훠훠 또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왔군요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왔으면 재미없는 뻘글도 나와야겠지요?
그러니 오늘도 오늘의 뻘글. 오늘은 몇 가지 주제를 같이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자.
PC들을 X되게 만들 때
마스터는 왜 이런 짓을 하는 걸까?
그야 (마스터 관점에서) 이랬기 때문이겠지. 뭐 혹시 "그야... 재미있으니까...." 같은 거 생각함? 우리는 그런 놈들을 마스터가 아니라 빌런이라고 부르기로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어쨌든 여기서 중요한 점은 "그래서 마스터 본인은 이러기 전에 무슨 얘기를 얼마나 제대로 했고, 반대로 얼마나 제대로 들어줬냐"는 거임. 이게 서로 제대로 안 됐으면 곤란함. 서로다. 마스터와 플레이어들 모두.
왜냐면 사실 어떤 의도로 마스터가 PC들을 X되게 만들든, 뒷수습을 할 걸 생각해보면.... 그냥 별 이유 없이 / 별 시덥잖은 이유로 PC들한테 X같이 구는 놈하고 아무 대가 없이 같이 해 줄 사람은 어디에도 없잖아? 그러니까 마스터-플레이어 사이에 플레이 내에서 특정한 상황(특히 누군가에게 손해로 느껴질 수 있는)이 벌어지려 한다면 그렇게 된 원인? 이유?에 대한 교감과 이해?가 어느 정도는 진행되고 있어야 나중에 수습이 편하다는 거임. "누가 이유도 없이 널 싫어하면 싫어할 이유를 만들어주라"고 하지 않냐? 반대로 누가 나를 싫어할 이유가 있다면 그 이유를 어떻게 처리할 경우 서로간의 갈등이 해결될 수도 있고 그런 거겠지?
어쨌거나 개인적으로는 자기 PC가 X되는 것에 같이 낄낄거릴 수 있는 사람은 원래 그런 장르의 룰을 하는 사람이 아니면 그렇게 많지 않다고 생각함. 요새는 그런 장르 하는 사람들도 그렇게 많이 안 하는 거 같?고??? 그러니 누군가 자기 PC가 X같은 대우를 당하는 것에 울컥해서 플을 엎거나 나가거나 하는 걸 볼 수도 있다는 걸 생각하면 "어떻게 PC들이 이렇게 X되는 상황까지 몰렸나"에 대해서 판을 잘 깔아가며 지금까지의 전개는 "마스터가 순수히 자기 멋대로 정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어필할 필요가 있고, X되게 하는 거도 한 번 X되게 한 다음에 추가로 막 "바닥 아래에는 더 바닥이 있다는 걸!" 같은 거 하려고 들면 곤란하다고 생각하는 거임. 물론 진짜로 플을 엎으려는 수준으로 PC들을 X되게 만드는 건, 위의 짤처럼 이미 서로 다시 볼 생각 없이 하는 거니까 뒷감당에 신경 쓰지 않아서 막 나가는 거라 이런 거 해당이 안 되는 케이스인 거 ㅋㅋㅋㅋ. 아 물론 자기 PC가 X되는 것에 같이 낄낄거릴 수 있는 팀원들하고 하는 경우도 그냥 좀 더 편하게 PC를 X되게 해도 되긴 하다 ㅋㅋㅋㅋ....
아무튼간에 이번 달에 한동안 갤을 따뜻하게 만든 저격만 봐도 "예상 못한 상황에서 순식간에 판정 한 번에 동료가 누움 -> 마스터+@가 소극적으로 행동한 턀붕이 탓으로 책임을 돌림 -> 그렇게 책임이 돌려진 턀붕이 입장에서나 외부에서 "ㅅㅂ 그걸 어케 미리 아는데" 하는 상황 -> 펑"이었잖아? 여기서 만약에 미리 마스터가 충분히 설명했다거나 해서 외부 관점에서도 턀붕이 책임이 명확해 보이는 상황이었다면? 물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아무튼 그래서 마스터 입장에서 PC들을 X같은 상황에 집어 넣기 전에 밑작업으로 하기 가장 좋은 방법은 특정 선택에 예상되는 결과를 미리 메타적으로 충분히 설명하고(혹은 충분히 추론 가능한 상황을 만들고) 이후를 PC들의 선택에 맡기는 것임. 또한 이럴 때도 가급적 "판정"의 기회를 주기보다는, 뭔가를 할지 안 할지 등으로 "선택"을 할 기회 자체를 한 번 정도 주는 게 좋다고 생각함. 판정은 결국은 운빨이잖아? 단순히 주사위 굴림 하나에 X되면 허무한 사람도 있는 법이거든. 어쨌든 선택할 권리를 주면 대개 X되는 결과가 나올 쪽은 회피하려 하지만....
모두가 그렇게만 행동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은 이미 다들 영화관?에서 봤을 거라 생각함. 이러면 뭐 어떡해? 이미 설명한 대로 진행을 해야지? 그리고 이러면 설명한 대로 X되는 거니까 책임은 일단 마스터 혼자만이 아니라 "그런 결과가 나올 거라 제시되었는데 알고도 저지른 누군가"에게 최소한 같이 돌아가는 거야.
일단 그렇게 X되는 책임이 내가 아닌 누군가에게 / 혹은 같이 돌아갔다고 치면, 이후 X되게 하는 거야 네 상상력에 달린 문제고.... 충분히 X되게 했으면 이제는 그 다음에는 어떻게 수습하냐가 중요해짐. 이게 뭐 "이 크고 빨간 버튼을 누르면 우주선이 자폭합니다" / "삑" 같이 확실히 다 죽어서 플이 끝나거나 시트 찢고 다음 시트 꺼내거나 그러는 레벨이 아니라면, 어느 정도 X되고 나서는 PC들이 다시 모험에 나설 동기나 상황을 제시해서 이야기의 흐름을 복?구할 생각을 해야 함. 예를 들어 상인(이야기 진행용 NPC)을 PC들이 죽였다 -> 나중에 따라온 상인의 일행들이 시체를 찾아내고 현상금을 걸어서 어찌어찌 추적당해 생포됐다 -> 상인의 일행들이 "죽여 봤자 돈도 안 나와"라고 PC들 템을 뺏아 팔고 PC들은 노예로 팔아 치우는 전개로 X되게 만들었다면, 이후에는 대충 짐마차에서 정신을 차리고 어찌어찌 탈출 및 새 장비 획득-> 탈출 중에 얻은 정보와 연관된 새 모험 / 상인의 일행들에 대한 복수 및 걔들이 가져간 물건들의 회수 / 돈 같은 걸로 노예 신분의 완전 탈출 등 PC들이 선택할 수 있는 몇 가지 목표를 제시하고, 그것(들)을 달성하기 위한 모험을 진행하게 하면 된다 이거지. 간단히 말해서 그냥 PC들이 X되는 걸로 플을 끝낼 게 아니라면, X되게 만들면서? 혹은 만들고 나서? 아무튼 X되고 난 이후에는 플레이를 어떻게 진행할 지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야 한다는 거야. 그냥 X되는 걸로 플을 끝낸다면.... 글쎄, 높은 확률로 우리가 "펑"이라고 부르기로 한 게 나왔다는 의미일 것 같으니 패스.
그 NPC는 죽이면 안 돼?요??
아주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NPC는 소모품, 좀 더 구체적으로는 다 같이 먹으려고 탁자 위에 까 놓은 과자가 든 봉지들 중 하나 같은 것이라고 생각함. 안에 든 과자를 다 먹으면 봉지는 버리는 거고, 과자를 다 먹지 않았더라도 따로 접시에 옮겨 담고 나면 봉지는 필요 없어지지? 난 NPC도 그런 거라고 생각함. 그래서 사실 개인적으로는 "마스터가 특정한 NPC를 살려두고 싶어하는 것은 결국 걔가 없어지면 누군가 걔 역할을 할 다른 NPC를 만들기 '귀찮아서'가 아닌가?"하는 생각을 많이 해. ㅋㅋㅋ 뭐 이건 개인적인 생각이야, 아주 개인적인 생각 ㅋㅋㅋㅋ. 물론 남이 가져온 과자 봉지를 멋대로 뜯어서 막 접시에 옮겨 담고 봉지는 버리고 그러는 것도 충분히 눈치 없어 보인다고 생각하고.
아무튼 그래서 PC들이 NPC를 마구 죽이지 않게 하려면, 특히 일단 "좀 사소한 이유"로 죽여보기 시작한 이후에는 대개 어느 정도는 죽이는 것을 막을 "방법"을 준비할 필요가 있는 게 사실임. 호랑이도 사람 고기 맛을 보고 나면 계속 사람을 잡아먹으니까 사냥해서 죽여야 한다고들 하지 않냐? 마찬가지로 NPC를 그렇게 죽이는 이유는 대개 그게 편한 거 같아서라든가 그게 보상이 더 좋은 거 같아서 뭐 그런 빠르고 단기적인 이득과 연관되는 경우가 많은 느낌임. 아무튼 한 번 일단 죽여봤더니 편하더라~ 하면 이후 플레이 중에도 뭔가 좀 그런 일이 다시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갑자기 NPC가 대화하다 스닉어택 맞고 죽은 다음 루팅당하고, 나는 오늘 미리 준비해 온 세션 진행이 꼬이고, 그 자리에서 부랴부랴 머리 굴려서 수습하고 그런 거 경험 and/or 반복하기 싫으면 그냥 한 두 번 정도 고생?해서 막 걸핏하면 NPC를 죽여대지는 않게 막아 두는 게 속이 편할 수 있다 이거임. 응, 결국 마스터링은 대개 덜 귀찮게 될 수록 좋은 거야. 마스터 본인한테는.
그런 걸 막는 방법이야 뭐..... 이게 그냥 대놓고 "그러지 마세요"라고 메타적으로 말하는 것도 때로는 괜찮을 수 있고, 지금 바로 죽이려 들면 뒷감당이 안 되는 상황을 만들고, 그래도 죽이려 들면 제시된 상황에 따라 한 번 정도 X되게 만들어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임. 혹은 그냥 진행하다가 죽이고 나면 상황에 맞게 "바로 X되지는 않는데 나중에 X같을" 상황을 제시하면서 자기가 뭔가 쌓아두는 걸 보여주는 것도 플레이어들의 성향에 따라서는 유효할 수 있고 뭐 그래서 방법은 다양함. 어느 쪽을 고르든, 일단 플레이어들의 성향에 맞는(효과적인 면에서) 방법을 쓰는 게 중요한 거긴 해. 자기 PC를 마스터가 어떤 이유로든 X되게 하면 개빡치는 사람도 있고, "그러지 마세요"라고 말하면 꼬박꼬박 잘 들어주는 사람도 있지만 그냥 멋대로 하는 사람도 있고, 오히려 메타발언이라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고 뭐 그렇잖아?
어쨌든 다른 방법의 예시로 든 "바로 X되지는 않는데 나중에 X같을" 상황이 대개 어떤 거냐면.... 단편에서는 별 쓸모 없긴 한 방법이긴 해. 예를 들어서 PC들이 보상을 짜게 주는 NPC를 죽이고 템을 룻했음. 근데 얘가 사실 "지금 지갑에는 돈이 얼마 없어서" 보상을 그거밖에 안 준 거였음. 그럼 이제 PC들은 얼마 안 되는 보상 좀 더 얻자고 살인자가 됐네? 그러고는 바로 뭐 그때부터 X된다는 식의 처리를 하는 대신에, "아아 괜찮아요, 목격자는 없었으니까요.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PC들이 알고... 제가 아는 정도입니다" 하고 비릿한 웃음을 짓고 그 자리에서는 넘어가는 거야. 그 자리에서는. 요약하자면 일단은 살인의 "현재 가치"를 줄이고, 그로 인해 미래에 받을 대가가 더 클 거라고 = NPC 살인은 장기적으로 손해일 거라고 암시하는 거지. 그래도 계속 죽여대면 대가를 치르게 해서 한 번쯤 X되게 만들면 되고, 그것만으로 안 통할 거 같으면 또 다른 방법을 써 보면 되는 거고.
다른 장르에서 나온 이런 전개의 가장 대표적 사례는 아마 오이디푸스 왕(Oedipus Tyrannus)에 나온, 오이디푸스의 "노인 공격"을 들 수 있겠다. 사실 거기서는 목격자가 한 명 있었다가 도망갔지만 말이지..... 어쨌든 이 노인 공격은 당시에는 그냥 X같은 노인네 죽인 거 이외에는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오이디푸스의 인생을 조져 놓는 가장 중요한 계기 중 하나가 됐음. 아무튼 이렇게 만들어서 킵해두는 떡밥은 나중에 이야기가 조금 재미없거나 할 때 슬쩍 슬쩍 꺼내 엿보이는 걸로, 혹은 나중에 서서히 풀기 시작하는 식으로 아껴두면 되는 거야. 그리고 적당한 시점에 폭로되어 PC들을 몇 발짝 아래로 끌어내리거나, 반대로 다른 선택의 결과로 X되고 있을 때 폭로되어 추가로 더 X되게 밀어 붙이는 식으로 해소하면 되고.
3줄 요약
마스터가 PC들을 X되게 만들 때는 이유가 미리 충분히 제시되어야 함
X되는 상황의 발동은 플레이어들이 선택해서 발동하게 하는 게 편함
NPC는 소모품 맞는데 자꾸 죽이면 귀찮으니 자제시키는 것도 괜찮음
너무나도 맞는 말에는 댓이 달리지 않는다
맞고 아니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너무 길어서 그런 걸지도?
공식 어드벤처에서 이런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할까 - dc App
공식 어드벤처에서 '이런 일'이라면 대개 PC들이 사람을 너무 죽여대서 특정 챕터 / 장면 등에서 넘어가는 흐름이 끊겼다는 문제일 텐데... 뭐 아닐 수도 있겠지만 ㅋ 아무튼 죽이는 걸 자제시키는 건 필수. 그리고 사실 시작부터 하나의 큰 줄기를 잡고 간다는 걸 따로 명시하고 시작했어야 하는 거고... 흐름이 끊긴 건 다시 이을 방법을 구상해야 하는 거지. 좀 더 구체적으로는 현재 남은 / 추가 가능한 다음 장면으로 이어줄 요소(사람이 아니어도 괜찮음)를 생각해 보고 그걸로 다시 이어나가는 방식으로. 뭐 샌드박스식이다? 그럼 알빠노 하고 너도 흐름에 맞춰서 걔들하고 같이 지르다 보면 뭔가 샌드박스 안에 있던 거 줍줍각이 나올 거임 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