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컨대, 스타워즈 1의 포드레이스를 보자.
여기선 할 게 많아 보인다. 뇌물을 먹여서 불법 장비가 넘치는 거대한 포드레이서를 조립하고,
기체의 성능을 풀로 살려서 선두를 점한 다음,
카메라의 사각지대에서 은근슬쩍 반칙을 저질러 추격자들을 리타이어시킨다. 그래, 충분히 재미있어 보여.

문제는, 사실 이건 은하 경비대를 피해 경쟁 갱들을 물리치고 개조 우주선으로 마약을 운송하는 거나,
도심에서 CCTV에 흔적을 남기지 않고 유괴한 아이를 아지트로 실어가는 거랑, 근본적으로 똑같다는 것이다.



스틸 볼 런도 마찬가지. 거친 황야에서 각종 서바이벌 스킬들로 살아남으면서,
경쟁자들을 배제하려는, 혹은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공격해 오는 적들을 쓰러트리는 게임. 재미있겠지.

근데, 이거 그냥 일반적인 \'절대반지 운송\' 플롯에 \'가급적 빨리 갈수록 좋음\'이 붙어있는 것뿐이지 않아?



그렇다고 다른 사람과의 직접적 전투 같은 \'비 레이싱적 요소\'를 가지치기하고 자동차와 서킷만을 남기자니,
이건 사실상 보드게임에 가까워진 상황, 아니,
어떤 의미에서는 초등학생 때 하던 수제 주사위 말판을 쓰던 주사위 미니카 레이싱보다도 재미 없어질 수도 있어.
최소한 이 쪽은, 아무리 납득 안 된다 해도, 확실한 변수요인이라도 있잖아.


만약 레이싱을 \'출발지에서 도착지까지 가능한 한 빨리 이동하는 것\'으로 정의한다면,
이미 레이싱은, 수많은 다른 세션에서 변형된 형태로 사용되고 있다고 본다.
그리고, 냉정하게 말하자면 이 \'변형된 형태\'가 그냥 레이싱보다 재미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