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모험가를 용병+사냥꾼으로 묘사하면, 좀 이질감을 느낀다.


반지 원정대의 목표가 오크들 다 때려잡는 거였나? 아니잖아.

포켓몬 시리즈의 목표가 야생 포켓몬들을 밀렵하고

시비 거는 시정잡배(?)들에게 금화구슬을 앞세워 삥을 뜯는 거였나? 아니잖아.



내 머릿속에 있는 모험가는, '싸움을' 하는 게 아니라 '모험을' 하는 사람임.

즉 모험가는 전투가 아니라 이동을 하는 사람이고,

그 과정에서 피치 못할 싸움이야 반드시 있겠지만, 그게 결코 목표는 아닌 거지.

오히려 설정에 따라서는 적극적으로 싸움을 회피하려 들면 모를까. (벌레회피스프레이!)



모험가가 하는 일은, 기본적으로

고대 유적을 탐사해서 숨겨진 진실을 밝혀내고, 리치의 영핵을 운명의 화산에 갖다던지기 위해 등반을 하고,

지도에서 테라 인코그니타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발로 뛰고... 뭐 이런 거라고 생각한다.

전투가 목표라면, 훨씬 장비도 많이 챙길 수 있고, 무엇보다 '숫자가 많은' 군인들에게 맡기는 게 상식적으로 맞겠지.



물론 모험의 길에서는 괴물이건 사람이건 숱한 시비를 걸어올 테고,

여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누군가 자신의 무력을 필요로 하면 기꺼이 도움을 주고,

괴상한 음모를 꾸미는 악의 비밀결사를 만나면 박살을 내 놓고,

자신보다  강해 보이는 사람을 만나도 기꺼이 가르침을 청하고(체육관 관장)... 뭐 그런 거겠지만,


결국 그것도, '위험이 수반되는 시련을 돌파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모험'이지

단순히 싸움이 있기 때문에 모험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해.



즉 모험가란, 시련과 맞서 싸우면서 자신을 단련하고, 인격을 도야함과 동시에,

부와 명예를 얻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 정도가 판타지 모험가의 이상적 모습이 아닐까 싶다.




물론, 나도 저건 이상이고,

현실에 모험가가 존재하면 그냥 마피아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