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노비가미의 서플리먼트 중에는 6대 유파별로

역사, 설정, 전용 인법 및 배경 등의 자료가 실려 있는 "유파북"이란 게 있음.


이 유파북 첫머리에는 각 유파의 분위기를 잘 나타내는

1페이지 분량의 단편소설이 있는데, 읽을거리로서 괜찮기에 번역.





◎ 기계장치 까마귀는 한밤에 부서진다


 시내에서 가장 높은 것은 야타중공 지사의 빌딩. 빌딩 옥상에는 Y자 모양으로 날개를 펼친 까마귀의 거대한 전광판이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다. 나는 그 간판 위, 즉 마을에서 가장 높은 장소에 앉아 닌자가 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


 《표적은 방위 124에서 K#9에 접근 중. 접촉까지 300초》




 뇌에 목소리가 흘러들어온다. 기계닌자 유닛 K#9는 내 몸의 코드. 하스바 닌군의 살인기관. 그러니 기계닌자로서 기동한 이후 7,000시간 동안 갈망해 온 표적이 다가오고 있어도 생체뇌는 얼음처럼 냉정 그 자체. 살짝 시니컬한 느낌까지 든다. K#9의 기계뇌는 완벽하게 감정을 관제하고 있다.


 《표적은 방위 117에서 진로 변경. 접촉까지 260초》




 닌무의 표적은 하스바 닌군의 인법사냥으로 괴멸한 칸자시류의 생존자 자매... 중 언니 쪽이다. 여동생 쪽은 하스바 닌군에 포획된 뒤 기계닌자로 개조되어 닌군의 노예 신세. 언니를 요격하기 위한 미끼이기도 하다. 즉, 나다. 자신의 꼴사나움에 눈물이 날 것 같다. 아니, 슬프다는 뜻은 아니다. 기체의 감정억제는 완벽하다.




 기계닌자화 수술로 열등감도 제거할 수 있다면 최고였을 텐데.




 하스바 닌군의 기계닌자 기술자들은 편집증적인 치밀함으로, 닌자가 시체로 변하기 1나노그램 직전까지 「인간다움」을 깎아낸다. 해부 결과 남은 것은 대뇌의 43%와 복부의 내장, 그리고 머리카락 4가닥뿐. 합계 6,600g. 뇌의 절반을 사용할 수 없다니 말이 돼? 뭐, 그치만 괜찮아. 메탈닌자의 감정제어는 완벽. 나는 상처받지 않았어. 이렇게 공간 절약에 성공한 나는 K#9에 인스톨되었다.




 《경고. 적성 닌자가 초속 800m로 가속》

 《접촉까지 0.3초》


 상점가를 음속으로 달리는 것은 바보같은 짓이지만, 그만큼 기습의 효과는 뛰어났다. 빌딩 바로 아래 상점가의 아케이드를 깨부수며 표적은 고층빌딩 옥상까지 초음속 미사일처럼 돌격해왔다.

 내가 앉아있던 전광판의 한쪽 날개가 터져나간다.




 《고속기동 개시》


 반사적으로 고속기동에 들어갔다. 생체뇌의 닌식피질을 혹사시켜, 찰나가 순간으로 확장된다. 공중에 흩날리던 전광판의 파편이 그 자리에 멈춘다. 충격파로 파괴된 마을의 소란도 사라졌다.


 몸을 흩날리며 지각한 것은 1년 만에 보는 언니의 우는 얼굴. 흐르는 눈물이 허공에 얼어붙는다.




 「미안해, 유이. 언니가 죽여줄게」




 오랜만에 불린 본명에 감정억제가 경고를 울린다. 그러나 머릿속에 떠오른 대답은 K#9의 아나운스에 지워졌다.


《로그 온(술식기록 개시)》




 언니의 긴 흑발이 한순간에 눈앞까지 다가온다. 고속기동 중인 기계닌자에게조차 순간이동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지만... 이 기술의 원리는 알고 있다. 이것은 영발(영기를 담은 머리카락)을 둘러 강화한 다리에 의한 보법. 그렇다면 다음에 오는 것은.


 천 가닥의 머리카락에 의한 다중공격. 닿으면 검, 찌르면 창의 위력으로 자유로운 방향에서 닥쳐오는 검은색 비. 필살의 결계술.




 하지만 나에게는 단 한 가닥의 영발도 닿지 않았다.

 4개의 인공 팔다리가 모든 것에 호응해 공격을 받아넘긴다.

 이것에는 아무리 언니라도 경악, 했다고 믿고 싶다.




 칸자시류의 인법은 천 가닥의 영발을 양손의 손가락과 입술만으로 자유로이 다루는 마의 기술. 나는 마지막까지 습득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술리는 전부 이해했다. 인법서도 전부 기억한다. 수행 중인 언니를 줄곧 보고 있었다.


 기억한 칸자시류의 패턴은 1억 2040만 802개. 전부 루츠보류 설계의 수둔식 인공 팔다리에 학습시켰다. 스마트 리퀴드에 의해 구동되는 그것은 말하자면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물풍선. 칸자시류의 인법에 대해서는 나보다 몇 단계 위의 방어를 보여준다.




 언니가 공격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인공 팔다리들도 더욱 속도를 올린다. 2천 격, 3천 격 넘게 수를 주고받아도 4명의 종자에게 지켜지는 나에게 상처를 입힐 수는 없다.

 관자놀이에 찌릿찌릿하고 불쾌한 감각이 달린다. 닌식피질을 너무 사용해서 이마가 뜨거워져 온다. 고속기동의 강제종료가 가깝다. 언니도 같을 터.


 귀환불능점(PNR)은 7천 시간 전에 이미 지났다. 그런데 언니는 아직도 망설이고 있다. 나와 완전히 결별하는 것을.




 「보여준 적 있는 기술로는 나를 죽일 수 없는데?」


 느긋이 나는 속삭였다. 그 수밖에 없다고.

 언니의 움직임이 아주 잠깐 멈추더니, 숨을 내뱉었다. 오른손이 나의 기억에 존재하지 않는 인을 맺는다. 쥐어짜내듯이 목소리를 낸다.




 「칸자시류 비전 오의......!」


 영발이 춤추듯 공중에 얽혀 복잡한 문양을 그린다.

 나를 죽이기 위한 솔식이 초당 6,000행의 속도로 쌓아올려진다. 본 적 없는 법식전개. 이것이 진정한 칸자시류!


 아마 나는 웃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비전이 보고 싶었다. 칸자시류의 오의가 알고 싶었다. 스승님도 언니도 이 술법만은 가르쳐주지 않았다. 내 앞에서 사용하는 것조차 금지되었다.




 그러니 죽였다. 가족을 모두 죽여 하스바에 바쳤다. 자기자신도 바쳐 기계닌자가 되었다. 언니의 적이 되었다.


 적이라면. 강적이라면 오의로 죽여주는 거네.




 기체가 그 자리에 쓰러진다. 사지의 수둔을 유지하지 못해 서 있을 수가 없다. 기체 리소스의 98%는 견적술식에 돌리고 있다. 쓰러진 채로 해석을 계속한다.


 가슴 속의 빈 곳(스토리지)에 기쁨이라는 감정이 흘러넘친다.




 「오의, 키치죠텐... 무스비!」




 《적성 오의 발견. 동시에 칸자시류의 모든 정보 해석 완료》

 《로그아웃(술식기록 종료). 정보전송기능 정지 중. 회수 요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