 원흉은 게임=그 게임세계를 만든 카야바 아키히코인데,

정작 주인공과 작품 자체는 게임 세상을 긍정해야만 한다는 모순.



그러니까 작가가 할 수 있는 건 이거밖에 없었던 거다.

'카야바라는 게임 그 자체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인물에게, 하나의 형이상학적인 벽을 만들어서,

게임 그 자체는 아름다운 것이지만, 이로 인해 발생하는 범죄는 나쁜 것이라고 하자!' 라고.



그 결과로, '카야바의 범죄는 나쁘지만 카야바의 이상은 나쁘지 않다' 는 해괴한 구조가 성립되었고,

소아온에서 생기는 윤리적 이질감은 여기서 오는 거임.

왜냐하면 카야바라는 인물은, 윤리적 책임을 질 수 있는 캐릭터에서 벗어나

뭔가 형이상학적인, '게임이란 관념의 형상화' 비슷한 역할을 짊어지게 됐거든.




그래서 나는 카야바 까는 이야기를, 쉽게 말해서 '부질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쪽이다.

작가가 그걸 생각 못 해서 저런 구성이 나온 게 아니라,

거꾸로 그걸 생각해서 수습한 결과가 저거라는 거거든.


대개 작가라는 사람들은 생각이 없지 않다.

거꾸로, 대개의 문제는 생각한 결과물에서 나오더라고. 그런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