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개념 우위의 문제가 아닐까 싶음. 이미 지난 떡밥이지만 숟가락 얹어 봄ㅇㅇ


뱀파이어의 테마는 어디까지나 '세상이 변하고 사람들의 가치관도 변해 가는데 자신은 죽었을 당시의 정신성에 묶여 있다'는 소외감이나 '사랑했던 것들이 죽고 낡아 사라지는 걸 지켜봐야 한다'는 고독감, 그런 와중에도 피를 마셔 자신의 불멸을 유지해야 한다는 모순에서 비롯되는 죄의식 같은 거라고 봄. 즉 어디까지나 캐릭터의 개인적인 고뇌와 그로 인한 비극이 플레이 내용의 주가 되지. 따라서 애초에 전투력이 강하니 뭐니는 별로 의미가 없음(최소한 제작사 입장에서의 취지는 그렇겠지).


워울프의 테마는 '가이아의 전사로서 창조되었는 데도 싸우는 것만으로는 아마존 밀림이 파괴되고 북극 얼음이 녹아 내리는 걸 막지 못한다'는 절망감, '자기 자신의 분노와 오만함으로 인해 같은 가이아의 자식들인 페라들을 학살했다'는 후회, '피할 수 없을 멸망을 예감하며 결코 이길 수 없을 적과의 싸움에 나선다'는 비장함 같은 거임. 워울프의 전투력은 확실히 플레이어블 기준으로 봤을 때 우수한 편이지만(이것도 고 티어로 갈수록 고세대 뱀파이어나 아레테 높은 메이지보다 밀리게 되지만 일단 논외) 애초에 상대하는 적이 너무나 넘사벽이고, 또한 이런 저런 설정에서 꾸준히 '워울프들은 결국 멸망할 거다'라는 게 암시되니까 결국 개인 레벨의 전투력은 별로 와닿지가 않고.


하지만 메이지는 70억 수면자들의 사고방식과 믿음 체제를 조작함으로써 리얼리티 자체를 자신의 패러다임에 맞게끔 임의로 규정해 버림. 그리고 그 자체가 고스란히 그의 힘이 되고. 거시적인 레벨에서 다루는 '힘'의 본질 자체가... 뱀파이어나 워울프에 비해 더 개념적 우위에 있어 버리니까. 자신의 사고를 덮어 씌워 현실 자체를 바꾼다는데 할 말이 뭐 있냐. 바로 이 부분이 어필하는 거라고 봄.

    


나 개인적으로는 뱀파이어 더 마스커레이드는 뱀파이어로 플레이하며 상술한 대로 저러한 개인적 고뇌와 비극을 즐기는 게임이고 워울프나 메이지는 이야기에서 핵심적 위치를 차지하지 않는 NPC로만 나오니까 뱀파이어 설정에서는 워울프나 메이지가 약하거나 별로 비중이 없게 나와도 상관 없다고 봄. 마찬가지로 워울프 아포칼립스 역시 워울프로 플레이하며 저러한 절망과 후회, 비장함을 즐기는 게임이고...(후략) 


분명히 말하는데, 나는 메이지가 뱀파이어나 워울프보다 궁극적으로는 더 강하긴 할 거라고는 생각함. 여하간 쟤들이 같은 지구에서 사는 놈들이긴 하니까(어느 걸 플레이하느냐에 따라 부각되는 주제가 달라지고, 그에 맞춰서 다른 애들이 쩌리가 되는 경향은 있지만). 그리고 카인의 유산인 디시플린이나 가이아의 선물인 기프트보다 메이지의 Magick이 존재론적으로 봤을 때 더 상위 범주이며 내 개인적으로도 보다 매력적인 개념이고. 하지만 동시에, 앞서 말했다시피 각 라인의 주제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그 강함이 별로 의미가 없고, 그런 의미에서 최강 논쟁하며 빠질하는 것 자체도 별로 의미가 없다고 본다. 그리고 그러한 강함을 근거로 '우월성'을 주장하는 것도 병신 같고. 테크노크라시가 wod의 초자연체 중 가장 도덕적이고 모탈들을 잘 신경쓴다는 주장에 이르러선 기가 막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