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무쌍한 소울바운드의 모험은 아쿠시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우리의 파티는 페스터미어 요새에 도착했고, 그레이워터 패스트니스로 향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울구 출신의 도덕적으로 모호한 엘프 상인 쿠바, 차몬 출신의 듀아딘 문화에 익숙한 실바네스 쿠르노스 헌터 탈람, 길을 잃은 크룰보이즈 맨스큐어 볼트보이 닥코는 요새에 도착하여, 문명의 경이로움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왼쪽부터 쿠바 / 탈람 / 닥코
아쿠시의 페스터미어 요새에 들어서자 서 있는 경비병이 소울바운드를 맞이했습니다.
요새 안은 상품이 가득 실린 마차, 울타리에 묶인 가축 무리, 한가롭게 서 있는 무장 호위병, 숨을 헐떡이는 상인들로 가득 차 있었고, 이 상인들을 통해 실종된 화물의 행방이 확인될 때까지 성문 통과가 금지되어 있다는 사실을 여러분들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이 마차들 너머로 요새의 성문 옆에 서 있는 거대한 아이언웰드 코그포트가 어렴풋이 보입니다. 그 육상 전함의 거미처럼 생긴 여섯 개의 거대한 다리가 검은 강철 갑옷으로 덮여 있고, 각각의 가장자리는 금색 듀아딘 룬으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승무원들이 근처를 뛰어다니며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었으며, 엔진이 수증기를 토해는걸 보니 출발이 멀지 않았습니다.

"승함 준비!"
주변의 상인들을 통해, 우리의 파티는 그레이워터 패스트니스에서 화물이 마지막으로 도착한 지 몇 주가 지났다는 상황을 파악하게 되었습니다.
분명히 어떠한 위협이 그레이워터 패스트니스로 통하는 단 하나의 길 '원 로드'에 도사리고 있다는걸 확신할 수 있었기에, 요새에서는 도착한 상인들을 억류하고 있었던 것으로, 코그포트 '하빈저 오브 트러블'호가 그 문제를 찾아내기 위해 곧 출발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파티는 빠르게 그곳으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소울바운드 파티는 하빈저 오브 트러블 호의 함장 테르조 하인즈를 만나게 됩니다.
하인즈는 쿠바의 설득에 자신의 여정이 가진 어려움을 쉽게 인정했고, 소울바운드 파티를 승함시켜 같이 이동하는데 동의하였습니다. 조금 독특한 승객들에 승조원들이 조금 긴장하기는 했지만 큰 탈 없이 갑판에 발을 디딜 수 있었고, 그렇게 5일이 걸릴 미지의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함내에 빽빽하게 들어찬 음성 파이프를 통해 함장의 출항 알림이 울려퍼지며, 코그포트는 렐름게이트로 이동했습니다.
페스터미어 렐름게이트는 고대 기암괴석으로 둘러싸인 평평한 물 웅덩이의 형태로, 아쿠시의 더위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풍경입니다.
렐름게이트를 관리하는 로드-오디네이터가 별 나침반을 바라본 후 거대 망치를 들어올리자, 어두운 하늘에 기묘한 구름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예고도 없이 낙뢰가 물 웅덩이를 강타했고, 맑은 웅덩이의 표면은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서서히 은하수와 같은 모습으로 변화했습니다.
그에 맞춰 하빈저 오브 트러블 호가 물 속으로 들어가자 탑승객들은 기묘하게 중력의 방향이 바뀌는것을 느꼈고, 곧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세상에 내던져졌습니다.
모든 것이 비슷하지만 조금 더 녹음이 푸르르고, 저 건너편 바다에서 소금기가 날라오며, 하늘이 기묘한 초록빛을 띄는 생명으로 충만한 기란에 도착한것입니다.

놀라움도 잠시, 렐름게이트의 후유증으로 승객들과 승무원들이 정신을 못차리고 있을 때 소울바운드는 주변에서 정보를 수집합니다.
렐름이 바뀌었으나 분위기는 아쿠시의 페스터미어 와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레이워터 패스트니스에서 오는 상단이 끊기니 이곳 또한 생각보다는 한산했고, 오도가도 못한 채 묶여있는 이들로인해 소란스러웠습니다.
혼란 속에서 소울바운드의 장을 맡고 있는 쿠바가 이곳의 로드-오디네이터와 함장 하인즈와 대화를 나눕니다. 탈람은 자신이 찾는 듀아딘의 행방을 수소문하고자 주변에서 듀아딘을 찾아보았으나 보이는 건 엘프뿐이었습니다. 그리고 닥코는 도시 사람들의 표정과 숨소리에서 희미하게나마 불안과 공포를 훑어냅니다.
분명 그레이워터 패스트니스로 향하는 원 로드에 무슨 문제가 생긴 건 틀림이 없어보였습니다.

우렁찬 경적 소리와 함께 육중한 기체가 그 발걸음을 움직입니다.
첫날은 평화로웠습니다. 살랑이는 바람결, 향긋한 꽃내음, 온 렐름이 하빈저 호의 승객들을 반겨만 주는 듯 했습니다. 허나 조금만 멀리 내다보면 풀밭 너머로 비스트맨과 실바네스의 사체들이 여기저기 널려있는 것이 보여옵니다.
그레이워터 패스트니스까지의 여정 기간은 대략 5일로 예정되어있고, 그렇게 첫날이 지나갑니다.

둘째날, 오늘은 바람 한 점 없고 구름도 한 점 없는 쾌청한 하루입니다. 쨍한 날씨 아래 승객, 승무원 너나 할 것 없이 기분 좋음을 만끽하고 있을 때, 볼트보이 닥코만이 무언가...이상함을 느낍니다.
바람 한 점 없는데 씨앗들이 하늘에서 떨어져내리고 있었습니다. 기묘함을 느낄 새도 없이 닥코는 즉각적으로 몸을 돌려 갑판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력으로 뛰어들어갑니다.
그 사이 씨앗 비는 갑판에 거의 도달했고, 닥코를 제외하고 가장 먼저 그 사실을 눈치 챈 건 하빈저 호의 선장, 하인즈였습니다. 산전수전 다 겪은 그답게 씨앗이 무엇인 지 바로 알아챈 그의 표정이 사색이 되었습니다.
"전원 배 안으로! 갑판에서 피해라!"
선장의 경고음은 충분히 빨랐지만 늦은 감도 있었습니다. 소울바운드의 인원들은 그 명성답게 쉽사리 몸을 피했으나 미처 피하지못한 누군가의 몸에 닿은 씨앗이 살갗을 파고들며 급속도로 성장해버립니다.
간신히 해당 인원을 갑판 아래까지 끌고내려오는데는 성공했지만, 이미 씨앗이 자라며 온몸을 찢고있었습니다. 더 늦으면 눈 깜짝할 새에 갈기갈기 찢겨 한줌의 나무뿌리가 될 상황이었기에 급한대로 의술 지식이 있던 쿠바가 칼로 씨앗이 박힌 부위를 뜯어내는 응급조치를 취합니다.

씨앗 소동이 지나가고 그 다음날 밤까지는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무언가 거대한 것이 파고들어간 구덩이, 잔해로만 남은 스팀탱크 등 심상찮은 풍경들만 보였을 뿐 아무런 일이 없었죠.
그리고 밤이 찾아왔을 때, 초대받지 않은 손님들이 찾아왔습니다.

처음 습격자들과 마주한 것은 볼트보이 닥코였습니다.
무언가 둔중한 소리가 배 바깥에서 들려오는 걸 들은 소울바운드는 나뉘어 움직이기로 했습니다. 닥코는 관측실로, 쿠르노스 헌터 탈람은 엔진실로, 엘프 상인 쿠바는 그대로 승무원실에 남기로 했죠.
그렇게 처음 관측실에 닥코가 들어선 순간, 그가 볼 수 있던 건 창문을 깨고 드워프 승무원들을 습격하는 쥐-인간들의 모습. 직감적으로 이번 연락두절 사태에 스케이븐이 관여되어있다는 게 느껴졌지만 생각에 잠길 여유따위는 없었습니다.
계속해서 덩쿨을 타고 들어오는 습격자들의 모습에 닥코는 일단 승무원실로 이어지는 관측실의 문 앞을 틀어막았습니다.

갑작스런 사태였으나 소울바운드는 침착하게 자신들이 해야할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습격자들을 물리치는 것이었죠. 먼저 닥코가 승무원실로 이어지는 문을 지키고, 다른 두 인원은 빠르게 닥코에게 합류할 준비를 했습니다.


쥐-인간이라 얕잡아본 닥코가 호기롭게 석궁이 아닌 단검으로 육탄전을 벌이지만, 이들은 그저그런 클랜랫이 아니라 정예병인 스톰버민이었고 순식간에 피를 본 다코가 화들짝 놀라며 뒤로 피합니다.
그 사이, 늦지않게 탈람과 쿠바가 합류했고 탈람의 든든한 전위 덕분에 하나하나 적들을 쓰러뜨리는데 성공하는 소울바운드.
쾅!
기뻐할 새도 없이 귀청을 두들기는 굉음이 들리며 습격에도 우직하게 나아가던 하빈저 호가 크게 휘청입니다.
엔진실! 엔진실이 위험하다!
선내의 파이프를 통해 다급한 선장의 목소리가 들어왔습니다. 가장 튼튼하게 설계된 엔진실에 무슨 문제가 생긴 게 틀림이 없었습니다. 습격자들을 떨치기 위해 오히려 속도를 올리고 있던 하빈저 호였기에 지금 엔진실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모두가 위험해지는 상황.
분주하게 불을 끄는 승객들과 덩쿨을 타고 계속 쏟아지는 스케이븐과 맞서싸우는 드워프 승무원 등, 이미 여기저기서 승무원, 승객 가릴 것 없이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정신없이 제 할 일을 맡고 있어서 엔진실까지 갈 인원은 소울바운드뿐인 듯 했습니다.
그렇게 곧바로 엔진실로 뛰어들어간 소울바운드.
그리고 그곳에서 그들이 마주한 것은 바로 스케이븐 기술력의 결정체, 스톰핀드였습니다.


엔진실에서 또 한 번의 폭발이 일어나며 배가 크게 휘청거립니다.이번에는 아예 맛이 갔는 지 하빈저 호가 더는 제 경로를 유지하지 못하고 실바네스의 축복을 받는 원로드를 벗어나 밀림으로 파고들어갑니다.
이번 폭발로 인해 잔해에 깔린 스톰핀드, 하지만 그 거대한 덩치답게 엄청난 힘으로 잔해를 들어올리며 일어서고 있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그 위 뚫린 구멍으로 스케이븐의 엔지니어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엔지니어가 마법을 쏘아대고, 스톰핀드가 몸을 일으키려는 위기의 순간이지만 소울바운드도 수많은 전투를 치뤄온 영웅들인만큼 두려움을 보이진 않습니다.
닥코는 넘어져있는 스톰핀드의 등 뒤에 자그마한 새끼 쥐가 연결되어있는 것을 보고, 그것이 놈의 약점임을 파악합니다. 절묘한 각도로 쏘아진 볼트가 약점을 타격하는 데 성공하고, 스톰핀드가 확연히 약해진 것이 보이자 탈람이 달려들어 폭풍같은 대검 세례를 퍼붓습니다.
스톰핀드가 무력해지는 걸 본 엔지니어의 두 눈이 휘둥그레해지는 사이, 그림자 속으로 몸을 숨긴 쿠바가 어느새 녀석의 등 뒤로 나타납니다. 그리고 가볍게 목덜미에 단검을 쑤셔 그 명줄을 끊어내고 내려와 함께 스톰핀드를 완전히 마무리하는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스케이븐의 습격은 계속해서 이어지는 중이었고, 엔진실의 기능은 아예 상실된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부득이하게 선장은 배를 버리는 판단을 내립니다. 소름끼치는 찍찍거림을 등 뒤로 하고, 소울바운드는 가까스로 생존자들을 규합해 어스름한 밀림으로 나아갑니다.
저 멀리, 히쉬(태양)가 떠오르고 있습니다.

흥해라 ㅊㅊ